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게임시장 이끄는 인앱 광고, 한국에서는 왜 찾기 힘든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모바일 게임 궁수의 전설을 플레이 하다보면 보물상자를 얻게 된다. 캐시를 사용하면 바로 열 수 있지만, 돈이 없을 때는 다른 게임 광고를 감상하고 무료로 획득할 수 있다.
게임을 중단하고 일정 시간 동안 광고를 봐야 하기 때문에 귀찮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얻게 될 보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대부분 큰 불만없이 광고를 보게 된다. 가끔 광고 덕분에 취향에 맞는 게임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게임 플레이 보상에 광고를 연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 노출 수익까지 노리는 인앱광고 모델이 전세계 게임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초반에는 과금 모델을 제대로 만들기 힘든 인디 게임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하이퍼캐주얼 장르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인앱 광고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은 킹이나 슈퍼셀 같은 대형 게임사들도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해외에서는 구글 애드몹, 유니티 애즈, 애드콜로니 등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들이 대형 퍼블리셔 못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매출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게임들을 살펴보면 인앱광고 모델을 도입한 게임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꼬르의 오늘도 환생이나, 스프링컴즈의 쥬얼스 템플 퀘스트 등 몇몇 게임들이 화제가 되긴 했으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시장 전체 트렌드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과거 카카오게임즈에서 인앱광고 모델의 가능성을 보고 애드플러스라는 서비스를 내놓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한국 게임 시장에서 인앱광고 모델이 외면 받고 있는 것은 모바일MMORPG 같은 하드코어 게임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앱광고는 이용자들의 결제 부담을 덜어주고, 대신 높은 DAU(일 이용자수)를 기반으로 한 광고 노출 수익으로 매출을 보완하는 형태이다.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일반 이용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수익 모델이지만,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타겟으로 만든 게임에서는 인앱 결제 모델에 영향을 줘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 처음 기획 단계부터 인앱 결제와 인앱 광고 모델의 혼합을 고려했다면 모를까, 서비스 중에 인앱 광고 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더욱 위험도가 크다.
모바일MMORPG처럼 게임 내 체류시간을 늘려, 다른 게임으로 빠지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장르에서는 인앱광고로 인해 노출되는 게임광고가 수익 이상의 위험이 될 수 있다. 이용자들이 광고를 보고 다른 게임을 즐기느라 체류 시간이 줄어든다면, 바로 매출 하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얼마 안되는 광고 수익 때문에, 수십억 마케팅 비를 들여 성공시킨 게임에서, 경쟁사 게임이 홍보되는 기가 막힌 상황을 눈 뜨고 보기 힘들다. 실제로 대다수의 게임사들이 네이버 카페를 커뮤니티로 활용하고 있었으나, 네이버 카페의 정책 변경으로 광고가 삽입되면서 많은 게임사들이 네이버 카페를 이탈한 바 있다.
이렇듯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 입장에서는 인앱광고 모델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한 상황이지만, 전세계 시장을 타겟으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현재 시점에서는 인앱광고 모델을 더 심도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단순히 광고 수익 때문만이 아니라, 국내와는 많이 다른 해외 이용자들의 성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RPG 류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시장과 달리 일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퍼즐, 액션 류의 하이퍼캐주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이퍼캐주얼 장르를 즐기는 이들은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 결제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으며, 과금 유도가 심하다고 느껴지면 바로 안티팬으로 돌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과도한 과금 유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커지면서, 착한 과금 모델과 이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보이는 게임들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앱광고를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으로 활용한다면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길건너 친구들로 유명한 요도1의 로데오 스템피드 같은 경우에는 일정 시간마다 한번씩 등장하는 광고를 시청하면 결과 보상이 두배가 되고, 까다로운 미션이 등장하면 광고 시청을 하고 이를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식으로 리워드 광고를 도입해 오히려 사용자들이 광고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대기업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 해외 기업들의 공습까지 겹치면서 중소 게임사들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됐다.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앱러빈의 노리 하야시 아태지역 총괄매니저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바일 인앱 광고가 게임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전세계 시장을 노린다면 인앱광고의 활용법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