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셧다운제, 찬반 의견 팽팽한 대립…명확한 연구 필요에는 한 목소리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심야시간대 인터넷 게임 제공을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관한 토론회에서 현재의 강제적 셧다운제를 유지하자는 찬성 측과 폐지하자는 반대 측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 나왔다. 다만, 셧다운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금일(14일) 김병관, 제윤경(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세연(바른정당), 김성식(국민의당), 추혜선(정의당)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정책 토론회가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이번 정책 토론회에서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의미와 실효성, 문제점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 청취 및 논의를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 현장에서는 아이건강국민연대 이용중 대표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각각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발표했으며,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 한국NVC센터 강지명 박사 찬성 입장의 지정 토론자로 나섰고, 마상소프트 강삼석 대표가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토론회 좌장은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의 권헌영 교수가 맡았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법 제정 이후 6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셧다운제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잘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짚어보자는 취지로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라며, "게임 업계는 셧다운제 이후 인재의 유입이 줄어 드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번 토론회가 셧다운제를 단순히 게임 산업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만이 아니라 다각적으로 보며 합리적인 규제인지 논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공동 주최한 김세연 의원은 "셧다운제 시행 6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자리로, 게임업계가 셧다운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고,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그리고 실제 규제의 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이 부모들의 명의를 도용해 규제를 회피할 수 있어 실효성 의문이 있었던 만큼 이번 토론회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리해 논의하는 좋은 토론회가 이뤄지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토론회에서는 셧다운제를 유지하자는 찬성과 폐지하자는 반대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셧다운제 찬성 측 발제자로 나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이용중 상임대표는 셧다운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용중 대표는 아이들이 병들어가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게임을 꼽았다. 모든 원인이 게임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건강하지 못하게 자라나는 원인 중 하나가 게임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셧다운제의 경우 오히려 10시로 당겨야 하며, 아이들의 건강은 어른이 변해야 가능하기에 어른도 스스로 일정 시각이 되면 게임에서 손을 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와 한국 NVC센터 강지명 박사도 셧다운제에 대한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이현숙 대표는 "아동 청소년의 안전한 성장을 위해 도입된 셧다운제에 대한 논쟁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라며, "모두 게임의 문제는 아니지만, 심야 시간대에 즐기는 게임에서 낯선 성인을 만날 수 있는 등 낮에 즐기는 게임보다 위험할 수 있으며, 청소년들이 게임을 즐길 권리도 있지만, 국가와 사회는 유해 매체와 콘텐츠로부터 아동이나 청소년을 보호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셧다운제 시행 전과 이후, 아이들의 이용 시간이 확실히 감소했으며, 이는 셧다운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감소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라며 "셧다운제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보지는 않지만, 셧다운제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NVC센터 강지명 박사는 "셧다운제는 대화가 단절되고 의사소통이 안되는 가정에서 국가에 보낸 SOS라고 생각한다"라며, "셧다운제는 자기통제가 안되고, 가정 내에서 의사소통이 힘든 경우에는 엄청난 의미가 있어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라고 이야기 했다.
이어 "현재 다양한 셧다운제가 있으나 이른 바 강제적 셧다운제만을 남겨두고 이를 청소년보호법이 아닌 게임 산업의 모법(母法)인 게임산업진흥법에 포함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다만, 게임이 술, 담배, 단란주점 같은 것과 동일 선상에 놓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셧다운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그는 셧다운제 폐지의 이유로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문화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꼽았다. 아울러 셧다운제가 게임 규제를 통해 국가가 사회를 관리하려는 장치로 기능하는 것과 문화 활성화에서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을 이었다.
이동연 교수는 "청소년의 수면권이 문제라면 왜 12시를 넘어서 공부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으며, 오히려 셧다운제로 인해 아이들이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졌고, 게임 이용시간이 16~20분 줄었다는 조사도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며, "2011년 말부터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산업에서 1조 1600억 원의 매출 감소가 나왔고, 셧다운제로 게임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면서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부정적인 모습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게임 개발사인 마상소프트의 강삼석 대표도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을 잠재적인 범죄라고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들이 셧다운제로 인해 심야시간에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되자 부모 등의 명의를 도용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마상소프트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의 경우에도 51세 이상의 이용자 게임 계정이 2005년에는 1.9%에 불과 했는데, 2017년 9월 7일은 4.3%로 늘었다. 강 대표는 게임의 특성상 많은 조작을 요구해 51세 이상이 이용자 계정은 도용 계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강 대표는 "오래하면 게임 만이 아니라 공부나 운전 등 모든 것이 나쁘다며, 셧다운제와 같은 법적인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라며, "셧다운제와 같은 법적인 규제와 장치로 인해 청소년 대상 게임을 개발하면 신경 써야할 부분이 더 많아 게임 개발사들도 청소년 이용가능 게임을 개발하지 않고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셧다운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가운데, 현재 셧다운제에 대한 실상조사 등이 너무 안되어 있어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에는 모두 뜻을 모았다.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연구 결과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찬성과 반대의 한쪽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조사 준비 단계부터 함께해 장기 연구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했다.
좌장을 맡은 권헌영 교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근거가 없다고 보는것도 어렵고, 전혀 쓸모 없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며,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서 사실 정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오늘 토론회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