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통의 FPS 맛집 재오픈,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전 세계를 대표하는 FPS 게임을 꼽자면 단연 액티비전의 '콜오브듀티' 시리즈와 EA의 '배틀필드' 시리즈다.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영화같은 연출의 싱글 플레이와 준수한 멀티플레이의 재미로, '배틀필드' 시리즈는 거대한 전장에서 전차와 비행기까지 활용해 진짜 전쟁을 치르는 듯한 재미로 게이머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약 한 달의 차이를 두고 게임의 최신 시리즈가 연이어 발매되며 맞붙었다.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와 '배틀필드5'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배틀드를 내세운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는 다른 배틀로얄 게임을 넘어설 만큼 매력적이지 못했고, '배틀필드5'는 PC(정치적 올바름) 논란에 개발진의 학력 관련 발언까지 입방아에 올랐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대학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배우지 못해 '배틀필드'를 즐기지 못한 게이머가 꽤 많을 것으로 본다.
두 게임 모두 시장에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다음 행보를 먼저 보여준 곳은 '콜오브듀티' 시리즈다.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가 그 주인공. 시리즈는 첫 작품인 '콜오브듀티4 모던워페어'를 시작으로, '모던워페어2', '모던워페어3'를 거치며 현대전의 재미로 팬들을 사로잡아온 시리즈다. 시리즈의 주요 인물인 '프라이스' 대위의 '이름값'도 높다.
2011년 등장한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3'이후 제법 긴 8년의 세월이 흘러 등장한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가 선택한 카드는 리부트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캡틴 프라이스를 제외하면 주요 인물들이 사망한 상황이었기에 이번 작품에서 시리즈를 리부트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개발자 인피니트와드도 명예 회복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이렇게 돌아온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등장 직후 게임 시장의 다양한 기록을 갈아 치웠다. 돌아온 '프라이스' 대위의 '이름값'이 제대로 한몫했다는 느낌이다.
게임은 출시 첫 3일 동안 전 세계에서 6억 달러 이상(한화 약 7,000억 원)의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4의 디지털 예약 구매 및 출시 첫 3일간 디지털 판매고 모두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PSN 기록이다. 또 출시 첫 주말 동안 블리자드 배틀넷에서 PC 버전 판매 역시 뛰어나 지금까지의 모든 콜 오브 듀티 시리즈 PC 버전 출시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됐다.
이처럼 게이머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는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의 싱글 플레이를 시작하면 눈 앞에 펼쳐지는 화면에 많은 게이머가 감탄했을 것이다. 게임 초반 어두운 숲을 지나고 폭격이 이뤄지는 곳에서 입을 다물 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줬다. 완성도 높은 비주얼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만날 수 있다. 넓은 야외 전장은 물론 실내까지 빛의 묘사부터 다양한 오브젝트의 구성까지 그래픽적인 완성도가 상당하다.
싱글 플레이를 즐기며 이번 시리즈에서 강점으로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는 좁은 실내에서 벌어지는 미션의 긴장감이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적절하게 구성된 게임의 난도가 큰 역할을 했다. 각종 HUD까지 사라지는 가장 어려운 단계인 리얼리즘을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쉬운 난도까지 적당한 난도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리얼리즘의 아래 단계인 베테랑 난도로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총기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한 포격 플레이 화력 지원 등의 플레이도 구현돼 단순히 람보처럼 총만 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과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싱글 플레이의 경우 5~6시간 정도의 분량에 달하며, 테러집단 알카탈라의 위협을 저지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가상의 국가 우르지크스탄과 영국 런던을 무대로 시작했던 큰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돌아온 프라이스 대위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게임의 엔딩을 본 기존 팬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프라이스 대위의 대사에 감명받았을 것이라 본다. 후속작의 떡밥을 던지며 마무리된다. 물론 스토리가 짧아 아쉽기는 하다.
또한, 싱글플레이의 경우 다양한 도전과제를 마련해둬 클리어 이후에도 게임을 즐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눈치 빠른 게이머라면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 게이머가 개입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제법 많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게임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민간인의 죽음을 참고 임무를 위해 나아갈지 등 제법 의미 있는 선택지를 던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울러 전작이 번역으로 뭇매를 맞았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번역에도 큰 노력을 기울인 티가 난다. 음성 지원은 게임의 몰입감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싱글 플레이를 마쳤다면 '콜오브듀티'의 또 다른 재미인 멀티플레이를 즐길 차례다. 이번 작품에 멀티플레이는 PvP 모드와 PvE 모드인 협동전이 준비됐다. 먼저 협동전은 싱글플레이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모드로 게이머들이 힘을 모아 미션을 달성하고 적을 물리치는 모드다. '레프트4데드'를 즐겼던 게이머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게임의 난도가 어마어마하다. 현재 4개의 미션이 준비되어 있다.
본격적인 멀티플레이는 정말 다양한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빠른 플레이에만 정통의 점령모드는 물론 수색 섬멸 모드, 오랜만에 등장한 본부 모드 등 8개의 모드가 마련됐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는 32대 32로 대결을 펼치는 지상전도 별도로 구현됐다. '배틀필드' 시리즈처럼 게이머들은 분대 개념으로 묶이며 거대 전쟁에서 더 거대한 규모의 점령전을 즐길 수있다.
거대한 규모로 치러지는 경기인만큼 다양한 킬스트릭이 등장하며, 전차나 헬리콥터와 같은 탈것에도 탑승해 전투를 치를 수 있다. '콜오브듀티'이지만 '배틀필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재미를 갖춘 '콜오브듀티'의 멀티 플레이에 32대 32라는 거대 전장까지 더해지니 멀티플레이의 재미도 훌륭하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캠핑플레이가 유리해 지적받았는데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총기 밸런스도 현재는 엉망에 가깝다. 레벨 8달성 후 오버킬을 장착해 M4A1과 샷건을 장착하면 끝이다. 두 조합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좋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총기 레벨을 올릴수록 더 많은 부착물을 달 수 있어, 점점 좋아진다. 액티비전의 특성상 총기 밸런스 패치를 언제 해줄지 모르니 안 쓰면 나만 손해다.
아울러 기자가 즐긴 PC 버전의 경우 게임이 튕긴다거나 플레이 중 프리징 현상이 발생하는 등 게임 플레이 치명적인 오류가 나왔다. 프라이스 대위 할아버지가 와도 용서하기 힘든 부분이다. 아마 해당 문제들에 대한 패치가 완료되고 총기 밸런스 패치 등이 이뤄졌을 때쯤에는 다음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나올 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 '콜오브듀티'는 1년짜리 게임이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는 정통의 FPS 맛집이 화려하게 재오픈 했음을 체감할 수 있다. 멀티 총기 밸런스와 PC버전의 오류 등으로 아쉬움은 남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