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전부 준비해 봤어. '에어'
2011년 논타겟 기반 전투의 PC용 MMORPG '테라'를 선보이고, 최근 PC용 배틀로열 장르 게임인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로'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블루홀의 신작 MMORPG가 첫 비공개 테스트(이하 CBT)를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진행했다.
첫 CBT에 돌입한 주인공은 '에어'로 지난 지스타 2017에서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블루홀의 부스를 당당히 장식한 그 게임이다. '에어'는 그간 MMORPG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다양한 콘텐츠를 한데 모은 것이 특징이다.
마치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전부 준비해 봤어”의 MMORPG 버전이다. MMORPG의 필드 사냥과 인스턴스 던전 등 기본적인 콘텐츠는 물론 공중전투, 하우징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모두 녹아 있다. 이쯤 되면 게이머의 취향을 저격할 콘텐츠 하나쯤은 들어 있을 법하다. 그리고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는 1차 CBT임에도 하나하나 제법 수준급의 모습을 보여줬다.
< 몽환적인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
다만, 동시에 게이머들은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하기보다는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전부 준비해 봤어”라는 모든 콘텐츠를 즐겨야 하는 부담도 안아야 한다. 각 콘텐츠가 굉장히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 결국 모든 콘텐츠를 즐겨야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에어'의 가장 큰 강점이자 부담이 되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 에어의 커스터마이징과 직업군. 탱커인 워로드가 남자 캐릭터 하나 뿐이라 탱커 부족에 시달렸다. >
'에어'는 테라 이후 블루홀이 약 7년 만에 선보이는 대형 MMORPG로 '테라'를 개발하며 언리얼 엔진3의 노하우를 쌓을 대로 쌓은 개발진의 역량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마저 등장하는 시대에, '에어'의 개발팀은 언리얼 엔진3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며 최고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를 마련했다.
< 활강의 시원한 맛. >
'에어'의 그래픽은 최근 등장하는 여느 PC게임 견줘도 크게 부족함이 없다. 광원과 그림자 효과 등 다양한 옵션이 마련돼 게임의 그래픽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윙슈트에 탑승해 하늘을 활강할 때의 짜릿함과 웅장한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맛이 훌륭하다. 언리얼 엔진3로 국내에서 개발 중인 대형 게임이 '에어'와 '로스트아크' 정도 인 것을 감안하면, 자유로운 시점의 특성상 아마 '에어'가 언리얼 엔진3로 보여주는 최고 수준의 비주얼이 되지 않을까 한다.
< 드래곤과 기계가 공존하는 세계관. >
MMORPG에서 빠질 수 없는 퀘스트도 게임의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퀘스트는 스토리 퀘스트를 시작으로 일반 퀘스트, 탐사 퀘스트, 라핀 퀘스트, 월드 퀘스트 등이 준비됐다. 29레벨 이후에 즐길 수 있는 탐사 퀘스트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초반부터 만날 수 있는 퀘스트를 살펴보면 초반 지역의 맵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사용하고자 한 블루홀의 노력이 엿보인다.
< 보물찾기 퀘스트. 이렇게 열심히 MMORPG 맵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을까.>
게이머는 스토리 퀘스트와 일반 퀘스트를 통해 특정 몬스터 몇 마리 사냥 등 평범한 MMORPG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일반 퀘스트의 경우 보물찾기라는 퀘스트가 준비돼 게이머는 월드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물 지도에 그려진 배경을 찾아 보물을 찾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보물찾기를 통해서는 보물찾기라는 이름에 걸맞는 보석을 획득해 골드까지 수급할 수 있다.
< 반가운 포포리 등장. 하지만, 이야기는 너무 슬픈...>
여기에 일반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 했지만, 스토리 퀘스트를 진행할 레벨에 도달하지 못했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일반적인 MMORPG라면 이른바 '닥사' 타이밍이지만, 그간 퀘스트를 진행하며 모은 '라핀의 열매'를 활용해 라핀을 불러 당장 그 자리에서 퀘스트를 생성해 즐길 수도 있다.
< 라핀 퀘스트. 주변의 이름모를 김 씨도 퀘스트를 주는 NPC로 만들어 준다. >
특히 라핀 퀘스트는 근처에 서성이면서 아무 의미 없는 것 같았던 NPC도 퀘스트를 주는 NPC로 바꾸고 주변 사물도 퀘스트 아이템으로 변환 시킨다. 개발진이 얼마나 퀘스트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월드 내에 존재하는 NPC나 배경 등도 라핀 퀘스트가 더해지면 의미가 없는 것을 찾아보기가 더 힘든 수준이다.
< 지상전투도 주무기와 보조무기를 전환해 전투를 펼칠 수 있다. >
물론 라핀 퀘스트도 후반에 가면 비슷비슷하거나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 떠 있는 섬에 갑자기 NPC가 등장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라핀 퀘스트가 초반에 주는 신선한 충격과 재미에 비해면 애교로 넘겨줄 만하다. 물론 육성하는 입장에서도 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 하늘까지 전장이 되는 입체적인 전투. 이때까진 비행선 퀘스트가 기대 됐다. >
여기에 더 놀라운 것은 이처럼 퀘스트를 다양하게 마련한 것을 넘어서 과감하게 월드를 재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지역이라고 해도 평상시의 지역과 전쟁상태의 지역을 마련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그려냈다. 당연히 퀘스트도 다르게 준비됐다. 게이머는 같은 지역이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공간에서 또 다른 퀘스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게임의 초반부인 누스가르드 지역부터 중후반부라고 볼 수 있는 인벤투스까지 게임 내에 준비된 퀘스트 분량과 설계를 보면 한정된 공간안에 치밀하게 퀘스트를 설계한 콘솔용 RPG에 견줄 만하다.
< 월드 퀘스트. 다른 게이머와 힘을 합쳐 몰려오는 적을 물리쳐야 물리쳐야 한다. >
특정 시간이나 조건에 맞춰 등장하는 월드 퀘스트와 긴급 퀘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월드퀘스트를 통해서는 거대 보스를 수십 명의 게이머와 함께 사냥하거나 몰려오는 적을 기관포에 탑승해 물리칠 수 있다. 여기에 '에어'의 특징 중 하나인 비행선을 활용한 레이싱과 사냥 대회 등 다양한 재미도 준비됐다. 긴급 퀘스트도 특정 지역을 지나면서 만날 수 있으며, 주어진 시간 내에 해결하는 긴박함을 만끽할 수 있다.
< 인스턴스 던전도 당연히 존재한다. >
후반 부에 등장하는 탐사 퀘스트의 경우 분노 게이지를 중첩하기 위해서 일반 몬스터부터 시작해 점점 강력한 몬스터를 사냥해 분노 게이지를 가득 채워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상태라면 절대 물리칠 수 없는 강력한 보스도 분노 게이지를 차곡차곡 모아 앞으로 나아가면 물리칠 수 있다. 특히, 탐사 퀘스트의 경우 진영간 대립이 이뤄지는 분쟁지역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상대 진영으로 인해 긴장감이 더욱 넘친다.
< 레벨에 맞지 않는 지역에 들어가면 시공에 빨려...>
이 외에도 게이머들의 육성을 위해 신경 쓴 부분이 보인다. '에어'의 경우에는 캐릭터의 레벨에 따른 권장 지역이 존재한다. 자신의 레벨보다 높은 지역에 들어가면 화면이 어두워지면서 HP가 계속해서 떨어진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권장 지역에서 사냥을 펼치면 캐릭터의 레벨이 오르면 권장 지역 내 몬스터의 레벨도 함께 올라서 사냥 효율이 계속해서 유지된다. A라는 몬스터를 12레벨에 만나면 A도 12레벨이고, 14레벨에 만나면 A라는 몬스터 14레벨이라는 얘기다. '닥사'족도 퀘스트를 즐기는 게이머도 모두 만족할 수 있다.
< 2B 아님. 스토리상 중요한 예그리마 프리마 >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별의 아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시작한 초반부터 중후반부까지 퀘스트와 사냥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공중전도 제법 신선하다. 하지만 문제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비행선 퀘스트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비행선은 캐릭터의 육성과는 크게 상관없이 비행선의 등급이 중요하며, 게이머는 비행선에 탑승한 채 그저 공격 버튼이나 방어 버튼인 1, 2, 3번키를 번갈아 누르는 것이 전부다.
< 123,111,123,111의 단순 반복인 비행선 퀘스트. 이쯤에서 비행선에 질린 게이머가 많을 듯 하다. >
특히, 인벤투스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비행선 퀘스트는 단순한 반복 사냥이 전부이기 때문에 비행선을 통한 퀘스트가 전해주는 긴장감이나 재미가 매우 떨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행선과 관련된 콘텐츠가 게임의 끝까지 답답하고 지루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에어의 거대한 몬스터인 '크라서스'. 물리친 진영에는 보상이 주어진다. >
< 이정도는 규모의 공중전은 되어야 공중 전투를 즐길 맛이 나기 시작한다. >
이번 CBT 최고레벨인 30레벨 정도부터는 거대한 오픈 필드에서 상대 진영과 거대 보스를 두고 사투를 벌이기도 하고, 전장에선 전장용 비행선에 탑승해 또 다른 비행 전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비행선에 계속 탑승하지 않아도 윙슈트를 활용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대 비행선에 착륙해 전투를 펼치는 재미는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동안 비행관련 콘텐츠라면 쳐다보지 않았을 게이머도 이쯤 되면 비행 전투의 매력에 빠질 만 하다. 게다가 더 높은 등급의 비행선일수록 할 수 있는 공격도 더 많고 다양해 재미있다.
< 30레벨까진 튜토리얼, 이제부터가 본게임 시작 >
아울러 에어는 최고레벨인 30레벨부터가 게임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때부터는 계속된 사냥을 통해 경험치를 쌓고 잠재력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마치 '디아블로3'의 정복자 레벨과 같은 개념으로, 잠재력을 다양한 능력치에 투자해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40대40(CBT 기간 중 25인으로 조정) 규모의 전장과 영웅급 인스턴스 던전도 30레벨부터 즐길 수 있으니 아이템 파밍과 전투의 재미도 30레벨부터 본격적이라는 느낌이다.
<채집과 제작 건물 레벨업은 최대한 해둬야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
하우징과 제작 콘텐츠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제작은 게임 내 모든 콘텐츠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에어'는 던전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었다고 끝나지 않는다. 던전을 또 돌아서 해당 아이템을 개량할 수 있는 제작서를 획득해야 한다. 그리고 제작을 통해서 이를 개량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간 채집이나 제작을 소홀히 했다면 더 좋은 아이템은 그림의 떡이다. 여기에 공중에서 펼쳐지는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좋은 비행선과 비행선 무기의 제작도 여기서 진행된다. 제작의 기본이 되는 채집부터 제작서 획득을 위한 던전 플레이 등 어느 콘텐츠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게이머는 개발진이 준비한 모든 콘텐트를 빠짐없이 즐겨야 '에어'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 하우징 콘텐츠도 알차게 준비 됐다. >
하우징을 통해서는 자신이 채집한 재료 아이템의 수를 대폭 늘릴 수도 있으며, 그리핀 등이나 사나 등의 탈것도 육성할 수 있다. 땅과 하늘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플레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탈것의 도움이 필수다. 조금 과장하면 하루 종일 하우징만 해도 경영형 SNG와 유사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주거지 땅을 매입하는 것도 준비돼, 퀘스트나 분쟁 지역과 가까운 금싸라기 땅에 주거지를 준비하면 게임을 즐기는 것도 조금 더 수월하다.
< 지상용 탑승기인 벌칸도 존재한다. >
이 외에도 게임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게이머는 주무기와 보조무기 두가지 무기를 교체하면서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무기를 교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킬이 모두 변하기 때문에 똑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전혀 다른 플레이 패턴을 보여준다. 여기에 솔로 던전이나, 각종 퀘스트 등을 통해 모은 인장을 통해 각 무기의 특성을 더욱 살릴 수 있어, 게이머는 조금 더 자신의 취향에 맞거나, 혹은 더 좋은 유물이나 아이템이 준비된 방향으로 캐릭터를 육성 시켜 나갈 수 있다.
< PvP 마니아라면 꼭 즐겨야할 전장. >
CBT 기간 보여준 GM들의 적극적인 소통도 이번 CBT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중 하나다. 실제로 '에어'는 이번 5일간의 CBT에서 별다른 긴급 점검 없이 운영되는 수준 높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CBT의 목적이 테스트에 있는 만큼, 게이머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 GM들이 적극적인 소통을 보여주며 테스트를 이끌었다. GM이 이번 테스트를 '하드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진영 선택. 왼쪽 '온타리'는 중년 남캐, 오른쪽 '벌핀'은 미녀 캐릭터 이브가 수장이다. (왜 온타리를 골랐을까...)>
'에어'는 1차 CBT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너무 많은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고, 이러한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 플레이에 대한 부담 전혀 없다고 하면 사실이 아닐 것이다. 게이머들의 부담을 어느 정도는 줄여줄 수 있는 세련된 방식의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 게임을 한참 플레이하고 나서야 진영을 선택해 진영간 대립구도에 있어서 필수인 인구 균형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다. 아울러 간간히 발생하는 프레임 드랍이나 몇몇 버그 등 해결해야할 부분도 적지 않다.
< 비행선 파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살려주세요라고 외치자. GM이 귓속말로 해답을 알려줬다... 탈것인 탐험정이 공중 비행 가능용이었다니. 써 있는건 꼭 읽어보자 >
< GM에게 야근 중이냐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하지만 위기에 처한 나를 구해준 GM이 그 였다니. >
물론 '에어'는 이제 겨우 1차 CBT를 마쳤을 뿐이다. 당연히 개발팀에서는 이번 테스트 결과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 본다. 게다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특별서버를 오픈해 또 다른 테스트를 진행한다. PK에 특화된 서버와 매일 매일 다양한 기록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두 개의 특별 서버가 그 주인공이다. 단순하게 1차 CBT로만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색다른 시도를 펼치고 있어 앞으로 더욱 달라질 '에어'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