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퍼즐게임의 새로운 시도를 환영한다 '캐슬 오브 좀비'
필자는 스타트업 게임사들의 게임을 자주 즐기는 편이다. 인디 게임들을 포함해서 이들 스타트업의 게임들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작 모바일RPG와는 차별화된 시도들이 많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매년 부산에서 진행되는 인디게임페스티벌 등을 굳이 취재하기 위해 가는 이유도 개인적으로 그런 색다름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에 최근 '캐슬 오브 좀비'라는 이색 퍼즐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보게 되었다. 사실 스타트업 회사들이 많이 선택하는 장르가 간단한 액션 아니면 퍼즐일 경우가 많은데, 사실 퍼즐은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표현하기가 쉽지만 또 재미있게 만들기 어려운 장르여서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나 '애니팡' 류 쓰리매칭 퍼즐의 경우 나올 건 다 나온 상황이 아닌가 싶어서 더욱 그런 상황. 그러나 그런 쓰리매칭 퍼즐에서도, 아이잭 게임즈에서 내놓은 '캐슬오브좀비'는 처음부터 '오 신선한데?' 라는 느낌이 드는 장치를 몇가지 보여주고 있었다.
다운로드 받아 게임에 들어가보니 타이틀 화면에서 귀여운 슬라임 같은 캐릭터들이 게이머를 반겨왔다. 뭉툭하고 둥근 몸체에 짧은 팔다리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인데, 가만히 살펴보면 일본형 귀여운 스타일은 아니라 다소 서양쪽 풍의 그래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발사 측에서 유럽이나 북미 시장을 노린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스토리 라인도 단순 명확하다. 스테이지 셀렉트 화면을 보면 좀비가 여자친구를 가둬놓은 걸 볼 수 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서 여자친구를 구출하는 게임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다만 여자친구가 조금 더 귀여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 (미간 사이가 너무 넓은 게 흠이다.)
게임을 보면, 사실 그동안의 장르 융합 하이브리드 퍼즐 게임들을 보면 쓰리매칭 퍼즐은 그대로 두고 별도의 연출 화면을 통해 퍼즐을 잘 풀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퍼즐앤드래곤'이나 '크루세이더 퀘스트' 등 글로벌 인기를 얻은 게임들도 대부분 그런 방식이었는데 반해 '캐슬 오브 좀비'는 쓰리매칭 퍼즐 안에 캐릭터와 좀비들이 직접 들어가있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퍼즐 안에서 게이머는 좀비와 주인공을 일체 조종할 수 없다. 7X7 퍼즐 내에서 제한된 기회 안에 주인공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해야 하는데, 주인공이든 좀비든 자신의 턴이 올 때 마다 AI가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좀비의 수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주인공이 목적지로 가지 못할 확률이 높은데, 그렇기 때문에 게이머는 퍼즐을 잘 풀어내어 좀비를 없애거나 혼란시켜야 한다. 즉,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게이머가 좀비를 공격하는 방식은 몇 가지가 있다. 퍼즐을 3개씩 없애면 그냥 없애는 것으로 끝이지만, 만약 같은 색 4개를 없애게 되면 그에 따른 마법구슬이 생성된다. 붉은색 구슬을 4개 한꺼번에 없애면 열십자 모양으로 빔을 쏴서 그안에 있는 좀비를 없앨 수 있고, 보라색 구슬을 4개 한꺼번에 없애면 주변 9칸에 폭탄을 터뜨릴 수 있다. 노란색 구슬을 4개 없애면 고기를 생성시켜서 좀비들을 한 동안 그쪽으로 이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쓰리매칭 퍼즐을 잘 풀어나가서 진행하다보면 어느새 주인공은 원하는 목적지로 가게 되고 그 스테이지는 클리어되게 된다. 단순하고도 전략성을 요구하는 퍼즐 방식이고 지금껏 한 번도 즐겨보지 못한 방식이어서 신선함이 돋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스테이지 구성은 성 한 개에 16개의 스테이지가 할당되어 있고 이 성이 현재까지는 총 12개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성이나 두 번째 성 까지는 거의 아무런 무리없이 클리어가 가능하다. 대충 30스테이지까지는 난이도를 일부러 쉽게 해놓은 것인지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지만, 더 집중하게 되면 이제부터는 한 턴 한 턴 마다 주의를 요할 정도로 조금씩 난이도가 올라가는 걸 느끼게 된다. 게다가 첫 번째 성에서는 별 특징없는 기본적인 좀비가 등장하지만 두 번째 성부터는 새로운 능력치를 가진 좀비들이 계속적으로 추가되어 전략성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중간 중간 광고가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스트레스는 없고, 신선한 발상의 퍼즐 게임을 중반까지 즐겼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이 게임을 플레이해본다면 '아하, 이 회사가 퍼즐을 이런 식으로 풀어냈구나' 라며 이 스타트업 회사의 아이디어에 어느정도 점수를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면에 우려점도 일부 존재한다. 첫 번째는 퍼즐 게임 안에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변수가 가끔 난감한 상황을 연출한다. 좀비들을 없애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좀비가 다시 생성되는데, 어쩔 때는 주인공 바로 앞에 생성되어서 바로 그 스테이지가 실패로 돌아갈 때가 있다. 꼭 수정되어야 할 점이다.
또 하나는 과연 이 게임이 돈을 벌 수 있는가의 부분이다. 회사의 생존엔 필수적으로 매출이 따라와야 하는데, '이 게임에 과연 누가 돈을 쓸까?' 싶은 감이 없지 않다. 광고만으로는 부족할텐데 개인적으로 오래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또 세번째로는 뒤로 갈 수록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감각이라기 보다는 난이도만 높은 노가다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모드의 도입이 업데이트되면 어떨까 싶다.
여튼, '캐슬오브좀비'는 간만에 신선한 느낌의 퍼즐 게임을 즐겼다는 감각과 함께 역시나 인디 게임을 계속 찾아다닐만하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한 게임이었다. 매번 똑같은 자동전투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재, 그런 게임들이 식상하다면 이러한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인디 게임을 한 번 즐겨보면 좋은 환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