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지배하라. 온라인 MMORPG의 끝없는 도전
이번 지스타2017 행사에서 블루홀이 테라의 후속작으로 선보인 대형 MMORPG 에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게임사로 떠오른 블루홀이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공중을 무대로 한 독특한 스팀펑크 세계관이 신선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지스타의 주인공은 당연히 배틀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지만, 에어 역시 수준 높은 게임성과 공중과 지상을 넘나드는 인상적인 20:20 RVR 모드를 선보여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에어가 하늘을 무대로 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긴 하지만, 하늘을 무대로 한 MMORPG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많아 깜짝 놀라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3D 게임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공중을 무대로 한 MMORPG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여러 게임사들이 도전해 성공과 실패를 맛봤다.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잘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 있는 게임이 드문 것 뿐이다.
국내에서 무대를 하늘로 옮긴 최초의 MMORPG라고 볼 수 있는 게임은 이온소프트(현 갈라랩)가 지난 2004년에 선보인 프리프다. 그 당시 국내 최초의 비행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왔던 이 게임은, 땅에서 놀던 다른 게임과 달리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과 공중 전투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해에 마비노기, 스페셜포스, 카트라이더, 열혈강호 온라인 등 기라성 같은 게임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독특한 아이디어 덕분에 해외에서는 더 많은 인기를 얻어 전체 매출 중 9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글로벌 흥행 게임이 됐다. 다만, 사명을 갈라랩으로 변경한 이후 2012년에 선보인 프리프의 후속작 F2는 전작보다 강화된 공중 전투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만들었으나, 안타깝게도 정식 서비스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개발이 중단됐다.
프리프 이후 공중 전투에 도전한 게임은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액토즈소프트의 라제스카다. 미르의 전설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100억이 넘는 돈을 투자해 만든 이 게임은 빗자루 수준이었던 프리프보다 더 큰 규모로 다수의 비공정과 모함이 등장하는 공중 전투를 지원한다고 밝혀 많은 관심을 모았다(당시 발표대로라면 블루홀이 발표한 에어와 거의 흡사한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05년 첫 발표 이후 점점 소식이 뜸해지더니 결국 2009년 개발팀을 해산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공중을 무대로 한 게임이 얼마나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사례다.
라제스카보다 1년 늦은 2006년에는 국내 MMORPG 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쓴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발표됐다. 2008년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전세계를 휩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아 퀘스트 중심의 진영전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날개를 단 캐릭터들의 화려한 공중 전투를 선보여 단숨에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평정했다.
지금이야 리그오브레전드에 의해 깨지기는 했지만, 당시 아이온이 기록한 PC방 순위 160주 연속 1위는 국내 온라인 게임에 새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리니지2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위기설까지 돌았던 엔씨소프트는 주가가 15배 이상 상승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공중 전투를 앞세운 아이온의 전성기가 장기화되고 있던 2010년 이후에는 엠게임과 위메이드가 연이어 공중 전투 MMORPG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엠게임이 내놓은 게임은 드래곤을 탑승하고 공중전투를 벌이는 워오브드래곤즈였고, 위메이드가 내놓은 신작은 당시 엄청나게 이슈가 됐던 제임스 카메론의 3D영화 아바타처럼 다양한 몬스터를 포획해서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을 특징으로 내세운 네드였다.
열혈강호 온라인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며 계속 실험적인 게임들을 선보이던 엠게임이 선보인 워오브드래곤즈는 드래곤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관심을 받긴 했으나, 그래픽과 게임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면서 2012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0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위메이드의 네드는 개발 방향성의 문제로 계속 정식 서비스가 계속 지연되면서 4년이 지난 2014년에서야 이카루스로 이름을 바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발을 시작하고 나서 정식 서비스까지 무려 11년이 걸린 것이다. 현재 와이디온라인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이카루스는 미르의 전설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던 위메이드의 바람처럼 간판 타이틀이 되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몬스터를 포획할 수 있는 독특한 재미를 앞세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내년에는 이카루스의 강점을 모바일로 옮긴 이카루스M이 넷마블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의 아버지로 유명한 송재경 대표가 야심차게 선보인 MMORPG 아키에이지도 공중 전투를 지원한다. 원래는 공중전투 개념이 없었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세계관을 확대해가면서 지난 2016년에 하늘에서 진행되는 공중 레이드 오키드나의 증오를 선보였다.
오키드나의 증오는 뇌신의 날개라는 날틀을 착용하고 공중 몬스터 삼족오를 처치하는 레이드 전투로 아키에이지 최초의 공중 전투인 만큼 색다른 재미를 원하는 높은 레벨 이용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제 첫번째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블루홀의 에어는 지금까지 공중 전투를 내세웠던 게임 중에서가장 큰 성공을 거둔 엔씨소프트 아이온의 핵심 개발자였던 김형준 PD가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게임이다.
스팀펑크 세계관을 배경으로 기계와 마법이 공존하며, 공중에 떠 있는 부유도를 배경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만큼 길드 단위로 거대 비행선을 건조해 다른 진영의 공중 요새에 쳐들어가는 대규모 공중 전투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지스타에서 공개된 20:20 RVR 전투에서도 공중과 지상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전투를 선보여 MMORPG RVR 전투의 진화형을 선보였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현재 게임 시장이 모바일RPG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상대적으로 PC 기반 MMORPG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발표한 내용이 모두 실제로 구현된다면 블루홀의 대표작인 테라를 능가하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에어는 현재 1차 CBT 참가자를 모집 중이며, 오는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1차 CBT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