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게임 영토전쟁] 혼돈의 한국 게임 시장, 글로벌 영토 전쟁의 최전선
[게임업계의 글로벌 영토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게임 시장의 국경이 옅어지고 모든 글로벌 국가의 마켓이 하나의 시장처럼 통합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게임사들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경쟁 속에서 국내의 게임업체들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 창간 14주년을 맞이하여 본지에서도 이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생존이 쉽지 않은 국내 시장을 탈피해 해외 진출을 노리는 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 온라인 게임 시절에는 현지 퍼블리셔와의 계약 문제로 인해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지만, 애플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라는 글로벌 마켓의 등장으로 인해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다 글로벌 동시 출시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너머즈워, 모두의 마블 등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석권한 성공작들이 탄생했으며, 수 많은 게임들의 제2의 서머너즈워를 꿈꾸며, 해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글로벌 마켓의 활성화 덕분에 한국 게임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이 것은 한국 게임사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을 이전보다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된 만큼, 글로벌 강자들의 한국 진출도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전세계에서 손 꼽히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한 덕분에 해외 게임사들이 진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글로벌 게임 영토 전쟁의 최전선이 된 상태다.
많은 해외 게임사들이 최근 들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 게이머들이 가장 열성적으로 콘텐츠를 소모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최고의 베타 테스터 집단이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전세계 e스포츠 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과 중국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소녀전선이 한국 서비스를 통해 게임성을 대폭 업그레이드하고 글로벌 게임으로 거듭난 것 등은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이머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례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순위를 보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 7월 기준으로 매출 1위부터 100위까지의 게임 중에 51개가 외산 게임으로, 약 5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화권 게임이 37종, 일본 게임이 6종, 북미/유럽 게임이 8종이다.
전반적으로 중화권 게임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 것은, 한국인과 중국인의 게임 취향이 비슷한 만큼, 중국에서 인기가 검증된 완성도 높은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서 실력 발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50위권 내에 중화권 게임이 19종이나 올라 있으며, 매출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는 10위 안에도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이 5종이나 된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매일 순위가 조금씩 변경되고 있긴 하지만, 중화권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외산 게임, 특히 중화권 게임들이 엔씨, 넥슨, 넷마블 등 국내 대형 퍼블리셔와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전 온라인 시절에 중국 게임이라고 하면 수준 낮은 양산형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에서 손 꼽히는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력을 키웠으며, 그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인 게임사들과 정면 대결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중화권 게임들을 보면 뛰어난 그래픽과 안정적인 서버, 그리고 깔끔한 현지화 덕분에 중화권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힘들다. 실제로 소녀전선으로 대표되는 중국산 미소녀 게임들은 미소녀 종주국 일본에서도 게임성을 인정받고 있다.
물론,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리니지M과 그 뒤를 잇는 검은사막 모바일, 리니지2레볼루션 등 상위권은 압도적으로 뛰어난 퀄리티를 무기로 중화권 게임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컨셉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복고풍의 그래픽을 선택했던 리니지M도 곧 HD 그래픽으로 리뉴얼 해 앞선 기술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다만, 든든한 상위권과 달리 중위권은 중화권 게임에게 초토화되고 있다. 엔씨, 넥슨, 넷마블을 제외하면 경쟁력을 가진 한국 중소 개발사들이 전멸하다시피 한 상태이며, 과거 카카오 게임하기 초창기처럼 실력 있는 스타트업의 등장도 소식이 끊긴 지 오래다. 지난해 전세계를 놀라게 한 배틀그라운드의 펍지주식회사나 중소 개발사의 반란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킹스레이드의 베스파 같은 케이스가 있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국내 중소 개발사들의 상황이 너무 암울한 상태다.
뮤오리진2, 라그나로크M, 열혈강호, 드래곤네스트, 배틀그라운드 등 국산 유명 IP이지만 실제 개발은 중국 개발사가 한 모바일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분명 한국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유명 IP들이지만 중국 개발사들이 만든 결과물을 보면, IP를 보유하고 있는 원래 개발사보다 IP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다고 느껴질 정도다. IP 판매가 일반적이 된 현재 시장에서 모든 게임 개발을 개발사에서 직접 다 할 필요는 없겠지만, 외부 개발사 실력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개발사로서의 정체성과 IP의 상징성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
또한, 장르의 고착화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다보니 장르 쏠림 현상이 심각해 자금력이 뒷받침된 대형 게임사들만 살아남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지만, 해외 게임사들은 다양한 장르에 꾸준히 도전하면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에 전략 게임 돌풍을 일으킨 삼국지M의 이펀컴퍼니, 캐주얼 3매치 장르에서 꾸준함을 보이고 있는 캔디크러시사가 시리즈의 킹, 애니메이션 IP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 반다이남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중국 게임이라고 하면 VIP요금제로 대표되는 악랄한 결제 유도로 유명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중국산 게임 중에서 착한 과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 최대한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에 비례해 과도한 뽑기에 대한 사회적인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중국처럼 판호 발급으로 외산 게임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니, 앞으로도 외산 게임들이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안방을 지킨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외산 게임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릴 때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컴투스의 서머너즈워는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리니지2레볼루션 등 국내 게이머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킨 게임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하반기에는 곧 대만 출시를 준비 중인 검은사막 모바일 등 글로벌 기대작도 많으며, 너무 MMORPG에만 쏠리는 경향을 보였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창세기전 IP를 활용한 전략 게임인 창세기전:안타리아의 비밀, 프렌즈 IP를 사용한 프렌즈타운, 쿠키런 IP를 활용한 쿠키워즈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이 대기 중이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들이 뽑기 위주의 매출 구조로 급변하면서 한국 게임에 대한 신뢰도가 예전 같지 않아졌지만, 과거 전세계 시장에 한국 온라인 게임의 우수성을 과시했던 게임사들인 만큼 실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국내 개발사들이 외산 게임의 강력한 공세를 이겨낼 수 있을지, 그리고 해외 시장에서도 더 큰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결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