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가운 한글, 그리고 조작과 아쉬움의 공존 '레고 월드'
게임명: 레고 월드
개발사: TT 게임즈 & 레고 그룹
유통사: 인플레이인터렉티브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현지화: 자막 한글
장 르: 어드벤처
필자명: 구석지기
어릴 적 블록 놀이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레고다.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든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이 놀이도구는 그 인기만큼 다양한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영화부터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까지 말이다.
특히 레고 자체가 가진 자유도와 창조성을 살린 레고 게임들은 단순히 뭔가 만들고 보는 형태를 넘어 레고 세상 자체를 새로운 세계로 느끼게 하는 독특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귀여운 레고들이 움직이고 생활하는 모습은 레고 게임이 가진 큰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레고 게임 시리즈가 오랜 시기 동안 게임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현지화와는 인연이 없었다. 최근에야 국내 개발사가 레고 라이선스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레고 게임과 우리나라는 인연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오랜 침묵을 깨고 등장한 게임은 바로 PS4용 레고 월드다. 첫 자막 한글화돼 출시되는 이번 신작은 그 동안 특정 IP를 활용한 작품군에서 벗어나 레고 자체를 활용한 어드벤처 형식의 게임성을 띄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나 반지의 제왕 같은 방식이 아닌 오리지널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우주를 탐험하던 주인공(게이머)가 갑자기 날아온 운석에 맞아 알 수 없는 행성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게이머는 그곳에서 행성에서 생존 중인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부탁을 해결해주고 비행선을 고쳐 또 다른 행성으로 모험을 떠나면 된다.
전체적으로 거대한 이야기 구성이나 아니면 뭔가 꼭 해야 할 목적은 딱히 없다. 초반 아이템을 획득하고 레고 월드를 즐기는 법을 배우는 과정 정도만 조금 있을 뿐 후반에는 말 그대로 '샌드박스' 형식을 띄고 있다. 높은 자유도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것 없이 좋은 방식이다.
시작 당시에는 다소 막막한 느낌을 준다. 게임 내 대 부분의 사물들을 파괴도 할 수 있고 또는 생성도 할 수 있지만 초반 어려운 느낌을 최소화 시키고 적응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따라 가도록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하면서도 간단 명료하게 구성돼 있다.
게이머는 행성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 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황금색 블록'을 얻게 되는데 이건 행성의 탈출을 돕기도 하고 게이머를 성장 시켜 더 많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어떻게 보면 게임 내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다.
게임은 생성과 복사, 그리고 삭제와 변형 등 4가지 형태를 레고와 접목 시켜 게이머로 하여금 창조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거대한 산을 만들거나 지하 터널을 팔 수도 있고, 집을 복사해 여러 채 배치하거나 행성 전체를 무의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는 큰 제약 없이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형태로 하게 만든다. 특히 2인 협력 플레이 모드에서는 더 재미있고 신나게 경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말도 안되게 높은 탑을 제작해서 번지 점프를 하거나 NPC들을 모두 가둬 놓는 거대한 감옥을 생성 시키는 것도 된다.
물론 모든 NPC가 게이머들의 성향을 받아드릴 수는 없지만 일부는 그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론 주먹(?)을 날려 주인공의 체력을 깎기도 한다. 소소한 반응을 보는 재미도 나쁘지는 않다.
생성 과정은 간단하다. 특정 블록을 복사해 배치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사물을 복사해서 재구성할 수도 있다. 당연히 레고 답게 자유도는 매우 높다. 필요에 따라 자신만의 조형물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행성의 멋진 조형물 또는 화산 같은 걸 이 행성으로 옮길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빌더 레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작은 집을 복사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나중에는 행성의 사물 대부분을 복사해서 배치 시키는 것도 된다. 빌더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는 황금색 블록을 모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행성의 인물들의 부탁을 해결해야 한다.
인물들이 하는 부탁은 어렵진 않다. 방법은 대 부분 생성, 복제, 삭제, 변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 후반부터는 수수께끼 비슷한 수준의 어려운 난제도 가끔 등장하고 타 행성에서 복제를 해놓은 것이 아니면 해결되지 않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초반부터 부지런히 자신의 도감을 채워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채워둔 도감은 자신만의 행성을 만들고 꾸밀 때 좋다. 초반에는 임무 위주, 중반에는 성장 위주, 그리고 후반에는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순으로 게임의 세상은 점점 확대되어 간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들은 불편한 UI 때문에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자유로운 창조를 즐기도록 유도한 게임이지만 실제 창조의 기반이 되는 기능들이 매우 불편하게 작동한다. 조작도 복잡하고 특정 상황에서는 화면을 쉽게 돌아가버리거나 넘어가는 일들이 자주 발생해 짜증을 준다.
특히 특정 건물이나 공간을 통째로 복사하는 기능과 지형을 상승, 하락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정말 불편하고 제대로 조작이 안된다. 익숙해지면 된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기능 자체가 문제가 있어서 원하는 조작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나 우리에게 익숙한 '마인 크래프트' 등과 비교해보면 정말 레고 월드는 너무 불편하다. 물론 간단한 형태에서 반복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을 단축 시켜주기 위해 편의성을 증대했다고 하지만 기능 자체에서 오는 불편함은 좋게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 후반부터 느낄 수 있는 재미 또한 크다고 볼 수 없다. 각종 탑승 장비가 등장하지만 커스텀 기능이 없어 밋밋한 반쪽 짜리 형태를 띄고 있고 게임 내 전반적인 다양한 수집 요소들은 그 외에는 별 다른 목적을 주지 못한다.
임무는 매번 비슷하고 해결해서 빌더 레벨을 상승 시키는 수준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이걸 왜 하고 있을까라는 의구심까지 느끼게 된다. 상호작용을 찾아내고 뭔가 독특한 변화, 또는 창조적 시도의 결과물 등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모두 재미있다고 보긴 어렵다.
레고 월드는 레고 라는 것에 호감을 느끼고 이를 통해 즐거움을 찾는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이다. 그렇지 않고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싸우고 나서는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겐 큰 재미를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니아들마저도 조작에서 오는 한계, 불편함은 포장해주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익숙해지면 끔찍한 형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지 결과를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만든다.
향후 4인 온라인 기능 등이 추가되면 좀 더 방대한 플레이가 가능해질 것이고 마인 크래프트처럼 함께 왕국을 건설하는 재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불편하고 복잡한 UI를 해결하고 개선하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 사랑 받을 수 있는 게임이 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레고 월드는 자막 한글화 돼 나온 첫 레고 게임이다.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과 재미있게 오순도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 게이머라면 꼭 플레이 영상이나 매장 등에서 시연을 해본 후 구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