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원점으로 돌아간 공포..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바이오 하자드7'
게임명: 바이오 하자드7: 레지던트이블
개발사: 캡콤
유통사: 게임피아
사용기기: PC
필자명: 구석지기
1996년 초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가 PS용으로 출시됐을 때만 해도 이 게임이 지금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 같다. 캡콤 내부에서도 10만장 정도 판매를 예상했고, 초동 판매량 14만장으로 선전했을 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전에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공포감은 이후 100만장 돌파라는 거대한 업적으로 이어졌고 입소문을 타고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약 275만장이라는 판매 기록으로 연결된다. 어떻게 보면 공포, 그리고 좀비가 등장하는 어드벤처 스타일을 있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시리즈는 7개의 정식 넘버링 시리즈와 15개의 외전, 스핀오프 게임, 3개의 CG 애니메이션, 2개의 코믹스, 2개의 연극과 뮤지컬 등으로 이어지며 게임사의 한 획을 그은 대작으로 남게 된다. 거의 모든 플랫폼으로 등장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3편부터 액션 요소가 강해지고 슈팅 요소 등이 폭넓은 형태로 발전되면서 공포감은 시리즈가 거듭날수록 약해졌다. 그리고 과해지는 면이 있는 이야기 전개는 4편이라는 명작을 끝으로 다소 '산'으로 가는 사태가 되어 버렸다.
2012년 10월 출시된 바이오 하자드6이 출시된 이후 꾸준히 이어지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는 다소 주춤하기 시작한다. 몇몇 스핀오프가 사이에 이어졌지만 대 부분 리마스터 등으로 '우려먹기' 수준을 벗어나짐 못했다. 비평가들의 쏟아지는 혹평 속에 조금씩 잊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캡콤 내부에서도 시리즈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슷한 방식은 더 이상 호평 받기 어렵고 과감히 시리즈의 노선에서 벗어나는 시도는 이미 그리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4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후속작은 2017년 1월26일이 되어서야 나왔다.
공식 후속작 '바이오 하자드7'은 오랜 고민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1인칭 시점과 슈팅 요소보다 어드벤처 요소를 강조, 아웃라스트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같은 공포감을 전달하는 방식의 게임성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좀비와 싸움에서는 이제 밀리지 않는 엄청 강한 레온이나 크리스 등이 아닌 평범한 '에단 윈터스'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점, 제한된 총알과 물자, 비디오를 활용한 독특한 퍼즐 방식 등으로 고전적인 공포감을 게이머에게 전달한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그래픽에 있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RE 엔진은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사실적 표현을 강조한 엔진으로 공기 중 떠도는 먼지나 각종 사물들의 디테일, 그리고 다채롭게 반영되는 명암 등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게임 내 그래픽은 보는 내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뛰어나다. 저택 곳곳의 사물은 물론이고 실제처럼 느껴지는 지형의 모습, 그리고 캐릭터들의 피부 질감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완벽함을 보인다. 물론 PC 버전은 사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사양도 준수한 편이다.
특히 공기와 바람이 느껴질 정도의 높은 효과는 실제 이곳에 있는 착각까지 느껴질 정도다. 아마 최근 나온 게임 중에서 그래픽 부분에서 느껴지는 체감은 바이오 하자드7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정말 그래픽만큼은 칭찬이 아깝지 않다.
게임성은 획기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미 좋은 예시 (위에서 언급한)들이 상당히 많이 나와 있고 바이오 하자드가 꼭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공포 게임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공포 게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중, 후반부터는 큰 몰입감을 주지는 못한다.
제한적인 환경에서 주는 압박 역시 중, 후반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불사의 적인 베이커 가족과 대립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무리해서 전투를 할 필요도 없고 공략법이 익숙해진 상태가 되면 총알이 남아 돌 정도의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해당 게임을 '쉬움' 난이도로 즐기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야기를 즐기거나 공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괜찮지만 공포 게임 마니아라면 보통 또는 예약 구매 시 언락되는 '매드 하우스' 난이도로 즐기는 것이 좋다. 훨씬 무섭고 재미있다.
특히 매드 하우스 난이도는 여러 측면에서 쉬움, 보통과 다른 재미를 준다. 저장 포인트도 줄어들고 카세트 테이프가 없으면 저장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적들이 매우 빨리 게이머를 발견하고 정말 죽일 듯이 뛰어온다. VR로 이걸 즐기면 심장에 무리가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리고 총알이나 물자가 상당히 부족하고 헤드샷이 아닌 다른 공격으로는 거의 적을 죽일 수 없다. 덕분에 이 난이도에서 '네발 감염체'를 만나서 헤드샷으로 제압 못할 경우 즉사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황금 동전도 있다.
난이도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이 다르지만 중, 후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와 비슷해지는 패턴의 액션 요소들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묵직하게 흘러가는 전개만큼은 이런 아쉬움이 덜하다. 기존 이야기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계관과 소재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는 매우 좋은 편이다. 사실 공포 게임이 주는 재미 측면에서 적이나 연출 요소들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구성의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좋은 이야기, 세계관이 바탕이 되면 공포감은 배가 되고 몰입도 역시 상당히 높아진다.
3년 전 의문의 영상 메시지를 보낸 후 실종된 아내 미아 윈터스를 찾기 위해 덜비 폐가로 온 주인공 에단 윈터스는 그곳의 지하에서 감금돼 있던 아내를 찾지만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설상가상으로 왼쪽 팔까지 잘려 버린다. 그리고 '아빠'로 불리는 자에게 잡혀 제압 당하게 된다.
게임의 시작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고 무섭게 전개된다. 특유의 공포 연출이 빠르고 연속적으로 나오며 시종일관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사이사이 획득할 수 있는 비디오 카세트 등으로 전달 받는 덜비 폐가의 비밀 등은 몰입감을 높여주는 좋은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야기는 한 편의 공포 드라마를 연달아 본 것처럼 뛰어나다. 애매하게 떡밥만을 남겨주는 기존 시리즈의 사례와 달리 기승전결이 뚜렷하며 기존 작품과 다른 본편만의 확실한 이야기 전개를 제공해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아닌 독립된 새로운 공포 게임을 즐기는 느낌을 준다.
쉽게 이야기하면 밸런스가 매우 좋다. 초반부터 나온 대부분의 플롯을 후반부 깔끔하게 해소해주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딱딱 풀리듯 관련 요소를 제공해 게이머가 지치는 상황이 오지 않게 해준다. 그래서 고전 공포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에겐 안성맞춤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장르적 특성인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아닌가 싶다. 특히 VR 부분은 공포 요소에서는 만족스럽지만 (사용자마다 다르겠지만) 너무 심한 멀미 현상을 겪게 하는 문제나 시리즈로 이어진 재미 요소들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 등은 팬 입장에선 단점이 된다.
물론 혹평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4편부터 6편까지의 액션 요소들은 상당히 안정적이고 수준 높은 재미를 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게임성에는 관련 부분이 어울리지 않겠지만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점으로도 느껴질 수 있다.
어쨌든 바이오 하자드7의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고전적인 공포를 잘 전달하면서 기존 시리즈가 가져왔던 느낌을 적절히 이어나가고 있다. 깔끔하고 부족함 없는 이야기 구성부터 뛰어난 그래픽과 연출 등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VR 형태로 즐기고 싶다면 PS4 버전을, 그리고 PC와 함께 즐기고 싶다면 Xbox ONE 버전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이 게임은 데드 라이징4처럼 플레이 애니웨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두 개의 플랫폼에서 번갈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공포 게임 마니아라면 정말 놓치지 말고 꼭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