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는 M, 집에서는 리마스터. 엔씨소프트가 그리는 큰 그림
리니지M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또 하나의 도전적인 서비스를 금일(27일) 공개했다. 엔씨소프트의 심장과도 같은 게임인 리니지의 리마스터 버전을 업데이트한 것이다.
지난 1998년 처음 등장한 리니지는 국산 온라인 게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임으로, 지난 2016년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난해에도 매출 1497억원을 기록했으며,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가 버티고 있는 PC방에서도 여전히 10~20위권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4K 그래픽을 지원하는 온라인 게임까지 등장한 지금 시대에 고작 800*600 해상도만 지원하는 할아버지 게임이 매일 매일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20년만에 새로운 변화를 선언한 리니지 리마스터는 이전보다 4배 향상된 1920*1080 와이드 해상도에 프레임을 2배로 향상시킨 풀HD 그래픽을 지원하며, 최대 1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서버간 월드 공성전도 지원한다.
또한, 사냥터 이동, 사냥 세팅, 자동 귀환, 창고 정리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PSS(Play Support System / 플레이 도움 기능) 기능으로 편의성을 더했으며, 모바일 전용 어플리케이션인 예티로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원격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워낙 오래된 게임이다보니 오히려 최신 하드웨어에서는 해상도 등 여러가지 문제로 즐기는데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떤 게임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은 최신 게임으로 거듭난 것이다.
현재 리니지M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리니지 리마스터로 밖에서는 M, 집에서는 리마스터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의 리니지M은 원작 리니지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기려는 느낌이 강했지만, 리니지 리마스터의 등장과 함께 서로 독자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동일한 팬층을 타겟으로 한 게임이다보니 서로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2015년에 3000억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던 리니지는 2017년 리니지M의 등장으로 인해 전성기에 비하면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와는 차이가 있다. 리니지M은 오랜 세월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떠났던 원작 팬들이 모바일로 옮겨간 것이지만, 이제는 리니지M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매력을 더한 리니지 리마스터가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리니지M은 1년 넘게 매출 1위를 지킨 화제성 덕분에 원작을 즐겨보지 않았던 이들도 많이 다운로드 받은 만큼, 리니지M을 통해 리니지를 알게 된 신규 이용자들이 리니지 리마스터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리니지 리마스터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밖에서는 M, 집에서는 리마스터라는 큰 그림이 완성되게 된다.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예티 덕분에 집에 리니지 리마스터를 즐기다가 자동 사냥으로 전환해두고, 밖에서는 리니지M을 즐기다가 가끔씩 예티를 실행시켜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 된다.
특히,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어 있는 리니지M은 인터페이스의 한계로 추억의 찰진 손맛을 느끼기 힘들었지만, PC가 메인인 리니지 리마스터는 과거보다 월등히 좋아진 그래픽으로 추억을 만끽할 수 있으며, 32인치 모니터가 기본인 현재의 PC방에서 800*600 해상도의 리니지를 즐기는 것은 아무리 추억 보정의 힘을 빌리더라도 괴로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PC방에서 혈맹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과거보다 쾌적하게 대규모 공성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아무리 엔씨소프트라고 해도 리그오브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라는 두터운 벽을 단기간에 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PC방에서 리니지 리마스터를 돌리면서, 옆에 충전기를 꼽아둔 스마트폰에서는 리니지M이 돌아가는 자리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날이 오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