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 여성의 성장기 '씨 오브 솔리튜드'
예전에 팀 보울러 작가의 '리버보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를 둔 열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 소설이다. 자세한 내용은 건너뛰고, 우연히 만난 리버보이 그리고 강을 헤엄쳐 가는 과정에서 소녀는 만남과 헤어짐 등 삶에 대해 배우게 된다.
오늘 소개할 게임인 '씨 오브 솔리튜드(Sea of Solitude)'도 이와 유사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우리말로 하면 고독의 바다 정도인 이 게임은 게이머들을 한 여성의 삶으로 끌어들이고, 성장과 자아를 찾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씨 오브 솔리튜드'는 인디 게임사인 조 메이가 개발했고, EA가 배급을 맡았다. PC와 PS4, Xbox ONE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시작하면 아름다운 여성이 아닌 괴물의 모습을 한 한 명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KAY(케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게임을 조금만 진행하면 이름을 알 수 없는 소녀를 만나 게임의 핵심 기능인 '플레어'를 얻는다.
게임은 어드벤처 장르의 3D 플랫폼 퍼즐 게임이다. 맵을 오가며 퍼즐을 해결해 길을 막고 있는 몬스터를 물리치며 앞으로 나아가면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퍼즐의 난이도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게다가 게임을 진행하다가 막히는 구간이 나오면 '플레어'를 활용해 빛이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플레어'는 항상 게이머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빛이 알려주는 곳으로 아나아가 부패(Corruptin)'를 제거하면 어지간한 문제는 해결된다.
혹시라도 실수해 바다에 빠져 몬스터에게 먹혀도 자동 저장 구간이 촘촘하므로 다시 도전하는 것에 큰 부담이 없는 것도 강점이다.
또, 화려한 액션과 같은 그런 플레이는 없지만, 로우폴리곤 렌더링 기법을 활용한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맵 곳곳을 누비는 눈에 즐거움이 된다. 때로는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환상적인 맵에서는 케이가 가진 그리고 케이의 주변 인물이 가진 감정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은 스토리에 있다.(이후는 게임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여성은 누군가의 누나가 되고, 딸이 되며, 여자친구가 된다.
게이머는 진행하며 몬스터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몬스터들은 모두 주인공과 관련된 사람인 것이다. 남동생, 엄마와 아빠, 남자친구 등이 괴물이 모습으로 게임에 등장하며, 여 주인공과 그들의 관계에서 발생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게이머는 주인공은 남자 동생이 괴롭힘을 당해도 무시하고, 엄마와 아빠의 갈등도 남자 친구와의 문제에도 이기적으로 대응하면서 외로워진 주인공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이제 몬스터가 된 주인공은 이러한 과정을 후회하고,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몬스터의 모습이 된 가족과 남자친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주인공과 소통한다. 주인공은 주어진 문제(퍼즐)를 해결해 이들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다.
게임의 후반 모든 문제를 해결한 듯한 주인공은 여전히 몬스터로 남아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만 본인이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가장 큰 강점이 스토리지만, 약점도 스토리에 있다. 이야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좀 뻔하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비슷한 것을 많이 경험하면 지겹기 마련인데 큰 특색 없이 뻔하디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 등에서나 볼법한 설정들이 수두룩하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버티는 것조차 힘든데 자신을 몰라주는 가족에 지친 아버지와 같은 이야기 말이다.
여기에 국내 출시 버전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영어, 일어, 스페인어 등 별로로 현지화가 이뤄진 타 국가 언어를 선택해 즐겨야 한다. 해당 언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
또, 게임 내에 마련된 퍼즐이나 활동들이 엄청나게 기발한 것도 아니다. 스토리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어서 더 아쉽다. 플랫폼 퍼즐 게임의 마스터피스라 불러도 손색없는 '인사이드'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외에도 당초 12명의 인디 개발팀이 개발을 진행한 게임으로 게임의 리드 애니메이터가 주인공 목소리 연기도 맡았다. 아무래도 어색하다. 현지에서도 게임 내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목소리에 대한 불만이 제법 나온다.
'씨 오브 솔리튜드'는 분명 나쁘지는 않은 게임이다. 다만 플레이 타임이 3시간 정도에 그치고, 반복 플레이 요소도 찾지 못한 물병과 비둘기 찾기 등에 그쳐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여기에 게임을 진행하면서 앞서 이야기한 약점도 가지고 있어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조금 힘들 듯하다.
그래도 게임의 분위기 하나는 환상적이니, 한 여성의 성장기를 꼭 경험하고 싶은 게이머라면 말릴 생각은 없다.
이와 별개로 인디 게임에 힘을 제법 쓰고 있는 EA를 통해도 앞으로 더 많은 인디 게임이 등장할 예정이다. 다양한 매력으로 무장한 인디 게임을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