[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스크린 속에 전쟁을 담다! RTS의 시초를 찾아서
[게임동아 조영준 기자] '실시간 전략 게임'(Real-tiem strategy) 이른바 RTS 만큼 국내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장르도 없다. 바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이 RTS 장르의 게임이며, 이 스타크래프트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e스포츠리그가 시작되었고, PC방 문화가 전국에 빠르게 확산됐기 때문.
더욱이 이 스타 리그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김과 동시에 이들이 활약하는 e스포츠가 세계 유수의 언론사에서 주목하는 시장으로 성장했으니, RTS가 게임 역사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날 정도다.
무언가 거창한 설명을 했지만, RTS는 자원을 채취하고, 자원을 소모해 건물을 짓거나, 병력(유닛)을 생산해 상대방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로 진행되는 단순한 게임 룰을 가진 장르다. 물론 이 단순함에 전략과 유닛 컨트롤이 더해지면서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 낼 엄청난 플레이가 펼쳐지는 것이 지금의 RTS 장르 게임들의 현실이지만 말이다.
국내에서 이 RTS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eal-time strategy simulation)이라는 장르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게임을 아케이드, 어드벤처, 롤플레잉, 시뮬레이션 등으로 크게 4개 장르로 나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RTS는 턴제 전략 게임과 실제 미니어처 유닛을 활용해 전투를 벌이는 미니어쳐 게임에 강한 영향을 받은 장르인데, 이들은 본인의 행동이 끝나면 상대의 턴을 기다리는 공통점이 있었고, 이러한 턴제 전략과 미니어처 유닛의 생동감 넘치는 전투를 실시간으로 구현하고자 한 것이 RTS의 시작이었다.
실시간 전투를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1983년에 등장한 '스톤커스'(Stonkers)를 RTS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스톤커스'의 경우에는 지금 흔히 떠올리는 RTS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보병, 차량, 탱크, 서플라이 트럭 등을 키보드와 조이스틱을 통해 컨트롤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은 RTS에라는 장르가 확립되기 이전에 출시된 게임이었기에 당시에는 RTS가 아닌 워게임으로 분류됐으며, 많은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병력 생산이나, 자원의 채취와 같은 요소가 없었기에 현재의 RTS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같은 실시간 전략 게임들은 '스톤커스'이후에도 많이 출시됐으며, 1989년에 등장한 '허족쯔바이'(Herzog Zwei)도 비슷한 맥락이다.
'허족쯔바이'는 일부에서는 최초의 RTS로 봐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RTS의 요소들이 접목돼 있다. 게이머는 기지에서 병력을 생산하고 수송기를 이용해 다양한 유닛을 배치할 수 있었다. 생산과 유닛의 배치라는 측면에서 현대의 RTS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조종할 수 있는 유닛은 수송기 한대 뿐이었기 때문에 완벽한 형태의 RTS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오히려 RTS보다 지금의 ‘디펜스 게임’과 더 흡사한 형태이기도 하다.
이렇듯 가능성을 보여주던 RTS는 개인용 PC가 널리 보급되면서 발전과 보급 속도가 더 빨라졌는데, . 1993년 펜티엄 기반의 PC가 등장하고 윈도우의 보급 등으로 마우스가 PC에서 중추적인 역할로 자리 잡은 이후에는, 마우스를 기반으로한 RTS가 인기 장르로 올라서기 시작한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RTS를 사실상 완성시켰다고 평가 받는 웨스트우드의 '듄2'(Dune 2)다. 1992년 출시된 '듄2'의 개발사 웨스트우드는 기존의 게임과는 차별화된 장르임을 부각시키고자 했고, 그 결과 패키지에 명확하게 'Real-tiem strategy'라고 표시해 RTS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또한, 자원의 채취, 건물의 건설, 병력 생산 등의 요소를 확립한 것은 물론, 전투를 치를 경우 직접 유닛을 컨트롤하는 방식과 각 가문별로 특색 있게 등장하는 유닛과 기술발전(테크트리) 등 현재의 RTS 대부분의 개념을 최초로 선보인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듄2’는 사실 웨스트우드가 명작 SF 소설로 꼽히는 ‘듄의’ 판권을 얻자 마자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원작대로 ‘듄’이라는 타이틀로 출시하려고 했으나 개발 기간 중 웨스트우드의 모회사이자 유통사인 인터랙티브에서 '듄'이라는 이름의 어드벤처 게임이 먼저 출시됐기 때문에 ‘듄2’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듄2’에서 성립한 RTS는 이후 웨스트우드의 또다른 명작인 커맨드앤컨커(C&C) 시리즈의 성공으로 더욱 물론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1998년 '듄2'의 리메이크 작품이라고볼 수 있는 '듄2000', 2001년에는 정식 후속작인 '엠퍼러: 배틀 포 듄'이 출시되기도 했다.
아울러 '듄2'보다 1년 늦은 1993년에는'스트롱홀드'(Strong Hold)가 등장했으며, 1994년에는 '워크래프트'(War Craft)가 등장하는 등 PC의 발달에 힘입어 다수의 유닛이 등장해 전투를 치르는 RTS는 더욱 많은 작품이 출시되며 춘추 전국 시대를 맞았다.
1995년 '커맨드앤컨커'(Command & Conquer), '워크래프트2'(War Craft 2), 1996년 '커맨드앤컨커: 레드얼럿'(Command & Conquer: Red Alert), 워윈드(War wind), 1997년 '다크레인'(Dark Reign), '토탈애니힐레이션'(Total Annihilation),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s), KKND(Krush, Kill 'n' Destroy), 1998년 '스타크래프트' 등 현재 게이머들의 뇌리속에 강한 인상을 준 게임이 연속으로 출시됐다.
아울러 워크래프트3에 이르러서는 유닛의 컨트롤과 함께 RPG와 유사한 개념인 성장형 유닛이라는 영웅 유닛이 등장함으로써 전략의 폭이 더욱 넓어졌고, 다양한 ‘사용자 정의 게임’(Use Map Setting)을 통해 더욱 발전함으로써 이에 강한 영감을 받은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도타2 등의 게임의 출시로 이어지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RTS가 인기를 끌고 있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국내 게임시장에도 국산 RTS가 속속 등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RTS는 1995년 등장한 '광개토대왕'으로 당시 동서게임채널을 통해 유통됐다. 이후에는 김태곤 PD의 '충무공전', '임진록'등의 작품이 선보여졌고, 2000년에는 RPG와 RTS를 결합한 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물론 그 후속작인 킹덤언더파이어2는 아직까지도 출시일이 미뤄지며, ‘환상의 게임’이라는 평가 속에 현재까지 개발 중에 있지만 말이다.(올해 드디어 중국 테스트에 돌입할 계획을 밝히면서 서비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1990~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린 RTS는 수 많은 명작게임들의 모태가 됨과 동시에 게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스타크래프트2 3부작을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이렇다할 발자취를 보여주지 못하는 장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다만 올해 발매 예정인 세가 게임즈의 '워해머 40000: 던오브워3'가 RTS의 명맥을 잇고 있는 상황. 과연 이 워해머 40000: 던오브워3'를 시작으로 2017년 RTS가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