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된 답답함을 넘으면 전략이 보인다. 묘수풀이RPG 브라운더스트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세 장르가 액션RPG에 이어 MMORPG로 넘어가면서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MMORPG 장르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유행에 따르기 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밀어붙이는 뚝심 있는 개발사도 존재한다. 최근 네오위즈와 손을 잡고 브라운더스트를 출시한 겜프스 같은 게임사처럼 말이다.

브라운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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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프스가 개발한 브라운더스트의 장르는 턴제 수집형RPG다. 수집형 RPG는 세븐나이츠나 서머너즈워 같은 게임들이 있다보니 굉장히 친숙한 편이고, 턴제 역시 흔한 것은 아니나 특이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브라운더스트는 이 두가지를 결합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 기존에 없었던 굉장히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냈다.

브라운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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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더스트의 전투는 스킬, 공격 범위, 지원 효과, 공격 순서 등을 고려해 자신의 용병 9명을 배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어떤 캐릭터를 배치하는지, 어떤 자리에 배치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공격할 것인 것인지에 따라 전투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이머의 조작은 전투를 시작하기 전 캐릭터 위치와 공격 순서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끝나기 때문에,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면 게이머가 아예 개입을 할 수 없고,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때문에 새로운 적을 만났을 때는 적의 능력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RPG라기 보다는 매니지먼트 게임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방식이다.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고 적을 쓸어버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답답해서 짜증이 날 수도 있다.

브라운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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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본적으로 RPG이기 때문에 성장이 가장 중요하긴 하다. 무조건 높은 등급과 높은 레벨의 캐릭터 위주로 배치해두면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깰 수는 있다. 아무리 전략이 중요하다고 해도 RPG에서는 레벨이 깡패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게임의 목표는 어떻게든 깨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깔끔하게 깨는 것이다. 스테이지마다 턴 수 제한, 캐릭터 죽음 제한 등 조건이 걸려 있기 때문에 적 캐릭터를 분석해서 아군의 가장 적은 피해를 받으면서 최대한 빨리 깰 수 있는 조합을 찾아내야 스테이지를 완벽하게 클리어했다는 증표인 별 3개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RPG에서는 전방에 방어력이 강력한 캐릭터를 배치하고, 후방에 공격력이 강한 캐릭터나 힐러 같은 지원 캐릭터를 배치하는 것이 전략의 대부분이지만, 이 게임은 캐릭터마다 공격 범위나 스킬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배치에서 큰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면 적 중에 범위 공격을 가진 캐릭터가 있다면 아군 캐릭터를 최대한 분산 배치해야 하고, 적 중에 무조건 최후방 캐릭터만 공격하는 캐릭터가 존재한다면 전방이 아닌 최후방에 방어력이 강력한 캐릭터를 배치해야만 전원 생존이라는 미션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방어력이 강한 적들이 많다면, 무조건 공격력 위주로 배치하기보다 공격형 중에 방어력 무시 스킬이 있는 캐릭터 위주로 조합하거나, 적의 방어력을 낮춰주는 지원형 캐릭터를 배치해야 목표 턴 수 안에 적을 모두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무조건 등급 높고 공격력 높은 캐릭터만 키우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캐릭터를 골고루 육성하는게 중요하다. 실제로 뽑기가 아니라 스테이지 클리어로도 얻을 수 있는 투석기 노인은 십자 형태의 범위 공격을 가진 덕분에 1등급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키워야 할 중요 캐릭터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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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투 방식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전략RPG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예전 바둑 게임에서 유행하던 묘수풀이를 플레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레벨을 높여도 전멸하던 스테이지가 캐릭터 하나를 바꾸거나, 공격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별 3개 등급으로 클리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답이 정해져 있는 묘수풀이와 달리 캐릭터 조합에 따라 여러가지 해결책이 나올 수 있기도 하지만, 머리를 써서 새롭게 시도한 조합이 성공을 거둘 때의 쾌감은 묘수풀이에 성공했을 때 만큼이나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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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수집과 육성도 꽤 깊이가 있다. 최고 레벨까지 찍은 후 같은 등급의 캐릭터를 재료로 쓰면 한단계 위로 별 등급을 올릴 수 있으며, 모습이 바뀌고, 하나의 스킬을 더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캐릭터 각성 시스템도 존재한다. 또한, 같은 캐릭터나 스킬 북 아이템을 소비해서 스킬 레벨을 강화할 수도 있고, 능력치를 올려주는 룬 아이템을 장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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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특정 캐릭터를 모두 획득해 함께 배치하면 전투에 도움이 되는 세트 효과가 발동하는 요소도 있고, 캐릭터 조각을 일정 수 이상 획득하면 캐릭터를 얻거나, 특정 캐릭터를 조합해서 더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획득하는 요소도 있다. 개발사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제공하는 캐릭터만 해도 100여종이 넘으며, 앞으로 더 많은 캐릭터들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캐릭터 수집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꽤 매력적인 부분이다. 특히,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상당히 매력적이며, 깊이 있는 스토리 덕분에 캐릭터의 개성이 강조되고 있어 수집하는 재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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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양한 캐릭터의 조합이 중요한 게임 시스템, 그리고 뽑기 시스템의 극악 확률, 이 두가지가 결합하다보니 돈을 물 쓰듯 써야 하는 게임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브라운더스트를 검색해보면 처음부터 높은 등급을 뽑고 시작하는 리세마라 관련 글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으며, 뽑기를 하면 3성 밖에 안나온다는 투정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뽑기 확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결제 압박이 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 캐릭터가 필수라기 보다는 캐릭터의 조합이 중요하고, 게임 플레이만으로도 많은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PVP 영역에 힘쓸 생각이라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그냥 스테이지 클리어가 목적이라고 하면 고레벨 이용자들도 가망없다고 얘기하는 뽑기에 올인하지 말고 다양한 캐릭터 조합을 시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뽑는다고 모든 스테이지를 별3개로 클리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브라운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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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브라운더스트는 익숙한 수집형RPG이지만, 전투 시스템에 자신만의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기존에는 즐길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추구했다. 캐릭터 조합을 연구해서 까다로운 미션 클리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주된 재미이다보니 RPG라기 보다는 묘수 풀이나 퍼즐 게임을 푸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다음 스테이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성공의 쾌감을 위해 많은 제약을 걸어뒀기 때문에 굉장히 답답하고, 취향을 많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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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에 존재하는 초보자를 위한 팁 메뉴를 보고 있으면, 초보자들이 이렇게 많은 시스템을 공부해서 이 게임을 플레이하려고 할지 의문이 든다. 지켜보기만 하는 자동 전투 게임에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꽤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겠지만, 액션RPG는 고사하고, 턴제RPG를 즐기는 사람들 조차도 답답함을 느낄 것 같다. 취향에 맞으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갓게임이 되겠지만, 취향이 아니라면 전투 한번에 바로 삭제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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