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해외 배틀로얄 게임의 엄습, '배그'의 시간 얼마 안남았다
지난 2017년은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3월 24일에 PC게임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출시된 '배그'는 매달 평균 동시 접속자수가 15만 명씩 증가하면서 스팀 게임 최초로 300만 명의 동시 접속자 수를 돌파한 게임으로 기록됐다.
또 11월 초에 누적 판매량이 2천만 장을 넘기면서 국산 패키지 사상 최초-최고의 기록을 세웠으며, 글로벌 게임상인 GOTY의 '올해의 PC게임상' 수상, 대한민국 게임대상 6개 부문 수상, 이달의 지랭크 대상 수상 등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쓰는 등 그 어떤 국내 게임사보다도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이러한 '배그'의 화려한 나날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선점 효과를 통해 건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별다른 업데이트와 서비스 개선 없이 주춤하는 동안 더 경쟁력을 갖춘 배틀로얄 형 라이벌 대작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배그'를 위협하는 게임으로는 이미 출시되어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을 석권한 '포트나이트'를 들 수 있다. 에픽게임즈에서 출시한 '포트나이트'는 처음엔 화제를 모으지 못했던 범작이었지만 '배그'를 따라 배틀로얄 모드를 삽입하면서 순식간에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을 석권하며 '배그'를 넘어서는 최고의 게임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만 해도 배틀로얄 장르라고 하면 '배그'가 전세계 1위 게임이라고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북미와 유럽은 '포트나이트', 동양권은 '배그'로 양분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배그'에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1인칭 총싸움 게임(FPS)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GTA' 시리즈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투 톱 게임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최신작이 배틀로얄 장르를 표방하면서 바로 내일(10월12일) 블리자드 배틀넷을 통해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4'는 사상 최대 규모의 맵과 좀비 모드, 그리고 최신화된 배틀로얄 모드인 '블랙옵스' 모드로 '배그'의 심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가장 무서운 점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단 한 번도 완성도 면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점과 이번 '콜 오브 듀티 4 블랙옵스' 모드 역시 '배그'를 여러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콜 오브 듀티 4'의 블랙 옵스 모드에는 '배그'에서 구현되지 못했던 다양한 육상, 해상, 항공의 이동 수단이 존재하며 무기의 종류나 타격감, 그래픽 자체도 훨씬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콜 오브 듀티'의 세계관이 녹아든 맵과 다양한 좀비들이 나오는 구역, 그리고 신작임에도 GeForce GTX 660 2 GB / GeForce GTX 1050 2GB 라는 최저 사양으로 '배그' 보다 훨씬 낮은 PC 사양을 보여주는 것도 강점이다.
게임 대 게임으로 비교해봐도 '콜 오브 듀티 4'의 압승이며, 선점 효과를 감안해도 '배그'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4' 외에도 텐센트의 ‘무한법칙: 유로파’,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이머가 즐기는 FPS게임 '크로스파이어2' 등에도 배틀로얄 장르가 탑재되어 '배그'를 긴장시키고 있으며 이외에 '헤일로'나 'GTA' 등의 게임에도 배틀로얄 모드가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거친 도전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에 비해 '배그'의 상황은 좋지 않다. 여전히 최적화되지 못한 높은 사양과 해결되지 않는 핵 문제 등의 약점으로 300만 명을 넘기던 동시접속자는 100만 명 밑으로 추락했다. 급기야 올해 7월에는 다시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에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내주기도 했다.
여전히 '배그' 신봉자는 넘쳐나고 있지만, '콜 오브 듀티 4'나 향후에 나오는 라이벌 게임들은 동양권과 한국에서도 충분히 통할만한 게임성과 가치를 입증해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배그'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10월10일, 블루홀 장병규 의장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소속의 이동섭 의원에게 호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왜 '배그'의 핵을 못 잡느냐', '왜 이렇게 '배그'의 동시접속자가 떨어지느냐'는 질타였다. 이에 대해 무심한 듯 대답하는 장병규 의장보다, 이동섭 의원에게서 더 '배그'의 추락에 대한 안타까움이 베어나왔다고 느낀 건 필자 혼자의 생각일까.
현재 '배그'에 남아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이미 추격자들이 진검을 들고 턱밑까지 쫓아온 지금, 블루홀과 펍지가 지금처럼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배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배틀로얄 순위권에서 멀어지는 중소 게임으로 굳어질 수 밖에 없다. 블루홀과 펍지가 더 절치부심하여 산적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여전히 배틀로얄 장르 1위로 기억되는 '배그'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