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한 줄 안 건드리고 게임 개발, 닮아가는 언리얼과 유니티
게임엔진의 대명사인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엔진이 점점 서로 닮아가고 있다. 게임 개발의 민주화를 외치며 더욱 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유니티가 만들었다면, 언리얼은 코드 한 줄 수정하지 않고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일찍부터 마련했고, 이에 질세라 유니티도 유니티 2017.1 버전을 공개하며 유사한 기능을 선보이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먼저, 스마트폰 게임이 대중화면서 게임 개발엔진인 유니티가 개발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C#과 자바 등 국내 개발자들에게 친숙한 개발 언어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기반의 개발툴을 마련해 더욱 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 덕에 코딩에 대해서 잘 몰랐던 디자이너나 기획 직군 등 비 프로그래머 영역의 개발자들도 비교적 게임 개발에 더욱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래픽 부분의 개발자가 스스로 독립해 게임 개발을 직접 완료하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주목 받은 도톰치게임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유니티가 개임 개발의 대중화를 끌어냈지만, 코드를 한 줄 건드리지 않고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마련한 것은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이다. 언리얼 엔진은 파격적인 엔진 무료화 선언 등을 비롯해 그간 대형 게임사나 트리플 A급 게임 게발에만 사용된다는 이미지를 벗어 던지는 동시에, 2014년 언리얼 엔진4 출시와 함께 블루프린트라는 비주얼 툴을 선보였다.
블루프린트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프로토타입 제작과 출시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디자이너 친화적인 비주얼 툴이다. 블루프린트를 활용하면 오브젝트 작동 및 반응방식 설정, UI 수정, 입력 콘트롤 조정 등 많은 작업들을 할 수 있다. 레벨 단위 이벤트뿐 아니라 개별적 액터에 대해서도 각각의 스크립팅된 동작을 제어하거나, 시스템 전반에 걸친 복잡한 애니메이션, AI 또는 엔진상에서 돌아가는 무엇이든지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 프로그래머들도 게임 전반의 스크립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아울러 언리얼 엔진은 언리얼 엔진4 이전의 '마티네'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전문화된 멀티 트랙 에디터를 통해 인게임 시네마틱을 만들 수 있는 툴인 시퀀서도 선보였다. 사용자는 레벨 시퀀스를 만들고 트랙을 추가, 시퀀스의 콘텐츠를 정의하는 각 트랙을 구성할 수 있다. 트랙은애니메이션이나 트랜스폼, 오디오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시퀀서를 이용한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Hellblade: Senua’s Sacrifice)’의 라이브 퍼포먼스 구동 장면의 실시간 데모를 통해 지난 2016년 세계 최대의 컴퓨터그래픽 전시회 시그라프(SIGGRAPH)에서 ‘실시간그래픽 및 인터랙티브 최우수상(Award for Best Real-Time Graphics and Interactivity)’을 수상한 바 있으며, 최근 게임도 정식으로 출시도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퀀서는 미리보기에서 최종결과물까지 몇 주에서 수개월 걸리던 영상 작업을 단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강점이며, 최근 언리얼 엔진4가 업그레이드 되며 기능과 안정성, 편의성 등이 크게 개선됐다.
언리얼이 이처럼 비 프로그래머 직군의 개발 참여를 더욱 쉽게 끌어내고 시네마틱 제작을 더욱 수월하게 해주는 툴을 선보이자 유니티도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유사한 기능 지원에 나섰다. 유니티4, 유니티5와 같이 넘버링 되던 것을 벗어나 새롭게 태어난 유니티의 차세대 버전인 유니티 2017.1을 선보이며 다양한 기능을 업데이트 했고, 국내에서도 이달 초 행사를 진행하며 더욱 강력해진 유니티의 기능을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주얼 툴인 ‘타임라인(Timeline)’과 ‘시네머신(Cinemachine)의 도입이다. 이를 활용하면 디자이너, 아티스트, 애니메이터들이 프로그래머에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영화적인 콘텐츠와 게임플레이 시퀀스를 제작할 수 있다.
타임라인은 컷씬과 트레일러, 게임플레이 시퀀스 등 영화같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게임 오브젝트, 애니메이션, 사운드 및 씬을 조합하여 컷씬, 게임플레이 시퀀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타임라인을 통해 코딩이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영화적 표현에 집중할 수 있다.
씨네머신은 고급 카메라 시스템으로 유니티에서 코딩 작업 없이 영화와 같은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툴이다. 씬 구성 및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최적에 타이밍에 가장 어울리는 장면을 구현하는 스마트 카메라 세트라고 이해하면 된다. 수작업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카메라를 프로그래밍하고 수정하는 데 소요되는 엄청난 시간을 절약해준다.
이 뿐만이 아니다. 두 엔진은 VR과 AR 등에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AR 관련기술을 에픽게임즈는 지난 6월에 있었던 애플의 WWDC(세계개발자회의)에서 언리얼 엔진 4로 개발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데모 선보였다. 애플은 행사에서 자사 AR 키트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이 언리얼 엔진 4를 기반으로 디자인한 윙넛 AR(Wingnut AR) 데모 무대 시연을 직접 선보였으며, 맥(Mac)에서의 VR 지원 발표와 함께 아카데미 수상 경력의 존 놀 ILM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화산 행성 무스타파의 풍경을 언리얼 에디터 내의 VR 모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선보였다.
에픽게임즈는 현재 깃허브(GitHub)를 통해 애플의 AR 키트와 맥 VR에 대한 언리얼 엔진 4의 얼리 억세스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컴파일과 실행이 가능한 풀 소스 코드를 활용해 바로 AR과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또한, 10월 중순 쯤에 공개될 언리얼 엔진 4.18 버전에는 구글이 30일(한국 시각) 발표한 ARCore는 안드로이드 OS에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 콘텐츠를 제작 할 수 있는 ARCore SDK 얼리 엑세스 지원을 포함해 다수의 AR 기능 지원 기술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애플의 AR 기능인 ARKit 지원 기술도 포함될 예정으로, 에픽게임즈는 8월 초 있었던 언리얼 엔진 4.17 업데이트를 통해 ARKit 지원 플러그인을 제공한 바 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VR/AR의 환경의 3분의 2 이상을 점유하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유니티엔진을 사용하는 전세계개발자들에게 ‘구글 ARCore SDK for Unity(Google’s ARCore Software Development Kit for Unity)’의 프리뷰 버전 제공에 나선다.
해당 솔루션은 유니티 2017.2 Beta 9 이상 버전부터 통합 제공될 예정이다. 유니티를 이용하는 개발자들이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 기기를 위한 AR 환경을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ARCore SDK는 안드로이드 7.0 버전인 누가(Nougat) 이상의 운영체제가 탑재된 구글픽셀과 삼성 갤럭시 S8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으며, 계속해서 안드로이드 기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용 엔진을 대표하는 두 엔진이 유사 기능을 추가하며, 비 프로그래머 직군의 개발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고, 비슷한 분야도에도 집중하는 등 서로 점점 닮아가고 있다"라며, "두 엔진의 경우 엔진 판매 방식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는 만큼, 개발사 입장에서는 자사의 프로젝트에 더 적합한 형태의 엔진을 선택해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