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미지는 캐주얼. 실상은 아재 게임 '스피릿위시'
넥슨의 2019년 첫 모바일게임 '스피릿위시'가 의외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네온스튜디오에서 개발하여 지난 17일 출시된 스피릿위시는 출시 직후 매출 순위 21위를 기록하더니 금일(23일) 신작 게임으로는 오랜 만에 4위에 오르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스피릿위시의 인기 요인에는 온라인게임 트리오브세이비어를 연상케 하는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육성, 그리고 다수의 몬스터를 물리치는 사냥 위주의 전투 등 MMORPG와 모바일게임의 콘텐츠를 적절히 섞어 놓은 시스템에 있다.
이 게임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그래픽이다. 게임의 맵은 아기자기한 호수, 숲 그리고 몬스터가 가득 등장해 마치 어드벤처 게임의 한 스테이지 같은 느낌을 준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도 이러한 게임의 분위기에 잘 아우러진다.
'스피릿위시'는 기본적으로 전사, 궁수, 성직자 등 대표 캐릭터 3종으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지만, 이후 게임을 진행하면서 탱커, 근접 딜러, 원거리 딜러, 서포터 등 직업별 최대 25종의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이머는 역할이 구분된 각 캐릭터 조합에 따라 공격에 올인하거나, 방어에 올인하는 독특한 전술을 짤 수도 있고, 다양한 성격을 가진 팀을 구성할 수 있으며, 팀의 리더 역할을 맡는 캐릭터를 교체해가며 전투를 펼칠 수 있다.
아울러 행동 반경, 타겟팅, 우선 순위 설정, 소비 아이템 자동 사용 등 전략적인 자동 전투 환경을 갖추고 있어 조건부 스킬 발동 시스템을 통해 각 스킬의 체력·MP·범위 등 상황에 따른 세부 설정이 가능하다. 때문에 각 몬스터의 종족, 이동 유형, 크기, 상태이상, 속성을 상황에 맞게 활용해 자동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캐릭터를 영입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영입할 수 있는 캐릭터의 경우 아이템을 모으고, 몬스터를 사냥하며, 장소를 이동하는 등의 수 십 종류의 퀘스트를 진행해야 간신히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요구하는 수량도 엄청나 특정 몬스터를 몇 백 마리 이상 처치하라는 것은 예사이고, 무작위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도 수 백 개를 모아야 하는 등 캐릭터 영입에 최소 1시간 이상을 오롯이 투자해야 할 정도다.
캐릭터를 영입했다 해도 고난은 이제 시작이다. 우선 이 게임은 레벨업이 매우 힘든 구조다. 캐릭터를 처음 영입했을 때는 파티 레벨과 상관없이 레벨은 무조건 1인지라,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선 저렙 사냥터에서 끊임없이 사냥해야 한다.
특히, '스피릿위시'의 맵은 워낙 몬스터 리젠이 빠르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과의 거리와 물약 회복 포인트 등의 전술을 세팅해도 몰려오는 몬스터를 상대하다 보면 진영이 무너지기 일쑤이고, 힐러를 두지 않으면 순식간에 파티가 위험해진다. 때문에 저 레벨 사냥터에서 자동전투를 계속 돌려놓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레벨업을 위해서는 또 하나의 단계가 필요하다. 바로 무기, 방어구, 악세서리 등의 장비를 맞춰 주어야 한다. 물론, 같은 클래스의 캐릭터의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육성을 중점으로 하는 모바일게임에서 장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무슨 문제냐 라는 핀잔을 받을 수도 있지만, '스피릿위시에서 레어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얻는 방법은 레벨업과 강화와 합성 그리고 승급뿐이다.
스피릿위시의 아이템은 일반, 매직, 레어, 유니크 그리고 레전드, 아티펙트 등의 등급으로 나뉜다. 일반부터 레어까지는 시나리오 진행 시 주어지는 보급이나 필드 사냥으로, 얻을 수 있지만, 그 이상부터는 필드에서 획득하기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게이머는 장비 레벨업으로 만렙을 만든 뒤 합성으로 장비 등급을 높여야 하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같은 등급의 아이템이 아니면 레벨업이 매우 힘들고, 또 반복적으로 진행할 경우 골드가 금세 부족하게 된다. 이때 아이템을 팔거나 미션을 진행하면 골드를 얻을 수 있지만, 아이템을 팔면 장비 레벨업이 늦어지고, 미션 역시 21레벨 이후부터는 갑자기 난이도가 상승해 막히는 구간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바로 계속 자동 사냥을 돌리는 것. 스피릿위시의 자동사냥은 정말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오토와 세미 오토로 수 십 시간 이상 같은 곳에서 사냥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유료 콘텐츠인 '프리미엄 서비스'의 경우에는 게임을 종료해도 자동으로 사냥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도 지원할 정도로 자동사냥에 최적화된 모습이다.
레벨업은 느리고, 캐릭터 육성에 장비가 큰 영향을 미치지만 무과금으로 상위 장비를 얻기도 힘들며, 자동사냥은 매우 편하게 만들어진 게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스피릿위시는 바로 극악의 육성과 편리한 전투 시스템을 지닌 이른바 '아재 게임'으로 불리는 게임과 너무나도 닮았다.
실제로 스피릿위시는 무과금 게이머가 과금을 진행한 게이머의 근처에도 갈 수 없는 구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육성형 RPG의 경우 가끔 좋은 성능의 캐릭터나 장비를 운 좋게 뽑거나 꾸준히 게임을 즐기면 일정 과금으로도 상위 랭크 초입에 입성할 수 있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스피릿위시'는 장비에 레벨이 없어 초반부터 강화와 합성 등의 과금으로 아이템을 맞출 수 있다.
이는 초반부터 게이머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결과로 나타나는 요인 중 하나다. 더욱이 사전예약 보상 등을 제외하면 게임 내 업적, 콘텐츠, 보상은 최근 그 어떤 게임보다 적은 편이며, 부족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거래소를 이용하려 해도 거래에는 퍼플 다이아가 필요해 사실상 거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스피릿위시'는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귀여운 캐릭터 등 언 듯 보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 같은 겉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드한 육성 시스템과 편리한 자동 사냥 등 기존에 등장했던 그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아재력을 지닌 게임이다.
마치 인스타에서 핫한 아기자기한 딸기 카페라 길래 찾아가 봤더니 정작 실내는 담배 냄새 자욱한 다방같은 느낌. 이것이 스피릿위시를 즐겨본 기자가 느낀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