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게임업체 전망] 공격적 투자로 기회 얻은 카카오게임즈, 상장으로 상승세 이어가나?

2016년 초만 해도 카카오의 게임사업 부분에는 먹구름만 가득했다. 탈 카카오 현상으로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대한 위기설에 휩싸여 있었으며,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O2O 서비스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게임분야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게임 분야이지만, 정작 게임 분야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투자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엔진 대표로 현업에 복귀한 남궁훈 대표를 영입한 것이다. 카카오 게임사업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합류한 남궁훈 대표는 정체되어 있는 카카오 게임사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입점 수수료 인하 정책, 투자 및 퍼블리싱, 인디 및 중소 개발사를 위한 모바일 광고 상품 도입, 카카오프렌즈 IP 게임 사업 등 기존 대형 게임들의 이탈을 막고, 신규 게임 유치를 위한 빠르고 과감한 결정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카카오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다음게임을 엔진과 합병한 후 카카오 게임사업의 전초기지로 만들었으며, 추후 사업 시너지를 위해 카카오게임즈로 사명을 변경했다.

카카오 파트너스 데이
카카오 파트너스 데이

물론, 초반에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예전과 확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는 하나 파트너사들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고 느낄 만한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월말 남궁훈 대표의 게임 사업 비전 발표 때만 하더라도 탈 카카오 현상을 막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꾼 것은 검은사막이다. 다음 시절 가져온 게임이고, 국내 서비스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카카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검은사막은 유럽 출시 첫달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남궁훈 대표의 적극적인 투자 전략의 뒷받침이 될 자금을 만들어줬다. 검은사막의 성공으로 확보된 자금이 없었더라면 케이큐브벤처스와 함께 조성한 300억 펀딩만으로는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검은사막 게임스컴 부스 이미지
검은사막 게임스컴 부스 이미지

검은사막으로 인해 숨통이 틘 다음부터는 굉장히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차근차근 성과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룽투코리아에 100억을 투자하면서 가져온 검과 마법,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프렌즈 시리즈들, 카카오의 아이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2와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니키, 직접 서비스하는 쿵푸팬더3, 엔진 대표 시절부터 관리해온 슈퍼노바일레븐의 놀러와 마이홈, 시프트업의 데스티니 차일드 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가져올 수 있었던 게임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물론, 원 for Kakao는 사전예약 110만명이라는 놀라운 수치에도 불구하고 난해한 이름으로 인한 에피소드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으며, 놀러와 마이홈도 초반 기대만큼 대박을 내지는 못하는 등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나, 2016년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적극적인 변화 덕분에 탈 카카오 분위기를 막아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연말에 출시된 시프트업의 데스티니 차일드는 아직도 여러 논란이 있기는 하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2017년을 준비해야 하는 카카오게임즈에 큰 희망을 안겨줬으며, 테라를 만든 블루홀의 차기작 프로젝트W를 품에 안으면서 검은사막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했다. 아직 시장이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VR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향후를 기대해볼만 하다.

데스티니 차일드 이미지
(제공=넥스트플로어)
데스티니 차일드 이미지 (제공=넥스트플로어)

카카오게임즈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적극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지만, 본체인 카카오가 여전히 O2O 투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상황인 만큼, 상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재작년 히트의 55억 계약도 놀라운 소식이었지만 올해는 100억짜리 게임의 등장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대작 게임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상장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상장을 성공한다면 확보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작년만큼이나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카카오게임즈가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 외에도 몇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작년 한해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약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카카오게임즈는 퍼블리싱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선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을 되살린 것은 퍼블리싱 게임이 아니라 룽투코리아, 넥스트플로어, 파티게임즈 등 입점사들의 게임과 카카오프렌즈 IP를 쓴 게임이었다. 직접 퍼블리싱한 게임들은 카카오게임즈가 개발, 마케팅 등 많은 부분에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연말에 쿵푸팬더3의 선방이 없었더라면 풍부한 퍼블리싱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 퍼블리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 무안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원forkakao프리뷰01
원forkakao프리뷰01

게다가 중소 개발사 육성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작년 카카오 게임 플랫폼은 중국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 막판 연말에 데스티니 차일드가 터져주지 않았다면 사실상 중국 게임이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단순한 퍼블리셔가 아니라 플랫폼 홀더에 더 가까운 카카오게임즈가 해외 게임 수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모양새가 지속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물론 넷마블, 넥슨, 4:33 등 대형 퍼블리셔들 때문에 괜찮은 국산 게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카카오 초창기처럼 중소 개발사가 카카오 덕분에 대폭 성장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만, 파트너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인 카카오프렌즈 IP 역시 불씨가 남아있다. 프렌즈팝이 증명을 했듯 좋은 아이디어와 강력한 캐릭터가 만나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프렌즈팝이 성공을 거둔 상태에서 카카오게임즈가 거희 흡사한 프렌즈팝콘을 내놓으면서 서로 신경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물론, 퍼즐 게임의 특성상 확 다르게 만드는게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고, NHN엔터테인먼트와 다른 건으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서로 불편한 상황이었으니 확대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 초반에만 시끄러웠지, 양사 모두 별다른 움직임없이 조용히 넘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카카오프렌즈 IP를 써서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중소게임사는 이번 사태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프렌즈팝콘
프렌즈팝콘

온라인 게임쪽은 검은사막이 북미, 유럽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둬 화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열기를 국내에서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대형 콘텐츠 업데이트 등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마다 버그 및 운영 실수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 물론 버그가 발생하는 것은 퍼블리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나, 그것을 수습하는 것에서 퍼블리셔의 역량 차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도 없지는 않겠지만, 이른바 빨코게이트와 QA 직원 게임 개입 사태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게이머들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은 정의구현이지만, 카카오게임즈는 사태 축소만 생각하고 있으니 서로 말이 통할리가 없다.

프로젝트w 북미유럽 판권 계약
프로젝트w 북미유럽 판권 계약

앞으로 나올 프로젝트W는 검은사막 이상으로 주목을 받을 것이 분명한 게임이다. 많은 인원이 몰리는 만큼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카카오게임즈가 얼마나 현명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지 아직은 신뢰가 가질 않는다. 현재 카카오게임즈가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넥슨, 엔씨 등이 모바일에 집중하느라 관심을 끄고 있기 때문이지, 카카오게임즈가 특별히 잘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등장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리니지2 레볼루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어차피 시장 선두 그룹은 더 이상 카카오 플랫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카카오의 전초기지인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더욱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스스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 파트너사들에게 카카오 플랫폼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은 변화의 시기였기 때문에 문제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잘된 부분을 높게 평가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올해는 다르다. 과연 카카오게임즈가 자신들의 역량으로 지금보다 더 도약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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