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3'의 황제 장재호 선수, WCG 금메달 들어올릴 수 있을까
'비닐봉지에 넣어 다니는 키보드', '성화 봉송', 그리고 'WCG2013 때의 눈물'
지난 2003년부터 e스포츠 취재를 진행했던 필자에게 장재호 선수는 이렇게 3개의 큰 키워드로 기억이 되고 있다.
평소에는 특유의 털털한 웃음과 함께 수수함을 보여줬었지만, '워크래프트3'에서는 돌변하며 어떤 상대든 무너뜨렸던 장재호 선수. 너무 실력이 뛰어난 나머지 상대편을 우주 멀리 안드로이드로 보내버린다고 하여 '안드로장'이라고 불리우던 장재호 선수는 '스타크래프트'의 임요환 선수나 홍진호 선수 등과 더불어 국내 e스포츠의 역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 세계 최정상이지만, 유독 WCG 우승을 못했던 장재호 선수>
장재호 선수는 '워크래프트3' 종목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였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외 11개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3번의 준우승을 거뒀으며, 2006년과 2007년에 연이어 대한민국 e스포츠대상 워크래프트부문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불리우던 국내에서 최연성, 이윤열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제치고 수년간 상금 순위 1위를 차지했던 것 또한 그의 압도적인 실력을 입증한다.
또 하나 장재호 선수는 한국보다 글로벌 지역에서 인지도가 강했는데, 특히 '워크래프트3'로 e스포츠화가 시작됐던 중국에서는 '판타지 스타', '제5종족' 등으로 불리우며 거의 '신'처럼 대접을 받았다. 중국의 수많은 e스포츠 팬들이 그를 응원했고, 심지어 중국과 한국의 결승전이 펼쳐졌더라도 장재호 선수를 응원하는 이들이 훨씬 많을 정도였다.
중국 올림픽에서 한국인인 장재호 선수가 성화봉송 주자 중 한 명으로 뽑힌 것도 중국 젊은 층들에게 장재호 선수가 얼마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는지 알려주는 사례다.
다만, 이런 장재호 선수에게 '게임 올림픽'이라 불리우던 국제 e스포츠 대회 WCG(월드사이버게임즈)는 '통곡의 벽'과도 같았다.
2004년부터 2013년 중에 총 6번 WCG에 참가했던 그는 각종 WCG 징크스에 시달리면서 매번 4강전이나 결승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끝내 WCG를 재패하지 못했다.
특히 마지막 WCG로 여겨졌던 지난 WCG 2013에서 우승을 불태웠던 장재호 선수는 또 다시 중국 선수인 ‘TH000’ 후앙시앙 선수에게 우승을 빼앗기면서 준우승자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여 많은 '워크래프트3' 팬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 다시 시작된 WCG 2019.. 장재호 선수 '출격'>
WCG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축제이자 대표적인 e스포츠 대회였다. PC게임 위주로 종목이 구성됐던 WCG는
아쉽게도 모바일로 바로 전향하지 못했고, 지난 2010년부터 PC게임의 쇠퇴와 함께 조금씩 세가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2014년에
삼성전자의 대회 중단 선언과 함께 돌연 개최가 중단되고 말았다.
2014년에 WCG의 뒤를 잇는다는 WECG가 출범하는 듯 보였지만 역시나 준비 부족으로 인해 끝내 개최되지 못하면서 WCG의 역사는 막을 내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17년에 스마일게이트가 삼성전자로부터 WCG와 관련된 일체의 권리, 권한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 다년간 대형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해왔기 때문에 친중 성향의 e스포츠 대회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이에 맞추어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던 e스포츠 종목인 '워크래프트3'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있었다.
여기에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이슈까지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진전되는 듯 보였으며, 결국 지난 2019년 3월12일에 있던 종목 발표에 '워크래프트3'가 들어가면서 종목 부활은 기정사실화 됐다.
이렇게 WCG2019에 '워크래프트3'가 부활하면서 '워크래프트3'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장재호의 7번째 WCG 금메달 도전도 다시 시작됐다. 6년 만에 부활한 WCG2019에서 장재호 선수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장재호 선수의 금메달 재도전, 이번에는?>
장재호 선수는 WCG의 부활과 함께 국내 및 국제 e스포츠 팬들로부터 ‘이번에는 금메달?’이라는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APAC 권역 결선에서 ‘로라이엇’ 조주연과 함께 결선에 오르는 등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경기력도 선보이면서 메달 획득 전망도 밝다.
장재호 선수 본인도 이번 WCG 2019가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만큼 장재호 선수가 스스로 일궈낸 기회이기도 하며, 장재호 선수는 “2013년 WCG에서 준우승에 그쳐 진한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다시 한 번 도전의 기회가 생겨 기쁘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단, 이번 WCG2019 대회에서 변수도 존재한다. 블리자드가 APAC 권역 결선에 앞서 패치를 단행해 밸런스가 미세하게 조정된 것.
해당 패치를 통해 장재호 선수의 주력인 나이트엘프보다 휴먼에 보다 유리해졌다는 평이 있는데, 특히 중국의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라이벌인 ‘infi’ 왕쑤웬 선수와 ‘TH000’ 후앙시앙 선수 모두 휴먼이라는 점에서 장재호 선수에게 긍정적인 소식은 아니다.
다만 마스터 탤론, 핏로드, 마스터 클러, 무한 확장 전략 등 장재호 선수도 여전히 강력한 전술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발휘한다면 충분히 우승할 가능성이 있다.
전세계 '워크래프트3' 세계 최강자로 줄곧 자리를 지켜왔던 장재호 선수, 이번 WCG 2019에서 자신의 징크스를 깨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