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시 돌아온 꼬마, 이번엔 더 강력하다 PS4용 '마녀와 백기병2'
게임명: 마녀와 백기병2
개발사: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유통사: 인트라게임즈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2015년 12월 만난 '마녀와 백기병'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추구하는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개발사가 내심 얼마나 흑심을 많이 품고 있고 이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였다. 동화 풍의 그래픽과 일러스트 속에 예상치 못한 흑심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마녀와 백기병은 니폰이치 입장에서는 다양한 도전이 담긴 게임이었다. 3D 그래픽을 사용한 액션 RPG 라는 점부터 자극적인 내용과 욕설, 잔혹한 표현 등 그 동안 니폰이치가 추구하는 느낌과는 다른 게임성을 담았다. 이로 인해 평가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실력 있는 개발사가 (RPG에서 독보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는 개발사가) 액션 RPG를 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어떤 시도까지 가능한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내심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2017년 5월2일 후속작이 한글화돼 정식 출시됐다.
게임은 전작과 니폰이치의 게임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내용 자체는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니폰이치 게임을 즐긴 게이머라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익숙한 재미를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을 모른다고 해서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게임은 마녀의 사역마 '백기병'의 입장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전작의 시스템은 보강돼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긴 이야기와 다양한 스테이지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전작에 있었던 기가 칼로리부터 상대방을 잡아 먹는 포식 기능, 백기병의 입장을 대변하는 선택지, 게임의 재미를 높여주는 부가 기능 '마녀의 탄원서', 그리고 직업과 전투 스타일을 뜻하는 '팻싯', 소환수를 활용해 전투를 하는 토치카 등이 좀 더 개선돼 도입돼 있다.
아이템을 강하게 만드는 연성 기능(Revival 버전에서 도입)도 그대로 있다. 이 기능은 좀 더 쉽게 구하고 많이 올릴 수 있도록 했으며, 아이템 교체 시에도 높은 수치의 연성 포인트를 줘 부담 없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교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부분은 파밍 게임의 재미를 높여준 부분이다.
마녀와 백기병2는 10세 이하의 아이들이 걸리는 '마녀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녀병에 걸린 아이는 제3의 눈이 생기며 사람의 자아를 상실해 주변 사람들에게 재난에 가까운 피해를 끼치게 된다. 이는 전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와 전개다.
게임 속에는 자신의 동생을 마녀병으로 잃게 생긴 '아마리에'가 백기병과 만나 마녀에 대한 다양한 논란과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물론 선택에 따라 다양한 분기점이 있으며, 엔딩 역시 달라지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전작과 비교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시스템적으로는 이미 완성형 평가를 받았던 'Revival'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평가를 하긴 어렵지만 기능면에서는 편리해져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UI나 인터페이스 등도 시원하고 보기 좋게 변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화면을 다수 가렸던 3D 시점 문제도 개선돼 360도 어떤 방향에서도 큰 문제가 느껴지지 않는다. 액션 부분은 패싯과 스킬 시스템이 보강돼 좀 더 자유롭고 강력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아마 전작을 해본 게이머라면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템 파밍하는 재미나 강력한 적을 사냥하는 맛을 좋다. 각각의 몬스터마다 약점과 강점, 그리고 저항이 틀리기 때문에 그에 맞춘 장비 설정을 잘 하면 생각보다 손쉽게 적을 잡을 수 있다. 모든 아이템은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성장 시키면서 진행하면 된다.
액션의 재미도 좋고 보스 몬스터 공략의 재미는 전작보다 훨씬 좋아졌다. 체력에 따른, 거리에 따른, 그리고 백기병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액션에 맞춰 다양한 패턴 공격을 내민다. 전작에서도 이 부분은 호평 받은 부분이지만 이번 작품에선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게임성 자체에 대해서는 확실히 좋아졌고 쓸만한 느낌이 든다. 개발사가 바뀌면서 전작과의 연관성이 줄고 게임 방식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기후였다. 액션 RPG와 파밍 자체를 즐기는 입장이라면 두고두고 해볼 만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은 의외의 부분에서 나온다. 바로 이야기 전개다. 전작 같은 경우는 이야기 전개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고 꽤나 잔혹하고 과격한 요소들이 나와 화제를 모았다. 당연히 마니아 층도 생겨났고 후속작 발표에서도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으로 안다.
일부에서는 개발 스튜디오의 변경과 디렉터의 변화 등을 이유로 게임 자체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물론 설마 그러겠냐는 분위기였지만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게임의 주요 핵심이던 잔혹하고 과격한 부분, 그리고 독특한 구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사라진 것이다.
전작의 이야기는 니폰이치에서 보기 드문 잔혹하고 난폭, 과격한 전개와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그에 걸 맞는 '사역마' 백기병의 이야기는 선택지와 함께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했다. 개인적으로도 니폰이치 게임이라고 상상할 수 없던 대사에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마녀와 백기병2는 이런 부분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당장 민간인의 집에 들어가 공격하거나 싸우는 등의 요소도 사라졌고 선택지가 최소 수준으로 줄어 2회차의 재미도 많이 줄었다. 엔딩은 여전히 멀티지만 전작만큼의 흥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원인은 간단하다. 전작의 예측 불가능한 전개 속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라는 독특한 막장 이야기가 이번에는 질서 정연하고 차분한 형태로 가는 신파극 비슷하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마녀병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대해선 칭찬하고 싶지만 전개 과정의 지루함은 아쉬웠다.
마녀와 백기병2를 시리즈 중 처음 접한 게이머라면 이 부분이 공감되지 않을 수 있다. 전작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 전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그렇게만 보면 나름 나쁘지 않은 전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분명히 마녀와 백기병의 후속작이다.
당연히 비교 되는 부분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물론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아이템 파밍 자체를 즐기는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마녀와 백기병 시리즈를 호평한 사람들 상당 수가 괴팍하고 파격적인 전개에서 나오는 독특한 이야기의 힘에 끌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쁜 선택이 아닐까.
전체적인 평가는 준수하지만 마니아들의 마음을 잃지 못한 부분이 단점으로 남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글화는 잘 되어 있고 꼼꼼하다. 마녀와 백기병 시리즈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접하면 상상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좀 아쉬운 게임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