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글거림을 즐겨라, SNK 히로인즈 태그 팀 프렌지
대전격투게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테마가 이른바 ‘드림매치’다. 이름 그대로 각기 다른 작품에서 활동하던 캐릭터들이 한 작품에 모여 꿈의 대결을 펼친다는 의미다. 다만, 꿈의 대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이미 드림매치 작품은 상당히 흔하다. SNK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는 물론이고, ‘캡콤 VS SNK’, ‘스트리트파이터 X 철권’ 등, 서로 다른 제작사의 캐릭터들이 대결을 벌이는 드림매치 작품도 적지 않다.
SNK의 여성 격투가들이 한데 모여 대결을 벌이는 플레이스테이션4(PS4)용 대전격투게임, ‘SNK 히로인즈 태그 팀 프렌지(SNK HEROINES Tag Team Frenzy)’ 역시 같은 맥락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드림매치라는 테마 자체의 주목도가 예전만 못한 만큼, 게이머들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얼마나 충실한 지에 더 중점을 두어 이 게임을 평가할 것이다. 격투게임의 명가인 SNK가 선보였으며, 다수의 인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게임, 과연 할 만 할까?
발랄하고 가벼운 분위기를 즐겨라
SNK 히로인즈 태그 팀 프렌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발랄하고 가볍다. SNK의 히로인들이 알 수 없는 세계로 갑자기 끌려온 후,
그곳에서 그녀들을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으려고 하는 쿠크리(더 킹 오브 파이터즈 XIV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는 나름
심각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대사나 연출, 그리고 엔딩은 시종일관 개그풍이다.
메뉴선택이나 엔딩 등의 장면에 산뜻한 보컬 음악이 흐르고, 격투 중에는 연출되는 각종 이펙트(효과)는 과자나 동물, 인형 등의 깜찍한 형상을 띠고 있다. 각 캐릭터들이 내뱉는 대사들도 굉장히 귀여움을 강조하기 때문에 가끔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계속 플레이를 하다 보면 나름 이런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도 있겠지만.
버튼 하나로 필살기? 초보자들을 위한 각종 배려
이런 가벼운 게임의 분위기만큼이나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도 매우 말랑말랑하다. 최근 대전격투 게임들은 워낙 템포가 빠르고 시스템이 고도화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초보자들이 적응하기가 힘들다. 이른바 ‘고인물’ 게임이 되어버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SNK 히로인즈 태그 팀 프렌지의
경우, 복잡한 조작방법을 모두 버리고 최대한 단순화를 추구, 격투게임 초보자들에게 적극 어필하고 있다.
필살기는 버튼 하나(PS4판 기준 ○ 버튼)로 구사하며, 특정 방향키와 ○ 버튼을 함께 누르면 각기 다른 필살기를 쓸 수 있다. 이를테면 아테나의 경우, ○ 버튼은 장풍계 기술인 사이코 볼이 나가며, ↓+○ 버튼은 대공기인 사이코 소드, ←+○ 버튼은 반사 기술인 사이코 리플렉터, 공중에서 ○ 버튼을 누르면 공중 돌격기인 피닉스 아로가 나가는 식이다. 쉽게 말해 대전격투 게임 특유의 ‘비비고 돌리고’ 커맨드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SNK의 게임으로서는 드물게 방어(L1 버튼)나 던지기(X 버튼)도 버튼 하나로 구사하며, 심지어 앉는 동작도 없다. 때문에 대전 중 캐릭터들은 점프하거나 다운 될 때를 제외하면 항상 서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공격이나 방어 역시 상-중-하단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때문에 기존 격투 게임처럼 상대 캐릭터의 공격 높이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상대방이 공격하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방어하면 되는 것이다.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도 독특하다. 상대방에게 공격을 계속 적중시켜서 체력을 0로 만들면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체력이 바닥난 캐릭터라도 계속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 상태에서는 공격을 한 대만 맞아도 잠시 동안 그로기 상태가 되어 큰 허점을 노출하게 된다. 상대방의 체력을 0로 만든 후, 그 동안 모아둔 기력을 소모하여 초필살기인 ‘드림 피니시’를 적중시켜야 비로소 승리할 수 있다. 참고로 드림 피니시는 R1 버튼 하나로 간단히 구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대전 중에 각종 아이템(바나나 껍질, 독약 등)을 얻고, 이를 적절하게 사용해 역전을 노리는 등의 변칙적인 플레이도 가능하다. 기존의 대전격투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다소 이질감을 느끼겠지만 초보자 입장에선 이 역시 흥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일 것이다. 특히 온라인 대전 모드에서 이러한 변칙 플레이는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쏠쏠한 팬 서비스,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요소
캐릭터를 중시하는 게임답게 관련 팬 서비스도 충실한 편이다. 이 게임에는 총 14명의 초기 캐릭터(DLC 캐릭터 제외)를 선택할 수
있으며 그 중 2명은 선택해 태그 배틀을 벌이게 된다. 때문에 캐릭터 조합에 대한 경우의 수가 상당히 많을 텐데, 각 조합에 따라
스토리모드에서 나오는 대사가 조금씩 달라진다. 음성도 물론 지원되므로 이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각 캐릭터마다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징(변경)할 수 있는 코스튬(복장)이나 액세서리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으며, 게임 중 캐릭터들이 내뱉는 보이스(음성)까지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변경,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얻을 수 있는 크래딧을 모아 각 커스터마이징 항목을 개방(구매)하는 재미가 나름 괜찮다.
그래픽 품질, 캐릭터 구성, 타겟의 모호함 아쉬워
다만, 위와 같은 몇몇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단점도 많은 게임이다. 우선, PS4 플랫폼으로 개발된 최신 게임답지 않게 그래픽의
품질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IV의 개발에 이용했던 그래픽 자원의 상당수를 재활용한 듯 한데,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IV 역시 그래픽 품질 면에서는 많은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사실 PS4용이 아닌 PS3용 대전격투 게임 중에도 이보다 그래픽
품질이 좋은 게임은 많이 있었다.
등장 캐릭터의 구성도 다소 갸우뚱 하다. 아테나, 쿨라, 마이, 나코루루, 레오나, 유리, 셸미와 같은 전통적인 인기 캐릭터들의 등장은 납득할 만 하다. 그리고 본래 남성이었던 테리의 여성화 버전이 등장 한다 거나 타사 작품인 스컬로 매니아(아리카 격투 게임 시리즈)의 여성화 버전이나 도적 아서(괴리성 밀리언 아서), 그리고 이오리(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의 여성화 버전인 미스X가 DLC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넘어가 줄 만 하다.
하지만 다른 격투 게임에 비해 전체 캐릭터의 수가 많은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러브, 무이무이, 루온, 실비, 사리나, 미안과 같이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은 캐릭터가 라인업의 상당수의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논란이 될 만하다.
굳이 이들이 아니더라도 매추어, 바이스, 킹, 블루마리, 샬롯, 치즈루 등, 인기나 인지도가 높은 SNK 여성 캐릭터는 많이 있는데, 이들이 등장하지 않는 점을 아쉬워하는 게이머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참고로 논란의 캐릭터 중 상당수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IV의 캐릭터들인데, 이미 만들어둔 그래픽 데이터를 재활용하기 위해 이런 구성은 취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게임의 주 타겟이 누구인지도 모호하다. 게임의 조작 시스템만 봐선 격투 게임 초보자를 노린 듯 한데, 그래픽의 품질이나 캐릭터의 구성, 그리고 스토리 등만 봐선 참신함이나 신선함을 그다지 느낄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골수 격투게임 마니아를 노렸다고 하기엔 조작 시스템이 너무 이질적이고 전반적인 게임의 볼륨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된 것 같아 아쉽다.
호불호 극명한 문제작?
SNK 히로인즈 태그 팀 프렌지는 기존 SNK 게임들의 진지함, 심각함을 거의 모두 벗어버린 한없이 가벼운 게임이다. 조작 시스템은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하며,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개그 및 유머를 별 생각 없이 보는 것도 나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시대에 걸맞지 않는
수준의 그래픽 품질, 최신 게임으로선 다소 부족한 볼륨,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캐릭터 구성 등의 단점이 만만치 않게 눈에 띄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가볍게 추천하기는 힘들 듯 하다. 다만 SNK의 여성 캐릭터들을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지만 대전격투게임에 익숙하지 않아 게임 구매를
망설였던 일부 게이머들, 진지함이나 심각함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면 한 번 도전해 볼만 도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