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게임 트라하, 소통이 게임 속에 녹아들다
매달 수많은 게임이 등장하고, 사라질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게임 시장에서 한번 게이머들의 관심을 잃은 게임이 재기하기란 매우 어렵다.
물론, 서비스 중지까지 진행되던 찰나 외부이슈로 갑자기 큰 주목을 받아 다시 성장동력을 얻으며, 엄청난 화재에 오른 온라인게임 '소울워커'와 같은 사례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일은 매우 드물기에 화제가 된 것일 뿐 한번 이슈를 벗어난 게임이 다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할 수 있다.
마치 한번 궤도에서 벗어난 인공위성이 다시 정상 궤도로 진입하는 것 같은 이 확률이 매우 희박한 일을 시도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사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트라하가 그 주인공.
지난 4월 18일 출시된 트라하는 넥슨의 상반기 기대작으로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게임이었다. 신규 IP(지적재산권)으로 개발된 게임으로 사전 예약자 400만을 기록하며, 새로운 기록을 썼고, 어벤저스에서 토르를 연기한 크리스 햄스워스를 홍보모델로 발탁한 것은 물론, 막대한 마케팅을 통해 게임시장에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출시 후 구글 플레이 매출 2위 및 각종 모바일 마켓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상반기 최대 기작 다운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으나 기대만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이내 순위가 점차 하락해 지금은 20위권을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물론, 모바일 MMORPG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긴 하지만, 넥슨이 모바일MMORPG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고 야심차게 선보인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이러한 원인으로는 게임의 최적화 이슈와 불편한 생활형 콘텐츠 그리고 레벨 시스템의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
트라하는 기존 모바일 MMORPG와는 차별화된 하이엔드 그래픽을 선보일 것이라 강조했고, 실제로 온라인게임 못 지 않은 도시와 엄청난 필드 그리고 뛰어난 퀄리티의 몬스터를 큰 로딩 없이 구현해 내어 업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다만 이러한 방대한 맵과 뛰어난 퀄리티를 선보인 만큼 스마트폰의 사양이 높았고, 이에 따른 최적화가 진행되어 게이머들이 원하는 하이엔드 그래픽의 퍼포먼스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더욱이 최근 잇달아 이슈가 되고 있는 서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서버에 수 많은 채널을 나눠 게이머들의 입장을 유도했지만, 이는 MMORPG 임에도 타 유저를 보기 힘든 아이러니 한 상황을 낳기도 했다.
여기에 요리, 대장, 고고학, 공예 등 크게 4가지로 나뉜 전문 기술은 기존 모바일 MMORPG와는 다른 색다른 컨셉의 재미를 주었지만, 과도한 노동력이 소비되었고, 고고학의 경우 일정 장소를 일일이 탐색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도 함께 감수해야 했다.
가장 큰 이슈는 던전의 허들이 너무 높았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MMORPG는 스토리를 따라가며, 레벨을 높이고, 일정 장비를 착용한 뒤 던전을 통해 상위 레벨에 진입하고, 이후 레이드 및 파티 플레이에 도달하는 것이 대중에게 익숙한 순서였다.
이에 반해 트라하는 이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레벨과 요구하는 전투력이 매우 높았고, 이는 퀘스트와 스토리 라인을 벗어나 상위 레벨로 진입하는 게이머들의 이탈로 이어져 MMORPG의 핵심 층인 중간 층이 사라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처럼 트라하는 분명 혁신적인 그래픽과 색다른 생활형 콘텐츠 그리고 힐러와 딜러, 탱커로 나뉜 기존 MMORPG의 정석과도 같은 클래스 시스템을 타파한 ‘인피니티 클래스’ 등의 장점을 지녔음에도 이러한 문제 덕에 게이머들에게 어려운 MMORPG로 인식되며, 현재 게임 시장의 이슈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트라하의 개발사 모아이게임즈와 서비스사인 넥슨 모두 이러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어려운 게임이었던 트라하를 게이머들과 소통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가 게임 속에 녹아드는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파티 던전의 레벨을 낮추고, 생활형 콘텐츠의 효율을 높인 것이다. 넥슨은 지난 달 2일 파티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무기(클래스) 레벨을 기존 37에서 20으로 낮추고 전리품상자를 열 때 필요한 행동력을 10으로 줄이는 패치를 진행했다.
여기에 최근 총 3단계의 난이도로 구성된 신규 파티던전 '불타는 숲'을 선보여 던전 플레이를 활성화시키도록 했고, 기존 파티던전의 단계를 6구간으로 축소시키는 등 보다 빠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수정했다. 많은 이들이 불만을 받아들여 상위 레벨로 진입의 허들을 낮추고 본격적인 아이템 파밍의 구간을 확대한 셈이다.
더욱이 생활 콘텐츠 중 가장 악명이 높았던 고고학의 효율을 높여 유물 발굴·복원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1회 유물 채집양을 기존 1개에서 3개까지 확대했고, 홀드 스킬 최대 유지, 골드 획득, 데일리 미션, 전문기술 의뢰 등 활동에 따른 점수를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서버당 수용 인원을 고려해 일부 서버를 재배치하는 월드 확장을 진행한 데 이어 신규 서버 '갈라드 A'를 추가해 게이머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원활하게 했다. 이는 서버별 유저들의 유입이 크게 줄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서버를 추가하고, 각 채널을 통합함으로써 함께하는 MMORPG의 재미를 극화시키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넥슨은 여름 업데이트를 통해 대규모 진영전의 도입과 함께 PvP 콘텐츠의 강화 등 트라하의 콘텐츠를 점차 추가할 것으로 예고한 상황이다.
이처럼 트라하는 분명 첫 출발은 많은 이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달 공개한 영상에서 “트라하는 어려운 게임이다”라는 문구에서 확인할 수 있듯 게임 속의 문제점은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수정하고, 완성된 MMORPG로 가기 위한 자신들만의 길을 걷고 있다.
비록 매출 1~2위를 다투는 상위권 게임으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색을 갖추어 가며 성장하고 있는 트라하가 이전까지의 평가를 뒤집고 게이머가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모바일 MMORPG로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