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19] 부족한 한국 게임의 역사 "족보는 없지만 계보는 있다"
금일(26일) 넥슨 개발자컨퍼런스(이하 NDC 2019)서는 그 동안 조명된 바 없었던 70~90년대 한국 게임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는 흥미로운 세션이 진행됐다.
'발굴되지 않은 한국 게임의 역사' 세션을 진행한 게임개발자 겸 게임 연구자인 오영욱 씨는 평소 소실된 기업 중심의 소식과 시장 위주의 정보로 이뤄져 경험에 기반한 게이머 중심의 서사가 부족한 것을 느끼고, 국내 게임산업의 태동기부터 발전 과정에 달하는 역사를 발굴하려 노력 중인 인물이다.
오영욱 씨는 해외 게임의 경우 플랫폼 스터디즈 등의 자료를 통해 게임기의 라인업 소개와 일본 등지에서는 게이머 중심의 문화 기술지가 발간되는 등 아직도 활발한 역사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 역시 2011년부터 오락실의 시대부터 온라인게임에 이르는 한국 게임시장과 게임 타이틀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80년대 이전 게임의 역사에 대한 자료는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70년대 사격 위주의 게임기가 배치된 남산어린이회관을 시작으로 오락실 보급이 시작되었고, 1983년 이전은 수출을 위해 외국 게임기판들을 복제하는 경우도 있는 등 수출 위주의 전자 산업 발전과 함께 게임 개발도 함께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60~70년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풍토에 맞게 퐁 클론을 소재로한 비디오 게임기를 출시 국내 최초로 수출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당시 게임기에 대한 기록이 많이 없는데, 그 이유는 TV 자체가 드물었던 당시 분위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80년도는 일본 PC들이 소개되고, 마이크로잡지 등의 도입으로, 컴퓨터가 보급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자들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오영욱 씨는 삼보전자에서 국산 PC의 개발을 시작한 것에 이어 삼성전자, 금성(현 LG)에서도 PC 개발을 진행했고, 포스컴 소프트웨어 공모전 진행되어 작품집으로 만들어지는 등 국내 게임 토대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정부에서 1983년을 정보산업의 해로 지정해 컴퓨터 보급에 집중했고, 게임 역시 함께 보급이 되기 시작해 1984년부터 당시 전자 기기들을 구할 수 있었던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세운상가 키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1985년 대우 제믹스가 출시되면서 게임기의 대중화가 폭발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터넷 이전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는 '케텔'이 1986년 서비스되고, 1987년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이 발표된 이후 '미리내' 등 게임사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최초의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인 게오동이 등장하여 개발 관련 커뮤니티가 등장하는 등 개발자들의 교류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오영욱 씨는 90년대는 게임잡지들의 창간과 함께 일본 중심의 개발 문화들이 많이 소개되고, 이가 국내 게임사들에게 자리를 잡으면서 국산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PC 통신 동호회 등을 통해 인력들이 수급 되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3년 하이텔 게임제작자 동호회의 경우 구인, 구직부터 소스코드, 출시 방법 글이 다수 등장하는 등 정보공유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넥슨도 이곳에서 개발자를 모집했을 정도였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더욱이 게임챔프 등의 창간과 함께 시나리오 공모전 및 프로그램 공모전이 개최되는 것은 물론, 정부 기관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게임 개발 대회가 진행되는 등 지금의 인디 게임 공모전과 같은 공모전이 굉장히 활발히 진행되던 시기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2005년 바다이야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장과 함께 아마추어 게임의 단속이 시작되는 등 아케이드게임과 인디 장르 게임의 구분없이 규제가 발생하면서 이러한 모습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영욱 씨는 현재 90년대 이전 국내 게임의 기록은 홈페이지 변경으로 이전 데이터가 없어지고, 많은 대회들의 사이트가 통합되고, 폐지되면서 대부분의 기록이 없어지는 등 기록의 공백이 생긴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지금부터 라도 개발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작품이 어떤 게임 혹은 매체에 영향을 받았는지 정리를 하고, 자신의 경험을 많이 기록한다면, 앞으로 한국 게임의 기록을 정리할 때 경향과 계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며, 족보는 없지만 계보는 조금 남아 있는 과거를 뒤돌아봐 앞으로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하며 강연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