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욕심껏 담다 모두 쏟아버린 아쉬움...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3'
게임명: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3 (Sniper: Ghost Warrior 3)
개발사: 시티 인터렉티브
유통사: H2인터렉티브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PC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게임이 사양, 성능, 장르적으로 발전하면서 요구하는 수준이나 깊이에 대한 욕구도 점점 커져왔다. 더 커지고, 사실적이며 더 많은 걸 보여주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총알만 나가도 신기했지만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누가 어떻게 쏘는지가 중요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스나이퍼'가 등장하는 게임은 FPS, 건 슈팅 장르 게임의 발전의 가장 끝 자락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스나이퍼가 활약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수 많은 인공지능 적, 그리고 섬세하게 커스텀 된 총기로 호흡조절까지 하며 총을 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나이퍼가 주는 긴장감은 타 건 슈팅 게임과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한 발이 매우 중요하고 적들에 대한 움직임 파악, 완료 후 신속하게 빠져 나갈 동선,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한 총격전 준비 등 살 얼음 판을 걷는 듯한 재미가 주된 요소였다.
하지만 개발자가 신이 아니듯 이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게임으로 내놓기엔 무리가 있다. 오늘 리뷰 할 H2인터렉티브의 PS4, PC용 게임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3'(이하 스나이퍼3)처럼 말이다.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결과는 아쉽고 참담했다.
스나이퍼3는 전작 게임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2 출시 이후 약 4년 만에 나온 게임이다. 사실 이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 시리즈는 게임성이나 재미적 측면, 특히 막대한 버그로 인해 항상 혹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이상의 판매량이 나오며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등장에 대해 많은 언론과 평론가, 그리고 게이머들은 기대 반, 호기심 반 입장으로 기다려왔다. 앞 선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나아진 결과이고, 시리즈 최초의 오픈 월드 방식 도입이라는 큰 변화 도입 등으로 발전한 느낌도 주지만 게임성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스나이퍼3는 내전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조지아 공화국의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미국 해병 출신의 스나이퍼 대원 '조나단 노스'가 행방불명 된 자신의 동생 '로버트 노스'를 찾기 위해 이 곳의 주요 임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오픈 월드 방식 도입으로 인해 임무의 선택과 수행, 결과 등을 자유로운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주요 임무를 제외하면 대 부분의 임무를 마음껏 선택해 전개할 수 있게 돼 전작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그리고 드론부터 다양한 커스텀 기능, 장비를 제작해서 임무를 더욱 수월하게 해결하는 등의 요소들은 조금 어설프지만 나름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꽤 괜찮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작의 문제점 중 하나인 심박 요소가 빠진 것도 환영할 부분이다.
게임의 진행은 '세이프 하우스'에서 임무를 선택한 후 그곳에서 장비, 시간 등을 설정해 해당 장소로 이동, 원하는 지역에서 저격을 완수하면 된다. 그리고 적들의 추격을 받기 전 지역을 완전히 빠져 나오면 임무가 완수된다.
임무의 경우는 인질 구출부터 특정 타깃 암살, 특정 지역 장악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숨어서 잘 쏜 후 빠져 나오는 방식을 띄고 있다. 오픈 월드 방식이 적용돼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작들과 비교해도 크게 나아진 부분은 아니라서 아쉽게 느껴진다.
저격을 쏘는 과정은 준 아케이드 방식이다. 심박수가 제외돼 나름 편하게 저격할 수 있게 됐지만 거리별 영점 조절, 탄낙차, 순간 심호흡 정도 등의 요소는 좀 더 세밀하게 구성하도록 해 저격을 하는 재미 자체는 어느 정도 이상으로 살려놨다.
비교를 해보면 경쟁작인 '스나이퍼 엘리트' 시리즈보다 훨씬 쉽지만 저격을 하는 재미 자체는 전작보다 개선되고 발전된 느낌을 준다. 설정 등에서 적 강조 표시, HUD 등을 조절하면 좀 더 사실적인 저격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 면만 보면 나아진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오픈 월드 상황에서 맞춰 적의 진지 내 모든 적을 제압하고 장악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앨리트 적들을 제압하고 유유히 돌아다니는 맛도 나쁘지 않다. 다만 아쉬운 건 이 게임의 장점이 이 정도에서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단점은 차고 넘친다. 우선 그래픽이 기대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 크라이엔진을 활용해 사실적으로도 풍성한 숲과 지형, 사물의 느낌을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밋밋하고 어색한 수준이었다. 아마 오픈 월드 방식 도입으로 인해 전체적인 수준이 낮아진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공간, 사물에 대한 표현력, 그리고 숲이나 나무 등의 지형이 너무 어색하다. PS4 프로에서 구동할 때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고스트리콘: 와일드 랜드'와 비교해도 수준이 많이 떨어지며, 파 크라이 시리즈나 경쟁작 스나이퍼 엘리트3와 비교해도 많이 부족하다.
또한 저격 게임의 재미인 적군의 대항 인공지능도 기대보다 너무 수준이 낮다. 시체를 발견하기 전까지 대 부분의 적은 정해진 동선 정도만 돌아다니며 총 소리가 나도 주변 경계를 높이거나 저격수를 찾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서 타깃을 저격할 때 주변의 적 저격수를 드론으로 찾은 후 선행 저격하면 아무런 재제 없이 타깃을 잡고 빠져나올 수 있다. 그리고 언덕 등에서 아래쪽에서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살짝 총구만 내밀어 저격하면 소리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수의 인공지능 적은 주인공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다. 초반 제공 소음기만 써도 그렇다.
그래서 오픈 월드 방식의 미션 지역 대부분은 게이머가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미션 실패할 경우가 거의 없다. 인질 구출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군이 눈 앞에서 사살되면 곧바로 인질을 쏘기 마련이지만 정해진 경우가 아닌 상황에서는 엄폐만 해버리기도 한다.
게이머가 능력만 된다면 보급 받은 무기와 탄으로 어느 정도 이상까지는 휩쓸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임무의 경우는 워낙 타깃도 많고 총알, 장비 등을 많이 쓰기 때문에 세이프 하우스에 보급을 거의 무조건 받아야 한다.
은근 이 과정이 귀찮다. 맵도 제법 큰 편이고 그냥 다니다 보면 적군의 눈에 띄어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간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오픈 월드로 인한 문제는 더 있다. 특정 공간이나 산, 절벽 등에선 움직이는 도중 끼어버리거나 다시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재시작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평지를 이동하는 과정 등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한 번씩 생겼다.
마지막으로는 손맛이 매우 부족하다. 사실 저격 게임들은 자신이 쏜 총알이 적에게 어떻게 히트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떻게 적이 사망하는지가 중요하다. 스나이퍼 앨리트 시리즈가 내부 신체 내 뼈나 장기의 파손 등을 보여주는 이유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하지만 스나이퍼3에서는 총알이 날아가는 연출은 있지만 히트 시에는 '픽' 하고 허무하게 끝난다. 총알의 움직임에 맞춰 레그 돌이 밀려 넘어지듯 푹 하고 쓰러진다. 날아가기도 하지만 피격 모션이나 아파하는 동작이 없기 때문에 뭔가 현실적이지도 않고 손맛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오랜 시리즈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격이 주는 재미 측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콘텐츠의 량이 많아 진다고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장르에 대해 원하는 게이머들의 욕구를 잘 반영하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스나이퍼3는 넓어지고 다양해졌지만 깊이는 기존 시리즈 수준 정도 밖에 안 된다. 기대 없이 가볍게 즐기고 싶은 게임을 찾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아니면 B급을 선호하거나) 어느 정도 영화 같은, 아니면 사실적인 저격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라면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