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서부 개척시대 철도왕을 꿈꾸며, 레일웨이 엠파이어
적극적인 한글화 정책으로 게이머들에게 호평 받고 있는 에이치투 인터렉티브가 철도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전설 레일로드 타이쿤을 연상케 하는 신작을 선보였다.
트로피코 시리즈로 유명한 칼립소에서 출시한 레일웨이 엠파이어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증기 기관차들이 등장하는 철도 경영 시뮬레이션이다. 이 게임을 개발한 게이밍 마인드 스튜디오는 포트로얄3, 라이즈 오브 베니스 등을 선보였던 이쪽 장르의 전문 개발사라고 할 수 있다.
철도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는 아무래도 복잡하게 느껴지는 시스템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나름 열성적인 매니아들이 많은 장르이기도 하다. 그동안 출시된 게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장르의 시초가 된 시드마이어의 레일로드 타이쿤 시리즈와 크리스 소여의 트랜스포트 타이쿤, 로코모션 등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게임들이 있었다. 특히 트랜스포트 타이쿤은 1994년에 등장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완성도로 극찬을 받으며, 아직까지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오랜 기간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구시대의 그래픽을 가지고 있는 레일로드 타이쿤 시리즈와 트랜스포트 타이쿤과 달리 달리 레일웨이 엠파이어는 최근에 출시된 게임답게 훨씬 볼만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다. 물론 최근 4k 시대를 대표하는 게임들과 비교할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시뮬레이션 게임치고는 꽤 준수한 편이다. 서부 개척시대의 증기 기관차들이 등장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잘 살려서, 만화 같은 분위기의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구현했으며, 2D가 아닌 3D이기 때문에 원하는 각도로 자유롭게 도시와 열차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당연히 열차 탑승 시점도 지원하고.
게임 플레이는 레일로드 타이쿤과 트랜스포트 타이쿤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이쪽 장르에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적응할 수 있다. 물론 도시의 발전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장르의 특성상 생산지와 소비지를 제대로 연결해줘야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물류 흐름과 지형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확장만 하다가는 금방 파산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회사가 커지면서 한 철로로 여러 열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열차 보급 시설부터 평행철로, 정지 신호기 등 열차 사고를 대비한 여러가지 시설물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막막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나오는 튜토리얼을 따라서 몇번 건설을 하다 보면 감을 잡게 되며, 복잡한 것이 싫은 사람이라면 설정에서 열차 충돌 옵션을 끄고, 초창기 레일로드 타이쿤처럼 선로 하나에 여러 열차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다음, 건설과 확장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싱글 플레이이긴 하지만 나름 제목에 엠파이어가 들어가는 게임답게 AI와의 경쟁 요소도 있다. 이용자 뿐만 아니라 AI가 경영하는 경쟁사들이 등장해 그들과 확장 경쟁을 하게 되는 것. AI가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나름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확장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돈이 풍족할 경우에는 아예 경쟁사의 주식을 매매한 다음에 인수합병을 해서 그동안 AI가 열심히 확장시켜 놓은 지역을 통째로 먹어버릴 수도 있으며, 도시 내 생산 시설이나 자원 생산 시설의 지분을 매입해서 유통 외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예전 레일로드 타이쿤이나 트랜스포트 타이쿤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성장 이후에는 관리해야할 시설물만 많아지고, 경쟁 상대가 없어 게임을 지속해야 할 의욕이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게임은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모든 경쟁 상대를 합병시켜 철도 제국을 건설할 때까지 흥미진진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아무리 해도 적응이 잘 안되는 조작이다. 아무래도 시뮬레이션 게임인 만큼 조작 메뉴가 굉장히 복잡한 편인데, 시스템이 친절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열차, 시설물, 도시, 기차역 등 어떤 곳을 클릭하는가에 따라 메뉴가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메뉴가 나오게 만드는 방법을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PC버전이라면 키보드+마우스일 테니 그나마 나을테지만, PS4 버전이라면 적응되기까지 상당시간 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대중적인 장르도 아니고 예전부터 인기 있었던 시리즈물도 아니다 보니, 이 게임의 설정만을 보고 선뜻 구입을 결정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기자야 원래부터 트랜스포트 타이쿤의 광팬이었고, 서부 시대 배경 게임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손부터 나가는 성향이다보니 망설임이 없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재미있을지 걱정이 앞설 것 같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장르 자체를 싫어하는게 아니라면 의외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대작 게임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철도와 서부 개척시대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취향 저격이 될 만한 실력을 갖춘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