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게임의 역사] 모에는 80년대부터 불멸의 '흥행 키워드'였다
바야흐로 모에 게임 전성시대다. ‘소녀전선’, ‘벽람항로’ 등의 모에화 게임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부각을 나타낸 이후 '영원한 7일의 도시', '비행소녀학원' 등 경쟁력을 갖춘 신규 모에 게임들이 계속 출연하며 시장을 달구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에'는 사물, 역사적 인물 등을 여성 그것도 미소녀로 재해석해 등장시키는 것을 일컫지만, 사랑, 동경 같은 감정 표현과 아름다움, 사람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의미가 매우 광범위한 깊이를 가진 단어기도 하다.(물론 이 해석은 서브컬처에 심취한 '오타쿠' 이른바 '오덕'으로 불리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모른다면 이해를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모에 게임이 최근에서야 부각된 것은 아니다. 이미 1980년대부터 많은 게임들이 모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30년 넘게 꾸준히 발전해왔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까지 장악하게 되면서 재조명됐을 뿐이다.
대표적인 80년대 모에 게임을 보면 1987년도에 남코에서 개발한 '원더모모'나 1988년도에 세가에서 내놓은 'UFO 전사 요코짱' 등을 들 수 있다.
(원더 모모)
(UFO 전사 요코짱)
(좌측부터 원더 모모 / UFO 전사 요코짱)
아이돌 캐릭터가 주인공인 ‘원더모모’나 외계인을 물리치는 ‘UFO 전사 요코짱’은 당시에도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당시에는 남성 캐릭터들이 주로 납치된 여성 캐릭터들을 구하러 가는 식의 게임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모에성을 부각시킨 게임으로 차별화 전략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러한 모에화 전략은 꾸준히 발휘되어, ‘프레이’, ‘아테나’, ‘SD바리스’, ‘사이코월드’ 등 다양한 게임들과 함께 모에 게임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 젖혔다.
(아테나, SD바리스, 프레이, 사이코월드. 좌측 위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이때의 모에 게임들은 대부분 여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저마다 모에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 캐릭터로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비키니 복장을 하고 있다거나 미소녀 얼굴의 클로즈업 컷씬을 활용하거나, 혹은 정통 RPG의 부록격인 게임으로 별도로 만들어 세계관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90년대로 넘어와서는 국내에서도 모에 게임의 바람이 크게 불었다. 바람의 주인공은 바로 ‘프린세스 메이커’다.
(프린세스 메이커.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게임)
이 게임은 가이낙스에서 1991년에 처음 선보인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로, 마족과의 전쟁으로 고아가 된 소녀를 수양딸로 키워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딸을 잘 키워내어 공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귀여운 딸의 육성 과정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 굉장한 '모에성'을 발휘했다.
특히 93년도에 등장한 ‘프린세스메이커2’는 그야말로 PC 게이머들에게는 필수라고 할만큼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이후 90년대 중반에도 ‘뿌요뿌요’, ‘트윙클스타 스프라이츠’, 마법기사 레이어스’, ‘달빛소녀 세일러문’, ‘쯔바이’ 등의 기라성 같은 모에 게임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모에 게임 시장을 견인해 나가기 시작했다.
(왼쪽 좌측부터 쯔바이, 마법기사 레이어스, 트윙클스타 스프라이츠, 뿌요뿌요)
90년대 중반의 모에 게임들은 80년대처럼 여성 캐릭터가 전사가 되어 적을 물리치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 더 애교많고 앙증맞은 형태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섹시함을 강조한 성인 게임들과 달리 깜찍하고 또 모에함을 강조하면서 유명 RPG 같은 메이저 게임들의 판매량을 위협할 정도로 인기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후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서서히 모에 게임은 사물의 여성화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분기를 맞이하게 된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2003년에 등자한 ‘일격살충 호이호이상’, 2005년에 등장한 ‘THE 대미인’, 2009년에 시스템알파에서 PS2용으로 출시한 '모에모에 2차 대전략', ‘ 같은 게임을 예로 들 수 있다.
(일격살충 호이호이상과 THE 대미인)
(모에모에 2차대전략)
이렇게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인물이 미소녀로 등장하는 '모에'는 비록 일반 대중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캐릭터의 스토리, 설정을 중요시 여기는 서브컬처 마니아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함으로써 이를 소재로한 '2차 창작물'(만화, 소설, 일러스트 등)이 활발하게 등장해 끊임없이 재생산을 거듭했다.
특히 2003년 관련 산업이 888억엔(한화 약 9천 억 원)에 달할 정도로 일본 '오덕'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후 스마트폰 게임 시장으로 접어들면서 모에 게임은 또 다시 주류 장르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함대 콜렉션 칸코레’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무기의 모에화는 ‘소녀전선’과 ‘벽람항로’로 이어지면서 화룡점정을 찍게 된다.
(함대콜렉션 ‘칸코레’)
(소녀전선)
중국의 XD글로벌리미티드(구 룽청)에서 개발한 ‘소녀전선’은 전세계의 다양한 총기를 미소녀화하여 이른바 '전술인형'으로 등장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인기를 끌었고, 구글 플레이 최고매출 2위,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까지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또 ‘벽람항로’, ‘붕괴3rd’ 같은 게임들이 순차적으로 국내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포진하면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의 모에 게임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또다시 경쟁력있는 신작 모에 게임으로 출렁일 전망이다. 대표주자 중 하나인 가이아모바일의 '영원한 7일의 도시'의 경우 중국 개발사 넷이즈가 개발을 맡은 것은 물론, 신기사라고 불리는 동료들을 모아서 7일 이내에 세계를 멸명시키려는 악의 세력들과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종말까지 남은 7일이라는 시간이 반복되는 루프물이기 때문에,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스토리와 결말에 도달하게 되며, 다시 1일차로 돌아가 더 높은 난이도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 독특한 설정으로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5위에 오르며 소녀전선 이후 가장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한 게임으로 열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와 함께 소녀전선의 총, 벽람항로의 배를 넘어 비행기를 모에화한 123게임즈의 신작 모바일게임 '비행소녀학원'도 미소녀 풍 게임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며, 실제 비행기와 가상의 비행기들을 미소녀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더 뛰어난 비행기로 성장하고 싶은 미소녀들이 다니는 학원을 배경으로 게임을 만들어, 미소녀 학원물의 느낌도 가미한 것을 무기로 내세우기도 했다.
위의 사례에서 살펴 봤듯이 모에 게임은 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아 왔으며, 향후에도 영원히 ‘게임업계의 확고한 성공 키워드’로 군림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