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의 내공을 보여주다. 강한 인상 남긴 검은사막 모바일 첫 테스트
사전예약 300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의 첫번째 테스트가 지난 주말 동안 진행됐다.
출시 전부터 “장비 별등급 뽑기 없애겠다. 갓게임이 되겠다” 등 폭탄 선언을 했기 때문인지 실제 게임 플레이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이번 테스트에 대한 관심은 어마어마했다. 테스트 시작전부터 테스트 참가 코드 유출 사건이 벌어져 모든 코드를 리셋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너무 많은 신청자로 인해, 2일차, 3일차에 추가 테스터를 선발하기도 했다. 테스트 단계에서도 이 난리이니,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얼마나 난리가 날지 가늠이 안될 정도다.
검은사막을 통해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선보였던 펄어비스 개발진이 그대로 투입됐기 때문이지 검은사막 모바일의 그래픽도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모바일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원작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해서 놀라게 하더니, 실제 게임이 시작되니 화면만 작아졌을 뿐 원작의 게임 화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게임 화면이 등장했다. 검은사막 원작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동안 모바일MMORPG만 즐겼던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다.
특히, 캐릭터의 화려한 전투 액션은 MMORPG임에도 불구하고, 액션RPG를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호쾌함 그 자체였다. 화려한 스킬 임팩트와 중요 순간마다 슬로우와 블러 효과를 통해 타격감을 극대화했기 때문에, 진동을 꺼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이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물론, 캐릭터 액션을 잘 보여주기 위해 화면을 너무 클로즈업 했기 때문인지 시야가 너무 좁아서 답답하는 것과, 과도한 블러 효과로 인해 화면이 너무 흐릿해서 눈이 아프다는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자체 엔진으로 처음 개발한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을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우려했던 만큼 스마트폰 최저 사양이 높지 않으며, 발열도 심하지 않다. 스마트폰 사양에 따라 그래픽 퀄리티가 다소 차이가 생기기는 하나, 낮은 사양의 스마트폰에서도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줄 만큼의 품질 저하는 보이지 않았다.
원작의 가장 큰 장점이자, 이번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전투 액션은 원작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원작의 경우 키보드와 마우스 조합을 통해 여러 기술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는 일반적인 모바일RPG처럼 왼쪽은 이동, 오른쪽은 공격 버튼을 배치하고, 공격 버튼 주위로 여러 스킬 버튼을 배치했다.
처음 화면에는 4개의 스킬만 보이지만, 공격 버튼을 슬라이드하면 스킬 버튼이 교체되면서 새로운 4개의 스킬이 또 등장해 총 8개의 스킬을 바꿔가며 쓸 수 있다. 전투가 굉장히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조작이 쉽지는 않지만, 적응이 되면 꽤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즐길 수 있으며, 사용하는 스킬의 종류와 배치 위치도 개인이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스킬 버튼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리볼버 권총 탄창이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출시 전부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던 자동 전투는 조작의 불편함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의식했는지, PVP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 콘텐츠에서는 모두 지원하고 있다. 자동 전투가 생각보다 잘 싸우기 때문에 그냥 지켜만 보고 있어도 될 정도다. 난이도가 높은 미궁이나 토벌 임무는 수동 조작이 더 효율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조작이 서툰 사람은 오히려 자동 전투가 잘 싸운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솔직히 게임 중에 수동 전투보다 자동 전투가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전투 중에 가끔 등장하는 보상 상자와 채집물들 놓치게 된다는 것 뿐이었다.
다만, 자동 전투를 전면적으로 지원하다보니, 애써 만든 스킬 시스템이 묻히는 느낌이다. 불편한가운데서도 조작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긴 했으나, 자동 전투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수동 전투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개발사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조작의 불편함에 대해 너무 겁을 먹은 듯한 느낌도 있다. 모두 자동 전투를 허용하기 보다는 토벌, 미궁 같은 중요 전투는 한번 수동 전투로 클리어한 후에만 자동 전투를 허용하는 등 자동과 수동을 적절히 배분했다면, 애써 만든 수동 전투 시스템이 묻히지 않고, 자동 전투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도 납득시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테스트 마지막 날 선보인 크자카 레이드 던전은 자동 전투 때문에 입장하고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재미는 커녕 시간과 물약을 낭비하는 콘텐츠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식 서비스 때는 반드시 보완이 필요해보인다.
요즘 모바일MMORPG에서 필수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생활형 콘텐츠는 영지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게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영지에서 영지민들을 고용하면 건설과 채집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영지에서 물약, 장비, 블랙스톤(장비 강화석) 등 전투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생산할 수 있다. 다른 게임에서도 건물 업그레이드나 생산물 관리 수준의 영지 시스템은 이미 많이 소개됐기 때문에 그리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영지민의 등급 업그레이드와 식량 관리, 대화와 선물을 통한 충성도 관리까지 신경써야 할 요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제법 많은 시간을 영지에서 보내게 된다. 테스트 기간이 짧아서 많은 건물을 지어보지는 못했지만, 영지 관리를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 캐릭터 성장도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출시 전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과금 요소는 개발진이 단언한 것처럼 캐시 뽑기 없이 편의성 중심으로 설계했다. 장신구 획득이 캐시이긴 하지만, 결과물을 보고 구입을 확정하는 형태이며, 나머지 장비들은 샤카투의 상점에서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고대 주화로 뽑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만 플레이하면 누구나 다 최고급 장비까지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게다가 기존 장비의 경험치를 새로운 장비로 계승시킬 수 있으며, 강화 역시 사용자가 강화석을 얼마나 투자하는가에 따라 확률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랜덤성을 바탕으로 한 과금 유도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숨만 쉬어도 가득 차는 것처럼 느껴지는 작은 가방과 매번 모자라게 느껴지는 행동력 등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여러가지 편의 기능들은 없으면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에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과금이 필요해 보이긴 한다. 개발자들이 돈을 안 써도 플레이는 할 수 있지만, 플레이하다보면 결국 쓰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3일간의 짧은 테스트 였지만, 정식 서비스 때 공개될 대부분의 콘텐츠가 공개됐기 때문에 이번 테스트에 대한 이용자들이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출시되자마자 바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기세다. 모바일은 처음이라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펄어비스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허세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검은사막 모바일이 완벽히 준비됐다고는 보기 힘들다. 이번 테스트에서도 많은 버그가 발생했고, 일부 테스터만 접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서버 문제가 발생해 고생했으니 말이다. 큰 소리 쳤던 야생의 땅 듀랑고가 오픈 초기 서버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고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검은사막 모바일도 한치만 삐끗해도 기대감이 바로 실망감으로 돌변할 수 있다. 개발진 입장에서는 정식 서비스 시작일을 결정하는데 엄청난 부담감이 느껴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370만명이라는 엄청난 기대를 짊어진 게임이 당연히 가져야할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