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넥슨이 내세운 차세대 MMORPG 트라하, 무엇이 달랐나?
사전예약 420만명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던 넥슨의 야심작 트라하가 드디어 출격했다.
개발비가 100억이상 투입되고, 세계적인 인기 배우 크리스 햄스워스를 홍보 모델로 기용할 정도로 넥슨이 자신감을 보인 트라하는, 접속 폭주를 대비해 예상보다 심야 시간에 일찍 오픈한 덕분인지 몇번의 점검이 외에는 별다른 문제없이 순조롭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420만명이나 되는 사전예약자가 몰린 게임치고는 굉장히 순조로운 출발이다.
출시 전부터 개발자들이 플랫폼의 한계에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만큼 퀄리티에 신경을 쓴 트라하는 확실히 기존 모바일MMORPG보다 한단계 더 발전된 그래픽을 선보였다. 거의 모든 부위를 취향대로 설정할 수 있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부터, 캐릭터들의 화려한 액션, 그리고 세밀한 배경까지 엄청나게 공을 많이 들였다는 티가 난다.
현재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검은사막 모바일과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도 워낙 그래픽 퀄리티가 뛰어난 게임이기 때문에, 그들과 엄청난 수준차이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멀리 있는 사물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배경과 자유로운 카메라 각도로 감상할 수 있는 화려한 액션을 보다 보면 플랫폼의 한계에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다만, 어느 정도는 타협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갤럭시S8 이상에서는 화려한 그래픽을 즐길 수 있지만, 그 이하 사양의 스마트폰에서는 많이 힘들다. 요즘 스마트폰들이 굉장히 고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는 하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2년마다 한번씩 바꾸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구성하는 콘텐츠들은 그야말로 모바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때려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메인 퀘스트에 레벨업에 도움을 주는 데일리 퀘스트와 사이드 퀘스트, 요즘 모바일MMORPG에서 기본이 되고 있는 원예, 낚시, 채광, 탐사, 공예, 요리, 고고학 등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와 제작 등 어디서든 한번쯤 접해봤을 요소들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형 콘텐츠와 소환수, 펫 수집 요소 등은 예상보다 더 깊이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해, 캐릭터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게임에서 생활형 콘텐츠는 하면 좋지만, 안해도 크게 지장은 없는 수준이었다면, 이 게임에서는 남들보다 더 강해지기 위한 필수 요소다. 또한, 임의로 나온 6개의 그림 중에 같은 그림 3개를 찾는 원예나, 특정 구간 내에 포인트가 유지되도록 힘조절을 해야 하는 낚시 등 생활형 콘텐츠들이 미니 게임처럼 구성되어 있어 재미도 있다.
모바일MMORPG의 필요악이라고 불리는 자동 전투는 타 게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수동 전투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으로 보완했다. 기본적으로 자동 전투만으로도 게임 진행에는 무리가 없지만, 수동 전투를 많이 할수록 더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다. 수동 전투로 진행할 경우에는 특정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 등장하는 팝업 스킬, 스킬 사용후 다른 스킬을 이어서 사용할 수 있는 체인지 스킬, 타이밍에 맞춰서 사용할 경우 더 강력한 공격을 가하는 타이밍 스킬 등을 사용할 수 있어 적을 더 빠르게 제거할 수 있으며, 몇몇 스킬은 사용할 때마다 전투 보너스도 얻을 수 있다. 스킬이 적은 초반에는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시간이 누적될수록 그 차이를 더 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기를 바꿔가며 싸울 수 있는 인피니티 클래스 시스템은 아직 초반이라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레벨이 올라 상위 던전에 들어가 멀티 플레이를 본격적으로 즐기게 된다면, 트라하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뽑기 스트레스에 시달려본 게이머라면 직접 별로 무기를 다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겠지만, 무기의 베이스가 되는 코어만 성장시키면 자유롭게 무기를 교체할 수 있다.
이렇듯 트라하는 출시 전부터 예고한 바와 같이 모든 부분에서 최상급 퀄리티를 추구했다는 것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더 느끼게 되는 게임이다. 퀄리티를 위해 포기한 사양 문제 때문에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을테지만, 즐기는 사람들은 푹 빠져들게 만들 만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다만,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을 담으려고 노력하다보니, 부분 부분 아쉬운 점들이 있긴 하다.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피니티 시스템은 장비 수집 문제를 코어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바뀐 무기를 사용하려면 그 무기 클래스 레벨을 다시 키워야 하기 때문에, 향후 한가지 무기에만 집중한 이들과 여러 무기를 같이 키운 이들과의 격차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무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설득력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또한, 코어, 전투 보너스, 생활형 콘텐츠 등 시스템이 굉장히 복잡한데 반해, 튜토리얼이 다소 부족해서 초반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헤매기 쉬운 구조이며, 퀘스트도 메인 퀘스트와 데일리 퀘스트, 사이드 퀘스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아서 초반에 흐름이 자주 끊기는 느낌이다. 중반부 이후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초반 이탈자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라하가 이 같은 문제점을 잘 해결하고, 신규 IP의 새로운 전설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