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CK, 1년 전의 참패 딛고 롤드컵 왕좌 되찾을까?
지난 10월 2일 플레이 인 스테이지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라이엇게임즈의 글로벌 e스포츠대회 '2019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이하 2019 롤드컵)의 열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롤드컵은 한국 LCK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CJ 프로스트의 전신인 아주부 프로스트가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롤드컵 우승컵의 주인은 LCK의 차지였으며, 이중 세 번의 결승전이 LCK 팀 간의 내전으로 진행될 정도로 LOL에서 한국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이 LCK의 위상은 지난해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8년 한국에서 개최된 롤드컵에서 LCK는 사상 최초의 8강 전원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줬고,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종목을 비롯한 각종 LOL 국제 대회에서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며, '우승 횟수 0'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지난해의 아픔을 뒤로 한채 LCK 팀들은 그룹스테이지 마지막 경기에 돌입하는 이번 2019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우승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주목받는 팀은 SK 텔레콤 T1(이하 SKT)이다. 서머 시즌에서 초반 5연패 이후 9위까지 하락했던 SKT는 막판 엄청난 연승 가도를 달리며, 4위에 안착. 이후 진행된 플레이오프에서 샌드박스, 담원 그리고 결승전에서 그리핀을 3:1이라는 스코어로 차례로 격파하며, LCK의 명가 SKT의 부활을 전세계에 알렸다.
롤드컵에서도 이 기세는 이어졌다. 지난해 롤드컵 준우승 팀인 유럽의 강호 프나틱, 중국 LPL의 최고 인기 구단이자,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우지(지안 쯔하오)를 앞세운 '로얄 네버 기브업'(RNG) 등 우승권 팀들이 한곳에 모인 역대 최악의 '죽음의 조'로 꼽힌 B조에 배치된 SKT는 프나틱을 가볍게 제친 후 연달아 2연승을 거두며, 유력한 조 1위로 부상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SKT의 빠른 피드백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연한 플레이다. 변칙적인 챔피언 구성으로 여러 LCK 팀들을 혼쭐나게 한 프나틱에 맞서 SKT는 미드 '트리스티나', 원딜 '케일'이라는 신선한 픽으로 격파했다. 아울러 RNG와의 경기는 연이은 한타에서 성장한 우지의 자야를 상대로 맞붙는 한타를 회피하고, 무려 3명의 챔피언이 상대 진영을 급습하는 백도어로 승리. 롤드컵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경기를 연출해 냈다.
이는 항상 같은 챔피언 구성과 경기 운영에 치중해 라인전과 한타에서 약점을 보인다는 기존 LCK의 평가를 완전히 뒤엎은 경기로, SKT가 전세계 LOL 팬들에게 다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했다. 여기에 언제나 롤드컵 시즌에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Unkillable demon king'(불사대마왕) 페이커(이상혁)의 경기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칸(김동하), 클리드(김태민), 테디(박진성), 에포트(이상호)의 플레이도 그 어때 보다 좋아 SKT는 여전히 우승 1순위로 꼽히는 상황이다.
담원 게이밍의 경기력도 인상적이다. LCK 3위로 롤드컵 무대에 데뷔한 담원은 플레인 스테이지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본선인 그룹 스테이지 1경기에서 북미의 맹주 팀리퀴드(TL)에게 패배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경기에서 AHQ를 상대로 롤드컵 첫 승리의 맛을 본 담원은 3경기에서 지난해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인빅터스 게이밍(IG)을 꺾는 대 파란을 일으키며, 2승 1패를 달성. TL과 IG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하며, D조를 죽음의 조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중 IG와 대결한 3경기의 경우 경기의 맥을 정확히 읽은 캐니언(김건부)의 플레이와 ‘뽀포터”를 유행시킨 베릴(조건희)가 맹활약했으며, 쇼메이커(허수), 너구리(장하권)가 현 세계 최고의 탑과 미드를 지니고 있다는 IG에게 밀리지 않는 한타력을 보여줘 롤드컵의 또 다른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다.
SKT에게 밀려 아쉽게 준우승으로 롤드컵에 진출한 그리핀은 한국 LCK가 출범한 이후 가장 큰 스캔들로 불리는 사건에 휘말려 경기력에 대한 관심보다 구단 운영에 대한 해명이 우선인 모양새다. 롤드컵 진출 전 김대호 감독을 해임하는 다소 의아한 행보를 보인 그리핀은 14일 ‘홍콩 에티튜드‘와 승리 인터뷰 당시 소드(최선원)이 김대호 감독을 향해 “발언을 삼가 달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김대호 감독의 폭로로 조규남 대표의 ‘카나비(서진혁)의 이적에 대한 협박성 이적 계약 의혹, 팀내에서 벌어진 랭크 경기 어뷰징(게임 내에서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위) 의혹과 1군 선수들이 먹다 남긴 음식만 2군에게 제공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2군 선수단에 대한 차별’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 e스포츠 협회와 주관사인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직접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며, 그리핀 게임단을 운영하는 스틸에잇의 서영종 대표까지 공식적으로 "결과에 따라 조규남 대표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에게 책임 물을 것"이라고 밝히며,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그리핀은 2승 1패로 3승을 기록한 G2와 함께 8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경기력은 뒤로하고, 프로팀의 선수가 전 감독을 비난하는 스포츠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초유의 사태와 각종 이슈로 인해 롤드컵 기간 동안 팬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다.
이처럼 한 팀이 경기와는 다른 이슈에 휩싸이긴 했지만, 여전히 LCK 팀들은 1년 전의 참담한 결과를 뒤로 한 채 롤드컵 우승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현재 가장 뜨거운 기세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SKT와 G2의 매치업에 대한 기대감과 2승 1패로 공동 1위를 기록 중인 TL의 8강 진출 여부 등 다양한 매치업이 기다리고 있어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
각 팀별로 하루 3경기씩 진행되는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일정이 금일(16일)부터 시작되는 상황에서 LCK 팀들이 과연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지 e스포츠 게이머들의 시선이 베를린으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