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병에 빠진 1년 반의 이야기, 문틈의 지국환 대표 '던전을찾아서' 포스트모템
지난 6회 게임창조오디션 1위 수상 게임인 '던전을찾아서'를 개발한 문틈의 지국환 대표가 12일 판교 뷰파티홀에서 진행된 경기콘텐츠진흥원 G-NEXT 오픈세미나의 강연자로 나섰다. 지국환 대표는 유니티 에반젤리스트 등을 거쳐 1인 개발사 문틈을 설립하고 게임 개발을 이어온 개발자다.
지국환 대표가 1위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게임창조오디션은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매 행사는 인디게임과 스타트업의 육성에 힘써 왔고, 최근 7회 게임창조오디션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 대표는 이번 오픈 세미나를 통해 이달 11일 출시한 '던전을 찾아서'의 개발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 겪어온 경험도 함께 털어놨다. 이른 바 '대작병'에 대한 이야기다.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이런저런 성공을 할 수도 있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경험을 이어가면 개발자는 대작을 개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회사를 퇴사한 이후 1인 개발로 '던전999F'나 '카툰999' 등을 개발해온 그도 '대작병'에 빠지고 말았고, 프로토타입을 통해 재미를 확인하고 '던전을 찾아서'라는 나름의 대작 게임 제작에 돌입했다.
간단한 프로토타입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초기에는 스테이지 하나 만드는데 3일이 걸렸다. 맵을 100개 만든다고 하면 300일이 걸린다는 간단한 계산이 나온다. 이에 지 대표는 아예 맵 에디터를 만들고자 했다. 맵 에디터의 개발만 완성되면 개발 시간이 대폭 감소되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맵 에디터 개발에만 2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맵 에디터를 개발하온 경험이 없어, 다양한 튜토리얼 동영상 등을 참고했다. 원하는 수준까지 맵 에디터의 기능을 끌어 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맵 에디터의 완성 이후에는 그의 예상처럼 스테이지 하나의 개발 시간이 대폭 줄었다. 3일이 필요했던 스테이지 하나의 제작은 3시간이면 충분했다.
지 대표는 이런 경험을 해보고 나니 데이터 관리의 필요성이 느껴졌다고 설명을 이었다. 이유인 즉 초기에는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직접 하드 코딩을 했지만, 아이템이 추가할 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이에 기준 테이블과 데이터 테이블을 만들었다. 게임 내에서 사용할 데이터들의 다양한 값이 들어가 있는 데이터 테이블과 게임에서 사용할 데이터의 종류에 대한 것을 담은 기준 테이블을 준비했다. 이러한 작업을 마치고 나니 아이템의 추가가 한층 수월해 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니 게임을 금방이라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맵 에디터를 만들었고, 데이터 테이블 관리를 통해 아이템도 쉽게 추가할 수 있으니 금방이라도 끝날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 기획자가 아니다 보니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데이터 테이블을 구성한 것이다. 쉽게 보면 1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기획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이후에는 더욱 심각한 고민에도 빠졌다. 모든 게이머가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그러한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이었다. 모든 유저를 만족 시킬 수 있는 게임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두 개를 공존 시키는 것과 똑 같은 이야기 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UI는 물론 게임 내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1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1인 개발사는 당장의 수익 하나가 중요함에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개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지 대표는 구글 플레이 인디페스티벌은 향후에 구글 플레이 피쳐드를 받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고, 게임창조오디션의 경우 상금까지 수여하기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에도 참가해 실제 게이머들과 가장 유사한 관람객을 만나볼 수 있었으며, 다른 게임사들의 게임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며 전의를 불태울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전시회도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시용 빌드를 만들다 보니 기존에 개발하던 버전과 차이가 있어 다시 개발을 정상적으로 돌입할 수 있는 시점까지 시간이 제법 필요하다. 여기에 상금이 없는 전시회의 경우 당장의 수익에 도움이 되지 못해, 고생에 비해 얻는게 적을 수도 있다는 것이 지 대표의 설명이다.
'던전을찾아서'는 긴 개발 시간을 거쳐 지인 등 20여 명을 대상으로한 FGT, 200여 명 대상의 CBT, 10,000여 명을 대상으로 OBT를 진행하는 등 다수의 테스트를 진행했고, 설문을 통해서 게이머의 피드백을 받았다. 여기에 게임 분석툴도 적극 활용했고, 지난 11일 약 1년 6개월 만에 시장에 출시 됐다.
지국환 대표는 장기 개발에 돌입한 개발자는 '멘탈'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대작을 만들겠다는 욕심 때문에 본인을 채찍질 하다 보면 자체 크런치 모드 등에 돌입하는 등 더 좋지 못한 모습이 나올 때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말 즐기면서 개발한 게임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더하며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금일 세미나 이후에는 2017 게임창조오디션 송년의 밤 행사가 이어졌고, 다음 오픈 세미나는 블랙서바이벌의 개발사인 아크베어가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