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진 연세대 교수 "한국의 게임연구 논문, 90%가 질병이라는 전제로 시작"

"일단 '게임은 질병'이라고 전제하고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나온 게임중독 논문의 90%가 그렇습니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것일까요."

지난 4월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과학포럼 주최로 제 2회 태그톡(T.A.talk) '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 심포지엄은 WHO의 게임장애 질병 등재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하고 학술적 측면에서 게임 과몰입과 중독에 대해 균형있는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진행된 행사로, 4명의 전문 교수들이 각 주제에 맞춰 발표를 진행했다.

게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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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에 선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게임의 질병화 : 게임중독에 관한 학술적 연구의 역사와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게임의 질병화는 그 시작부터 프레임에 둘러싸여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나온 한국의 게임중독 관련 논문 중 89%가 게임중독을 전제하거나 동의한 상태에서 연구가 수행되었고, 이는 게임중독의 본질이 무언지 정의되기도 전에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서 게임이 질병으로 규정된 후 곧바로 연구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게임과학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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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수는 99년도에 '스타크래프트'의 선풍적인 인기와 2005년의 '바다이야기' 사태, 그리고 자극적인 주제를 좋아하는 언론 노출 등으로 '게임을 질병'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담론이 만들어졌으며, 이같은 담론이 연구비 지원의 편중과 함께 WHO의 탑다운 형태로 '게임은 질병'이라고 못박게 했다고 분석했다.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게임중독 질병화 논의는 정치, 사회적 맥락과 밀접하게 교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윤교수는, 현재의 연구 형태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봤다. 연구자들이 명확하게 게임중독을 정의하지 않고 '중독이라는 게 있다'고 전제한 후 연구하다보니 저마다 게임 중독의 척도 및 진단 도구가 상이하고, 연구에 대한 타당도가 부족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어떤 연구에서는 게임중독의 발현율이 0.7% 라는 결과가 나오고, 어떤 연구에서는 최대 15%까지 나온다."며 "세상에 어떤 병이 연구자에 따라 이렇게 발현율이 차이가 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게임과학포럼 윤태진 교수
게임과학포럼 윤태진 교수

이외에 윤교수는 이처럼 게임을 프레임에 가두는 현상이 비의학적 문제가 의학적 문제가 되어가는 '의료화'의 전형적인 사례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발표된 논문의 대부분이 의약학 분야에서 발표했으며, 게임 중독의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비율도 그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윤태진 교수는 "20세기 초에 소설이 나왔을때 그것을 마약으로 비유하기도 했고, 라디오가 나왔을때나 텔레비전이 나왔을때에도 사회적 우려가 급증했다."며 "게임도 이같은 전형적인 사례일 수 있으며, 때문에 거시적으로 게임에 대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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