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사여 좌절마라..틈새시장을 노리면 기회는 있다
국내 게임시장은 척박하다.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형 게임사들의 RPG 군단에 기라성같은 해외 업체들까지 몰려들면서 웬만한 경쟁력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시장이 됐다.
구글 플레이 기준으로 매출 50위권 내에 인디 게임사는 커녕 30~40명 규모의 중소 개발사 조차 단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가학적인 시장. 과연 한국의 인디 게임사들이 생존할 틈은 있는 것일까.
재미난 점은 이렇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국내 환경에서도 잡초처럼 꿋꿋이 살아남는 인디 게임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준 인디 게임사로는 '베스파(대표 김진수)'를 꼽을 수 있다. 2013년 5월에 설립된 베스파는 '비트몬스터'를 개발한 후 그 노하우를 집결시켜 2017년 초에 '킹스레이드'를 출시했고, '킹스레이드'는 출시와 동시에 국내 매출 10위권에 드는 한 편 글로벌 150여개국에서 고루 인기 순위 1위와 함께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결국 베스파는 국내 상장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도 매출액 1245억 원, 영업이익 282억 원을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코쿤게임즈를 인수해 RPG 분야의 모멘텀도 강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엔젤게임즈(대표 박지훈)도 신작 '로드오브다이스'를 성공시키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길드워' 프로게이머 출신인 박지훈 대표와 '그랜드 체이스' 개발자들이 의기투합하여 개발한 '로드오브다이스'는 한 때 퍼블리셔와 결별하는 등 힘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게임을 재정비하고 완성도를 높이면서 글로벌 지역에서 수십억 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이를 기반으로 엔젤게임즈는 네이버 웹툰 IP인 '열렙전사'와 '갓오브하이스쿨'을 도입한 '히어로 칸타레'를 개발해 출시했으며, 국내 매출 순위 20위~30위권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통령·문체부장관·산자부장관 표창 등 연이은 수상 기록을 가진 '체리츠'도 인디게임 업계의 숨은 강자다. '체리츠'가 개발한 '수상한 메신저'는 2016년 7월 출시 후 세계 60여 개국에서 5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되고 있으며 누적 매출도 1천만 달러(120억 원)를 넘어섰다.
이외에도 '열렙전사'의 출시를 앞둔 슈퍼플래닛, '좀비고등학교'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어썸피스, '용사는' 시리즈를 출시한 버프스튜디오 등도 성공한 인디게임사로 손에 꼽히는 회사들이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을 딛고 이들 인디 게임사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먼저 '킹스레이드'는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라인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 눈에 호감을 일으키는 캐릭터성에 '갑자기 내가 용사가 되는' 파격적인 설정이 맞아 떨어진 케이스다. 여기에 스토리 진행이나 새로운 영웅이 합류할 때 등 게이머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연출에 각별히 신경을 쓴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어 '좀비고등학교'와 '수상한 메신저'는 핵심 타겟을 명확히 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실시간 협력 플레이를 지원하는 '좀비고등학교'는 전국 초등학생들을 명확히 타겟으로 하여 한 때 '초통령 게임'으로 불리울 정도로 인기를 모았고, 현재에도 구글 플레이 매출 50위~100위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수상한 메신저'는 아예 여성 게이머가 전체의 90%를 육박할 정도로 여성향 게임으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전체의 80%가 해외 여성일 정도로 글로벌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어 타겟층을 명확히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이외에도 전투와 게임성에 일가견이 있는 엔젤게임즈와 슈퍼플래닛, 그리고 방치형 게임을 짜임새있게 만들어 글로벌 틈새시장을 노린 버프 스튜디오 등의 사례도 참고할만 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디 게임사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개발할 때 '성공할 수 있는 저마다의 엣지 포인트'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며, 구글, SBA(서울산업진흥원), 창업진흥원 등 다양한 지원 기관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고 귀띔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디 게임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며 "현재 SBA는 상암동에 인디 게임사들에게 최대 4년간 무료 공간 이용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구글과 창업진흥원은 230억 원 규모의 '턴업' 프로젝트를 지원해 국내 인디게임사들을 지원하고 있으니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지자체나 기관에서도 다양한 인디게임사 지원사업이 준비되고 있고 게임성을 검증해볼 필요가 있는 경우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나 구글인디게임페스티벌 등에도 출품을 고려해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