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K19 아닙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NBA 2K20'
매년 발매되는 스포츠 게임은 사실 매년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 시리즈를 내고 라이브를 위한 팀을 남기고 바로 다음 작품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도 개발팀에 주어지는 시간은 1년 정도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스포츠 게임은 몇 년마다 진행하는 큰 판 올림을 제외하면 사실 큰 발전이 없다. 피파 시리즈, PES 시리즈, 더쇼 시리즈, NBA 2K 등 모두 마찬가지다 매년 수십 가지 이상의 변경 포인트를 들고나오지만, 막상 플레이 해보면 거기서 거기다. 분명 어딘가 바뀌었다고는 주장하는데 말이다.
▲ 기존 NBA 팀은 물론 WNBA 12개팀 까지 대폭 확대됐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재 주력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원의 시대가 저물어야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라도 스포츠 게임이 발전했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 본다. 스포츠 게임의 팬을 위해서도 라도 차세대 기종의 발매는 절실하다. 콘솔 게임기는 일종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PC버전도 차세대 기종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미 해당 기기에 노하우가 제법 쌓인 2015년도쯤에 등장한 스포츠 게임 작품과 올해 발매된 최신작의 차이점을 찾으라고 하면 해당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일반인이라면 꽤 고생할 것이다. 사실 게임의 개발자에게 UI를 가리고 사진을 들이민다면 개발자도 들도 단번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으리라 본다.
지금 이야기할 NBA 2K20도 스포츠게임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게임이 아닐까 한다. 시리즈는 매년 큰 발전이 없지만, 여전히 NBA 대표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 르브론 제임스의 스프링힐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은 마이커리어 모드
일단 NBA 2K20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기자는 게임을 PC 버전으로 즐겼음을 밝혀둔다. 전통적으로 NBA 2K 시리즈는 PC 버전 최적화가 엉망이다. PC 버전을 즐겨야 게임이 변화와 관련된 버그 등을 좀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PS4 버전이 버그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도 PC 버전에 비하면 좀 더 낫다.
일단 몇 안 되는 좋은 이야기를 조금 하고 가자. 이번 작품에서 게이머들이 가장 크게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WNBA의 추가와 매년 그렇듯이 마이커리어 모드다.
먼저 마이 커리어는 르브론 제임스의 스프링힐 엔터테인먼트가 모드의 제작을 맡았다. 2K는 NBA 2K 16에서 스파이크 리 감독과의 호흡 이후 영화 같은 연출에 힘을 쏟고 있으며, 이번 작품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대학 농구의 스타지만, 친구와의 우정을 선택해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주인공의 NBA 이야기가 펼쳐진다.
▲ 르브론 제임스의 스프링힐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은 마이커리어 모드
르브론 제임스의 스프링힐 엔터테인먼트는 대학 농구부터 NBA 드래프트를 위한 과정은 물론 리그 데뷔 이후까지 이야기를 제법 방대하게 그렸다. 르브론 제임스 자신은 물론 레너드 등 유명 선수들이 등장해 게이머들과 함께하는 재미를 전한다. 이번에는 선수 제작 방식도 빌더를 선택하고 육성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선수를 결정해두고 키워나가는 재미를 돕는다.
여기에 동료 평가 등도 좀 더 현실적이고 게이머 친화적으로 변경됐다. 마이커리어 모드 자체는 후술할 버그들 제외하면 제법 괜찮은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커리어모드를 통해서 육성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다양한 콘텐츠까지 여전하다. 다만 PvP 콘텐츠를 강제하는 점은 조금 아쉽다.
▲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즈의 박지수 선수
이번 작품에 새롭게 추가된 WNBA는 그나마 게임에 새로운 즐길거리가 추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선수가 여성으로 바뀌면 남성 농구와는 조금 다른 움직임과 볼거리를 선사한다. 아쉽게도 피파 시리즈처럼 남녀 대결은 불가능하다. 특히, 한국 선수인 박지수 선수도 등장해 소소한 재미를 전한다. WNBA도 NBA와 마찬가지로 리그 모드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물론 WNBA를 즐길 게이머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게이머들에게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한 게임플레이는 매년 그랬듯 거기서 거기다. 2K는 게임의 출시 전 NBA 2K20는 20년이 넘은 시리즈 역사상 가장 많은 변화를 거쳤다고 밝혔다. 먼저 2K는 이번 NBA 2K20을 발표하며 프로스틱의 개선을 발표했다. 혁신된 프로 스틱을 통해 공격을 완벽히 주도할 수 있고, 새로운 드리블 사이즈업 시스템으로 수비를 제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알겠지만, 사실 모두 전작에서도 가능한 플레이다. 프로스틱이나 게임플레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매년 그렇듯이 UI의 변경 정도다. 매년 게임의 UI/UX를 조금씩 변경하며 다른 느낌을 주는데 금방 적응된다.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이번에는 다른 조작 방식까지 거의 그대로다. 혹시 몰라 2KU(일종의 튜토리얼)에 들어가 봐도 크게 달라진 부분을 찾기는 힘들다.
▲ 실제 플레이와 일반 게임의 완성도는 여전하다.
실제 게임 플레이는 전작을 즐겨본 게이머라면 무리 없이 적응해 즐길 수 있다. 농구의 기본적인 재미와 시스템은 이미 완성된 작품이기에 NBA 2K20을 통해 만나는 농구 경기의 재미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다. 일부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슬라이더 조절을 통해 게이머가 원하는 방향대로 조절해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수비가 그나마 좀 변한 것처럼 느껴져 적응이 필요하다.
독보적인 NBA 게임이지만 단점도 수두룩한 것이 문제다. 먼저 매년 과금 부담이 늘어가는 듯한 게임 시스템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불만이다. 시리즈가 마이 커리어 모드와 마이팀 모드가 게임의 중심이 되면서 추가 결제 요소가 게임의 중심에 자리 잡았고, 자연스럽게 과금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마이 커리어 모드는 그나마 스토리라도 본다고 쳐도 마이팀 모드에서는 마련된 카드팩 오픈 요소와 룰렛은 매년 그렇지만 반갑지만은 않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는 해외에서 룰렛 부분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가챠(뽑기형)가 익숙한 국내 게이머는 너그러운 수준이다.
NBA 2K20은 레전드 에디션이 10만 원가량 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게이머의 추가 결제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매년 피파 얼티밋 팀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EA가 부러웠나 보다.
▲ VC 추가 구매 가격
▲ 어디를 봐도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아울러 게임의 하이라이트인 버그다. 이 정도면 일부러 안 고친 것 같다. 쿼터당 10분 이상 경기를 진행하면 오히려 선수들이 뽀송뽀송한 땀 버그는 여전하다. 여기에 지난해 마이커리어 모드에서 선수 이름이 제대로 표시 안 됐던 버그가 그대로 또 나온다. 호적도 없는 NBA 선수가 탄생해 코트를 누빈다.
디럭스 에디션이나 레전드 에디션을 통해 이미 다량의 재화를 투자한 게이머라면 참 답답한 상황이다. 옵션 등을 통해서 이름 설정도 불가능하다. 여기에 마이커리어 모드에서 출전 시간이 아닌 경우 스킵이 가능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스킵 버튼이 동작을 안 한는 버그도 있다.
그저 멀뚱멀뚱 코트만 쳐다보고 있다. 이는 사실상 마이커리어 모드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게임 초반 출전 시간이 10분 내외인 선수를 위해 38분 동안 코트를 쳐다볼 게이머가 얼마나 되겠는가?
▲2K19는 아닙니다! 라고 외치는
듯한 하는 2K20.
아울러 PC 버전의 경우 급했던 것인지 일부러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게임이 설치된 폴더에 들어가면 게임 아이콘이 NBA 2K19로 나온다. 바뀐 게 얼마 없어서 양심적으로 2K19 아이콘을 재활용했나 보다. 이 정도쯤 되면 제발 게임 좀 다 만들고 출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PC는 멀티 플레이에 핵 의심 사용자 까지 있다. 버그, 핵, 2K의 자랑인 서버까지 3종이 모두 갖춰졌다.
혹시나 했으나, 올해도 역시나다. 벌써 몇 년째 속는 게이머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크게 바뀌는 것은 없고 매년 과금에 대한 스트레스와 답답한 마음이 커진다. 그런데 또 이만한 농구 게임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매년 최고 판매량을 경신하는 것을 자랑하지 말고, 로스터만 추가로 팔더라도 다음 작품을 정말 제대로 만들어 주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