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남궁훈이 바꾼 카카오 게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다
모두가 카카오 게임 위기설을 거론하고 있을 때 해결사로 등장한 남궁훈 부사장이 카카오에 합류한지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합류 후 첫 간담회부터 카카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제시했던 남궁훈은, 이후 카카오 게임사업의 전초 기지인 카카오게임즈를 설립하고, 퍼블리싱 사업을 본격화 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카카오 게임 무용론까지 돌았던 합류 전과 달리 아이 러브 니키, 프렌즈 사천성, 데스티니 차일드 등 카카오 플랫폼으로 성공을 거둔 게임들이 대폭 늘어났으며, 검은사막이라는 예상치 못한 유럽발 훈풍까지 불어오면서,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
카카오측의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 게임 사업 분야의 매출은 2015년 대비 37.8% 증가한 3202억을 기록했으며, 전초기지인 카카오게임즈도 매출 1천억을 넘겼다. 비록, 작년 연말에 모습을 드러낸 핵폭탄급 신작 리니지2레볼루션 때문에 성과가 다소 묻힌 감이 없지는 않으나, 중소 게임사들에게도 외면 당했던 2015년 말과 비교하면 매우 훈훈한 분위기다. 게다가 년 초에 발표했던 변화를 같이 준비하면서 우왕좌왕 하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만, 남궁훈 부사장이 카카오에 합류한지 1년이 흐른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냉혹한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작년에는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었지만, 올해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계획대로 날아올라야만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남궁훈 부사장이 합류하면서 가장 크게 내세운 변화는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마케팅 역량 강화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중소 게임사들이 for Kakao로 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마케팅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카카오톡의 네번째 탭으로 카카오 게임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작년 12월에 드디어 네번째 탭인 게임별을 공개했다. 게임별은 이용자가 노출을 선택할 수 있는 옵트인 방식으로 추가됐으며, 단순히 게임만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지급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또한, 카카오톡에서 바로 친구를 초대해 함께 즐길 수 있는 HTML5 기반의 미니 게임을 스낵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출시했다. 카카오는 게임별과 스낵 게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아이유를 동원해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시 후 4개월이 지난 게임별과 스낵 게임은 꽤 훌륭한 편이다. 게임별 노출을 선택한 이용자가 500만명에 달하며, 스낵 게임도 일일 사용자가 300만을 넘어섰다.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카카오 게임 관련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는 볼 수 없으나, 직접 설정에 들어가서 게임별을 노출시키는 귀찮은 과정을 겪은 사람이 50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개발사 입장에서 카카오 게임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고객이 500만명이라는 얘기다. 또한, 300만명을 넘어선 스낵 게임은 HTML5 기반인 만큼 소재와 표현 방법이 자유롭기 때문에 당장 매출에 도움되지 않더라도 향후 훌륭한 마케팅 수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for Kakao 라인업을 든든히 하는 작업도 순조로웠다.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등 기존 인기 게임들을 재계약하면서 매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했으며, 아이러브니키 최고 매출 5위권, 놀러와 마이홈 최고 매출 10위권, 쿵푸팬더3 매출 10위권, 프렌즈사천성 매출 10위권, 프렌즈팝콘 매출 10위권, 데스티니차일드 매출 1위 기록 등 카카오가 직접 서비스에 관여하는 퍼블리싱 및 게임 채널링 사업도 순조로웠다.
물론 기대에 못 미친 게임도 몇몇 있었으나, 룽투코리아의 검과 마법, 라인콩코리아의 촉산,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시리즈 등 단순 입점 게임들에서도 꾸준히 흥행작들이 나와줬으며, 특히 하반기에 매출 1위를 달성한 데스티니차일드의 등장은 카카오에 큰 힘이 됐다. 물론 데스티니 차일드는 굳이 for Kakao로 나오지 않았어도 1위를 달성할 수 있을만한 인지도를 가진 게임이긴 하나, 중요한 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게임에 투자를 결정하고, 채널링 서비스까지 이끌어낸 카카오의 빠른 결단력이다. 플랫폼의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모든 일에 소극적이었던 이전의 카카오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올해는 상반기에 리니지2레볼루션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게임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for Kakao 신작들의 성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리니지2레볼루션과 같은 MMORPG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4:33과 함께 하는 의천도룡기와 라인콩코리아와 함께 하는 여명이 매출 10위권 내에 오르면서 선전 중이다.
또한, 넷마블게임즈와 손을 잡고 모바일AOS 펜타스톰을 for Kakao로 끌어들였으며, 스페셜포스 IP를 쓴 스페셜포스 for Kakao와 100억이 넘는 금액을 들여 가져온 넷이즈의 음양사도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음양사는 중국에서 월 매출 10억 위안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리니지2레볼루션의 흥행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곧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리니지M도 출격 예정인 만큼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다. 특히, 리니지M이 예상대로 리니지2레볼루션 급의 파괴력을 보인다면 시장 전체가 1,2위와 나머지로 분류될 만큼 극심한 쏠림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 다수의 흥행작을 통해 플랫폼의 위력을 과시해야 하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만, 희망적인 부분은 카카오 게임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의 장르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의 원래 강점이었던 캐주얼 장르뿐만 아니라, MMRPG 같은 하드코어 장르까지 포용하면서 카카오 이용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에뮬레이터인 녹스 앱플레이어를 기반으로 만든 별플레이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타 장르에 비해 플레이 타임이 긴 MMORPG 이용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현재까지 가입자 10만명, 하루 이용자 2만명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나,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과금 비율이 높은 열성 이용자들이 많은 편인 만큼 앞으로 카카오 게임 매출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까지의 카카오가 게임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캐주얼 장르에 편중된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캐주얼은 기본이고, 하드코어 게임 장르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플랫폼이 된 느낌이다. 특히 최근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멀티 플레이 요소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만큼, 카카오톡의 강력한 소셜 기능은 강력한 힘이 될 전망이다.
또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회사들에게 악조건으로 작용하던 카카오SDK도 해결책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는 카카오API를 적용하면서 해외에 나갈 때는 구글이나 페이스북SDK를 적용할 수 있도록 SDK를 개선한 것. 최근 출시된 조이맥스의 에어로 스트라이크는 개선된 카카오SDK를 적용한 덕분에 카카오 게임으로 출시했지만 글로벌 152개국에 동시 출시할 수 있었다.
인디, 스타트업들의 매출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내놓은 광고 상품인 애드 플러스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슈퍼노바일레븐의 농장 밖은 위험해, 유료 게임이었던 로이게임즈의 화이트데이, 레프트라이트의 스타나이트 등에 애드플러스를 적용해 선보였지만, 카카오와 관계가 없는 인디 개발사의 참여로 확산되고 있지 않다. 많은 다운로드를 확보해야 하는 인디 개발사 입장에서는 카카오보다는 글로벌 출시가 우선이며, 국내 한정인 카카오 애드플러스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진 애드콜로니나 구글 애드몹이 더 매력적인 광고 상품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벙글과 제휴를 하는 등 카카오도 개선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다른 광고 플랫폼 대신 카카오 애드플러스를 선택해야 할만큼의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이 모델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애드플러스의 광고주를 더 많이 늘려야 하며, 카카오 게임으로 출시해도 글로벌 출시가 자유롭다는 것을 인디 개발사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의 퍼블리싱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개발사 투자 작업은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케이큐브벤처스와 함께 조성한 300억 규모 카카오 성장나눔게임펀드 등을 통해 지난해에만 코코모에 50억, V8에 10억, 솔트랩에 40억, 플레이스낵 15억, 룽투코리아 100억, 시프트업과 블루홀(금액 비공개) 등에 투자했으며, 올해도 넵튠에 50억, 핀콘에 40억 등 계속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넷마블게임즈, 넥슨 등 대형 퍼블리셔들이 공격적인 퍼블리싱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게임을 먼저 확보하려면 필수적인 행보다.
다만, 데스티니 차일드를 선보인 시프트업 외에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게 문제다. 투자한 국내 게임사들이 대부분 개발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카카오의 흥행 라인업을 늘리고, 국내 개발사들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에 빈틈이 생기고 있다. 게다가, 아이 러브 니키, 검과 마법, 촉산, 쿵푸팬더3 등 중국산 게임들의 성적이 좋다보니 카카오의 중국 게임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는 느낌이다. 국내 개발사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던 카카오가 오히려 중국 게임 수입에 앞장서고 있다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물론 카카오가 투자한 국내 개발사 중에서 데스티니 차일드를 내놓은 시프트업 같은 곳이 몇 곳만 더 나와준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긴 하나, 언제가 될지 미지수라는게 문제다. 최근에 슈퍼노바일레븐이 새로운 전략 게임 에잇킹덤즈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카카오 투자사들의 신작 소식이 서서히 들려오고 있으니, 이들 중에서 대박 게임이 등장하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검은사막 덕분에 카카오의 새로운 주력 사업이 된 PC 온라인 게임 분야는 남궁훈과 함께 합류한 조계현 대표가 총괄하면서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2016년 1013억 매출 중 절반에 가까운 483억원을 기록한 검은사막이 앞으로도 꾸준한 수익원이 될 수 있도록 펄어비스와 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아쉽게 서비스를 중단했던 에오스도 부활시키고, 123게임즈와 중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3D 웹게임 ‘신인왕좌’의 공동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 등 라인업 확대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PC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사라지고 있어서 서비스할 게임을 찾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테라를 만들었던 블루홀에 투자하면서 테라의 후속작으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W의 북미, 유럽 판권을 확보했다. 이제 시작단계인 게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테라 수준의 게임이 등장한다면 검은사막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든든한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VR/AR 등 차세대 게임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카카오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카카오게임즈를 주축으로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최근 글로벌 다운로드 플랫폼인 스팀VR에 VR 골프 온라인이라는 게임을 선보였으며, 올해 안에 계열사인 로이게임즈가 PS VR 플랫폼으로 화이트데이 IP를 소재로 만든 VR게임 화이트데이 스완송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가 전체가 VR/AR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흐름에 뒤쳐지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특히, 포켓몬고가 이슈가 되자 국내 AR 게임 개발사들을 위해 카카오 지도SDK를 제공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꽤 인상적인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말만큼 행동도 빨라야 하는데 포켓몬고 돌풍이 다 식어버린 지금까지도 AR 관련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에 AR 게임을 선보이거나, 선보일 예정인 개발사들 모두 오픈 스트리트 맵을 선택했으며, 카카오 지도SDK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문대로 카카오가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AR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면 포켓몬고도 해결하지 못한 AR게임의 장르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간다.
이렇듯 카카오는 남궁훈 부사장 합류 이후 게임 서비스 관련 거의 모든 정책을 변화시키면서 불과 1년만에 기존과는 아예 달라진 모습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아쉬운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지난해 대비 37.8%나 늘어난 2016년 카카오의 게임 매출이 말해주듯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난해의 성공은 카카오의 전체적인 역량 강화 덕분이라기 보다는 펄어비스, 시프트업 등 몇몇 회사들의 기대 이상의 돌풍 덕분이라고 보는 시선들이 많은 편이다. 올해도 작년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카카오 초창기 만큼 다양한 중소 게임사들이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활용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작년보다 더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해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 내로 카카오게임즈의 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해결사 남궁훈이 카카오 게임 부활을 위해 그린 큰 그림이 카카오게임즈 상장으로 완성될 수 있을지, 그리고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을 바탕으로 더욱 큰 그림을 그리게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