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래픽도 플레이도 모두 클래식한 명품, '컵헤드'
게임명: 컵헤드(CUPHEAD)
개발사: 스튜디오 MDHR
유통사: 스튜디오 MDHR
플랫폼: PC, Xbox ONE
현지화: 한글 업데이트 예정
필자명: 구석지기
슈퍼 마리오와 록맨 같은 플랫포머 스타일의 게임들은 간단한 조작과 이에 비례되는 독특한 게임 구조, 그리고 꽤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쉬운 조작이지만 필요에 적절히 써야 하고 보스 전은 적의 패턴 파악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진입 장벽 자체는 높지만 어느 순간에는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하고 아슬아슬한 패턴을 빠져 나가 골인하거나 보스를 제압하면 타 게임과 비교도 못할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아마 이것 때문에 오랜 시간 플랫포머 장르가 사랑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이머들의 펀딩을 받아 개발에 착수한 '컵헤드'는 이런 계보를 이어나가는 뛰어난 게임이다. 1930년대 만화 풍의 디자인과 당시 브라운관의 특징의 스캔라인 등을 그대로 디자인화 시킨 이 게임은 고전 게임들이 가졌던 다양한 매력을 더한 게임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예상보다 다소 늦게 출시가 되긴 했지만 PC와 Xbox ONE 등 2개의 플랫폼으로 출시가 됐으며,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게임의 매력은 끝이 없으며, 이걸 사는 것 자체가 악마와 계약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우선 그래픽은 기대 이상이다. 사전 영상 등에서 공개된 모습보다 훨씬 다양한 동작이 캐릭터에서 느껴지며 3개의 월드 내내 수많은 다양한 캐릭터들의 움직임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사랑스러운 개구쟁이 컵헤드의 모습은 물론 배경까지 어느 하나 통통 튀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이 게임의 개발자들은 1930년 고전 만화 영화들, 특히 그 중에서 당시 시대를 상징하는 애니메이터 '맥스 플레이셔'(Max Fleischer)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맥스 플레이셔는 당시 만화 영화 방식에서 주를 이뤘던 Theatrical short film 시리즈를 제작하며 주목 받은 인물이다.
그는 전 세계 최소의 '웨이트리스' 캐릭터로 불리는 '베티 붑'(BETTY BOOP) 캐릭터를 만들어 만화 영화로 방영했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뽀빠이과 슈퍼맨 등의 만화 영화를 제작한 인물이기도 하다. 1930년대 성장하던 만화 영화 시장을 이끈 거장이기도 하다.
컵헤드 게임은 이런 상징적인 측면을 대충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닌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실제로 이 게임 내 모든 애니메이션 동작들은 개발진들이 손으로 직접 종이 위에 그린 후 이를 스캔해 디지털화 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말 그대로 당시 기법을 제대로 활용한 결과물인 것이다.
프레임도 워낙 높아서 이를 다 만드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게임은 밸트 스크롤 기반의 액션 게임부터 횡 스크롤 슈팅, 퍼즐 등이 다양하게 내포돼 있으며,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아주 꼼꼼하게 채워져 있다.
이 게임의 이야기는 컵헤드와 그의 형제 '머그맨'이 지옥에 있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 자신에게 이기면 카지노를 통째로 주겠다는 악마의 속삭임에 속아 패배하게 되고 빚을 갚기 위해 악마의 명령에 따라 다른 존재들에게 대신 빚을 받아내는 내용을 다뤘다.
기본적인 조작은 '록맨' 또는 '혼두라'로 불리는 액션 슈팅 게임이다. 여기에 분홍색을 점프로 때려(기술명은 페리) 추가 이동과 필살기 게이지를 얻는 요소와 완전히 다른 장르의 횡스크롤 방식 슈팅 게임 등이 더해져 고전적이면서도 참신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게임은 총 3개의 월드로 구성돼 있으며, 총 17개의 스테이지로 나눠진다. 런앤건과 플라잉, 보스전 방식으로 나눠지며 앞의 스테이지가 해금 되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다. 스테이지 곳곳에는 진행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 있으며, 상점 등에서 더 강해지는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런앤건 스테이지는 말 그대로 시작 지점부터 몇 개의 페이지를 거쳐 도작 지점까지 가면 되는 방식이다. 마지막에 보스가 나오는 곳도 있고 도착 지점에 들어가면 끝나는 방식 등 다양하게 나눠진다. 횡 기반에서 종 기반 등 스테이지가 다양하고 변화 무쌍한 점이 특징.
플라잉으로 불리는 슈팅 부분은 횡 스크롤 기반 형태의 슈팅 게임으로 일반적인 슈팅과 회피 버튼, 그리고 페리 사용 등으로 나눠진다. 다양한 패턴의 보스를 제압하면 승리하는 방식이며 페리로 스킬 카드를 모두 모으면 무적의 강력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조작 방식은 단순하지만 게임 내에서 이 조작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점프와 페리로 이동이 어려운 구간을 벗어나고 대시를 사용해 멀리 점프 하거나 빠른 적의 패턴의 공격을 회피할 수도 있다. 숙이기와 점프, 8방향으로 쏠 수 있는 슈팅 공격까지 정말 적절하게 쓰게 만든다.
물론 그러다 보니 게임의 난이도는 제법 높다. 초반 1스테이지에서도 몇 번을 맞거나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며 뒤로 갈수록 지옥과 같은 수준을 자랑한다. 처음엔 대시와 점프 정도로 살아갈 수 있지만 나중에는 숙인 후 대시, 점프 후 페리, 그 후 대시 등 빠른 조작을 요구해 정신을 쏙 뺀다.
그나마 플라잉은 쉬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등장 보스 대 부분이 화면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워낙 독특하고 창조적인 공격을 쏟아내 회피와 페리를 남발하게 만든다. 어느 하나 쉬운 적이 없으며 이게 제일 낮은 난이도라는 점에서 절망을 느끼게 한다.
도전적인 걸 즐기는 게이머를 위해 이 게임은 레귤러라는 난이도를 제공한다. 심플이라는 더 낮은 난이도가 있지만 진정한 재미는 이 난이도에서 느낄 수 있다. 적들이 더 강해지고 1~2단계의 페이즈가 더해진다. 보스는 추가 변신을 하거나 패턴을 섞어 넣는다.
게임은 정말 재미있으면서 어렵다. 보스나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1930년대의 캐릭터들의 움직임처럼 매우 독특하고 활발하다. 그래서 패턴을 파악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그리고 특정 공격 등은 매번 다른 패턴으로 나오기도 해 게이머를 혼란스럽게 한다.
여기에 스테이지마다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게 만드는 다양한 조건들이 존재해 게이머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 게임의 밸런스나 2인 플레이 시의 재미 요소도 만족스럽다. 2인 플레이 시 아군이 죽을 경우 영혼이 돼 날아가는데 이걸 페리로 치면 되살아난다. 꽤 재미있는 요소다.
정말 2인 플레이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방대하고 다양한 콘텐츠는 파고 드는 재미를 찾는 게이머들에게 딱이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는 그런 게임이지 않을까 싶다. 재미 있고 정말 오랜 시간 파고 들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은 멀티플레이가 없다는 것이다. 로컬 2인 플레이는 가능하지만 온라인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PC 버전에선 2인 플레이가 요상한데 유선 또는 무선 패드가 2개 있거나 아니면 키보드로 먼저 시작한 후 패드를 연결해야 한다.
아마 향후 패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는 옵션이나 다른 부분의 지원이 Xbox ONE 버전에 최적화 돼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컵헤드는 오랜만에 나온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멋진 게임이다. 차후 한국어 패치가 된다고 하니 그때 구매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