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과 스타일리쉬로 가득한 알짜배기. 빅터브란 오버킬 에디션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을 선택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공짜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라면 모를까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콘솔 게임이라면 사람 심리상 유명하고, 재미가 검증된 게임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인기 시리즈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작이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생각지도 못했던 신작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최근 H2인터렉티브가 출시한 빅터 브란 오버킬 에디션이 바로 그런 게임이다.
빅터 브란 오버킬 에디션은 엄밀히 말하면 신작은 아니고, 헤미몬트 게임즈가 2015년 PC 버전으로 출시했던 액션RPG 빅터 브란과 확장팩을 한데 묶어서 PS4 버전으로 발매한 것이다. 헤미몬트 게임즈는 우리에게 트로피코 시리즈, 오메르타:시티 오브 갱스터즈 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빅터 브란이 시뮬레이션 장르였다면 헤미몬트게임즈가 내놓은 신작이니 기본 이상은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겠지만, 빅터 브란은 액션RPG이니 이 게임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가 쉽지 않다.
빅터 브란의 컨셉은 악마를 잡는 사냥꾼이다. 디아블로, 위쳐 등 이 장르에서는 굉장히 익숙한 설정이라 식상한 느낌이 줄 수도 있지만, 칼 보다는 샷건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개성 넘치는 주인공의 외모가 나름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외모만 보면 당장이라도 말 타고 떠날 듯한 카우보이가 생각이 나지만, 설정상으로는 망한 왕국의 왕자다(주인공 성우가 위쳐3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분이라 위쳐3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이미지만으로는 반 헬싱에 더 가깝다).
왕국에 몰려든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전문 악마 사냥꾼인 빅터 브란이 나타났다는 굉장히 평범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나름 특색이 있다. 기계와 마법이 공존하는 퓨전 판타지 세계관이기 때문에 칼, 망치, 낫 같은 근접무기 뿐만 아니라 마법, 그리고 총기류, 기타까지 등장한다. 또한 전투 중에 실시간으로 미리 설정해둔 보조무기로 교체할 수 있어서, 원거리 무기로 적을 상대하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근접 무기로 전환해 싸우는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각 무기마다 쓸 수 있는 공격 기능이 기본 공격 외 2가지 스킬 밖에 없어서 초반에는 굉장히 단순한 느낌이지만, 무기마다 모션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무기로 교체할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두가지 무기를 실시간으로 교체하면서 싸우다보면 스킬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지는 않는다.
또 한가지 액션의 다채로움을 더해주는 요소는 점프와 구르기를 모두 지원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등장했던 액션RPG들은 조작의 편의성을 이유로 구르기와 점프 중 하나만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게임은 양쪽 모두를 지원하기 때문에 매우 쾌적하다.
특히, 구르기 기능을 활용해 적의 공격을 한대도 맞지 않고 클리어하거나, 이중 벽 점프 기능을 활용해 숨겨진 장소에 들어가는 등 도전 과제를 완벽하게 클리어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구르기와 점프만으로도 다른 액션RPG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적들과 그들의 마법 공격을 구르기와 점프로 회피하다보면 액션RPG가 아니라 탄막 슈팅 게임을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주인공의 성장은 다른 액션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악마를 사냥해서 레벨을 올리고, 더 강력한 장비로 교체하는 것. 다만, 이 게임은 주인공의 성격이 잡다하게 많이 걸치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개발자들이 갑옷을 만드는게 귀찮아서인지, 보호구가 간소화되어 있고, 대신 무기와 운명 카드, 마법의 조합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운명 카드는 일종의 버프 같은 개념으로 여러가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무기와 잘 조합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총을 사용하고 있을 때 전기 대미지 상승 효과를 가진 운명 카드를 착용하고 있으면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식이다. 아이템의 종류가 많지 않아서 수집의 재미가 크지는 않지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와 운명 카드의 조합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이렇듯 빅터 브란은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액션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다른 쟁쟁한 게임들 대신 이 게임을 선택해야 할 만큼 매력적이지는 못하다. 실제로 2015년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목을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 오픈 필드 방식이 아니라 마을 하나에서 지역을 선택해서 입장하는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이기 때문에 넓은 세계를 여행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며, 아이템의 종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템 수집을 위한 반복 플레이의 재미가 큰 것도 아니다. 굉장히 어려운 제약을 걸고 싸우는 도전과제 요소가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것은 사실이나,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오버킬 에디션은 다르다. 본편 이후 등장했던 두개의 확장팩을 포함하고, 한글화까지 된 상태에서 게임 하나 가격으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오버킬 에디션에 포함된 확장팩은 모터 헤드: 시공을 넘어서와 조각난 세계로, 본편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모터 헤드:시공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메탈그룹 모터 헤드를 컨셉으로 만든 확장팩이기 때문에 스테이지 전체에 메탈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기로 기타가 등장하고, 배경 음악도 모터 헤드의 대표곡인 아이언 피스트가 울려 퍼진다. 두 확장팩 모두 본편 못지 않은 볼륨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게임 하나 가격으로 세개의 게임을, 그것도 한글로 즐길 수 있으니 다른 어느 게임과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마다 취향차가 있을 수는 있으나, 콘솔 버전만 한정으로 말한다면 B모사의 D모 게임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