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대 이상의 변화, 하지만 숙제도 남긴 에어의 2차 테스트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의 야심작 ‘에어’의 2차 테스트가 12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7일 마무리됐다.
아이온으로 유명한 김형준 PD를 필두로 유명 개발진들이 다수 참여한 기대작 에어는 마법과 기계가 공존하는 색다른 세계를 바탕으로 화려한 공중전을 내세워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2017년 지스타 기간 동안 진행된 1차 테스트 이후 1년 7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번 테스트는 개발을 총괄하는 김형준 PD가 지난 테스트에서 공개된 콘텐츠에서 80% 이상 바꿨다고 자신할 만큼 많은 변화를 예고해, 테스트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실 1년 7개월이라는 시간은 개발 난이도가 높은 PC MMORPG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긴 시간이다. 기존 MMORPG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공중전을 특징으로 내세웠다는 것과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성공 이후 가장 먼저 선보이는 대작이라는 것에 얼마만큼 큰 부담을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이 작심하고 선보인 이번 테스트는 많은 변화를 담아, 지난 1차 테스트 때의 모습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데 성공했다. 1차 테스트 때에는 공중전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었고, 콘텐츠는 많았지만 정리가 안되어 있어, 무슨 콘텐츠를 즐겨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대다수의 테스터들이 큰 문제없이 에어의 핵심 콘텐츠까지 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만큼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이 발견됐지만, 방향성도 찾기 힘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1차 테스트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1차 테스트와 비교해서 가장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초반 레벨업 동선이다. 1차 테스트 때는 너무 지루한 레벨업 동선으로 인해 핵심 콘텐츠인 비행선 제작까지 성공한 테스터들이 극소수였지만, 이번에는 초반 동선을 간소화시켜 후반부 콘텐츠가 시작되는 30레벨까지 하루 정도면 키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퀘스트 배치를 통해 초반부터 에어의 특징인 공중 콘텐츠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테스트 기간 동안 체험용 공중 탈 것, 마갑기 등을 이벤트로 지급해 후반부에 나오는 콘텐츠까지 맛보기로 즐기도록 유도했다. 너무 어려운 레벨업 때문에 공중전을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그만둔 사람들이 많았던 1차 테스트의 실패로 얻은 전략적인 선택이다.
전투는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전술 전환과 스킬에 추가 옵션을 더하는 유물 시스템으로 깊이를 더했다. 근접과 원거리 클래스의 밸런스는 문제가 많았지만, 탈 것을 탑승한 상태에서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은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색다른 경험이었고, 유물을 활용한 전략적인 스킬 구성은 파티 플레이와 RVR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일반 필드까지 무대를 확장한 하우징 시스템 역시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요소로 내세울만한 완성도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하우징 시스템은 부가적인 즐길거리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으나, 에어는 주택이 지상과 공중을 연결하는 거점이자 생활형 콘텐츠가 집결되는 구조로 게임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능력의 기준이 되는 필수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상과 공중을 넘나드는 RVR은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가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인 만큼, 에어의 가장 핵심적인 무기가 될 가능성을 보였다. 물론 최고 레벨 달성 이후 즐기는 콘텐츠인 만큼 초보자들이 즐기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모습이긴 했지만, 비행선과 마갑기를 활용한 전투는 에어의 시스템을 잘 이해할수록 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특히, 비행선을 탄 상태에서 전방 뿐만 아니라 측면 장착 무기를 활용해 움직이며 적에게 포격을 가하고, 아군 비행선에서 윙슈트를 타고 적의 비행선에 침투해 조종사를 죽이는 입체적인 전투는 에어 이전에 등장했던 게임들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물론 모든 이용자들이 처음부터 개발자들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는 힘들겠지만, 이용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에어만의 특별한 강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테스트에서 공개된 여러가지 요소들을 살펴보면 개별적으로는 발전된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다. 후반부 콘텐츠가 하나둘씩 열리면서 게임의 재미가 늘어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후반부까지 가는 과정은 여전히 험난했다.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이용자들이 남긴 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1차 테스트 때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올해 정식 서비스를 앞둔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납득하기 힘든 모습이 많다는 소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 보인 가장 큰 문제는 가장 많은 변화를 담았지만, 그만큼 약점이 더 커진 초반 동선이다. 30레벨까지는 이용자들이 에어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굉장히 중요한 구간이지만, 동선을 간소화한다면서 스토리까지 간소화시키면서 게임에 몰입하기 힘든 상태가 되어 버렸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정신 없는 퀘스트 동선 때문에 스토리를 이해하기 힘들며, 막상 30레벨까지 모든 스토리를 보고 나면 허탈함만 남는다. 검은 사도의 위협 때문에 죽을 뻔한 이들이, 고작 2년만에 싸우는 방식에 대한 입장차이로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이 난 사이가 되다니… 그것도 아직 검은 사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유명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정도의 수준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스토리라면 천족과 마족의 분쟁이 오히려 낫다고 느껴질 정도다.
또한, 30레벨 이후부터는 별다른 스토리 진행 없이 진영을 재건하는 반복 퀘스트 중심으로 진행이 되다보니, 반복된 사냥 노가다로 인해 순식간에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단계적으로 던전과 RVR 콘텐츠가 열리면서 게임의 재미가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즐기다보면 새로운 재미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강제적으로 레벨업을 해야 하니 지루함이 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스토리 중심의 메인 퀘스트를 보강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긴 하나, 현 상황을 보면 스토리 전체를 손봐야 하는 상황이라 일이 커질 수도 있어 보인다.
이렇듯 에어의 2차 테스트는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1차 테스트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선보여, 1차 테스트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어느 정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늘어난 장점만큼이나 세세한 단점도 늘어나긴 했지만, 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1차 테스트에 비하면,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확실히 잡은 느낌이다. 다만,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인정되는 수준이지 정식 서비스 버전까지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MMORPG는 개발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장르이지만, 게이머들은 과정이 아닌 결과를 중시 여기고, 특히 오랜 기간 MMORPG에 단련된 국내 게이머들의 눈높이는 특히 더 높은 편이다.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한 작품인 만큼, 출시하고 나서 하나씩 고쳐나가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머리 속에서 지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