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뉴 베가스’ 보다 좁아진 우주 세계? ‘아우터 월드’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개발사 중에서도 옵시디언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게임사도 드물다.
‘폴아웃 뉴 베가스’, ‘네버윈터 나이츠2’, ‘필라스오브이터니티’ 등의 작품을 통해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자유도 높은 RPG와 색다른 감성으로 절대적인 지지층을 지니고 있지만, 너무나 방대한 세계관과 자유도 그리고 특유의 서양틱한 캐릭터와 각종 버그 덕에 평가가 극단으로 갈리는 것이 사실.
이 개성만큼은 확실한 게임사 옵시디언의 신작이 지난 10월 25일 정식 출시됐다. 바로 아우터 월드가 그 주인공. 아우터 월드는 좁은 필드에서도 수 많은 퀘스트와 개성이 넘치다 못해 상 돌+I들이 넘쳐나는 세계를 그려낸 옵시디언이 광활한 우주를 게임의 배경으로 선택했다는 점과 거대 기업과 이에 저항하는 세력의 대결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
아우터 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옵시디언 특유의 세력 간 대립이 범 우주적으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게이머는 지구에서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동면에 들어갔지만, 불의의 사고로 우주 미아가 되버린 희망호에서 깨어난 탑승자로서 우주 식민지를 통치하고 있는 컴퍼니와 저항세력 중 한 진영을 선택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거대한 정부 세력에 맞선 레지스탕스의 여정을 다루는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자유도의 대가 옵시디언이 창조한 아우터 월드의 세계는 두 진영 모두 심각한 결점을 지니고 있고, 양쪽의 해법 모두 설득력이 있어 섣불리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기 힘들 정도로 치밀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게임의 진행은 크게 메인 퀘스트와 동료 퀘스트 그리고 방대한 서브 퀘스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게이머가 방문하는 행성이나 지역을 이동하면서 보이는 건물 모두 퀘스트와 연관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게이머가 어떤 태도로 게임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대화로 풀어갈 수도 전투 일변의 진행이 될 수도 있다.
옵시디언 특유의 정신 나간 서브 퀘스트도 건재하다. 탈모약을 개발하기 위해 게이머를 사지로 모는 연구원부터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주자 그룹에 참여한 아들, 쥐의 몸에 마약을 심어 유통하려다, 미쳐버린 쥐들에게 살해당한 범죄자 집단까지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동료들과의 퀘스트도 강화되어 각 동료들은 별도의 퀘스트를 지니고 있으며, 해당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보상과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아우터 월드의 동료는 생각보다 중요한데, 각 동료들은 별도의 스킬을 지니고 있어 전투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해킹이나 대화 능력치를 크게 올려주는 동료도 존재해 게이머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동료를 바꿔가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캐릭터 성장은 크게 전투와 대화 그리고 테크니컬 파트로 나뉜다. 각 능력치는 50 포인트까지는 일괄적으로 상승하지만, 그 이후부터 세부 능력치를 추가로 높이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1레벨이 오를 때 마다 10 포인트가 주어지기 때문에 여러 스탯을 골고루 올릴 수도, 전투나 대화 혹은 해킹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여기에 특전 퍽의 경우 무게 증가, 전술 시간 증대 등 매우 유용한 스킬이 다수 포진되어 있고, 동료들의 특전 퍽을 어떻게 선택했느냐에 따라 게임의 진행 방식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물론 아쉬움도 존재한다. 우선 옵시디언 특유의 자유도가 이번 아우터 월드에서는 이전작들에 비해 다소 부족하며, 고질적인 문제인 액션 플레이와 그래픽 그리고 각종 버그는 여전히 등장한다.
그래픽의 경우 현재 등장하는 게임과 직접적으로 비교해 “이게 2019년 게임인가?”라는 의문이 들정도의 퀄리티이며, 캐릭터의 움직임과 구도 그리고 오브젝트들의 퀄리티가 뉴 베가스 수준에 머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매우 유사했다. 비록 그래픽이 게임이 전부는 아니지만, 10년 전 게임에 해상도만 높여 놓은 듯한 모습은 다소 의아할 정도였다.
게이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아우터 월드의 스토리는 결국 하나로 귀결되며, 서브 퀘스트가 메인 퀘스트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줄어들었다.
특히, 행성을 오가기는 하지만, 퀘스트의 양이나 맵의 크기 등 여러 부분에서 전작인 뉴 베가스 보다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퀘스트 대부분이 같은 몬스터를 잡거나 해당 몬스터의 둥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독창성은 떨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시간이 느려지는 전술 시간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상대가 느려지는 동시에 나도 느려지기 때문에 별도의 스킬 포인트 투자까지 마련된 중요성에 비해 전투의 유용성은 매우 떨어지고, FPS 장르 치고 부족한 스킬 이펙트와 타격감 등 전투 분야에서 이렇다할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다.
수 많은 RPG 장르를 개발한 옵시디언인 만큼 아우터 월드에서도 개성 넘치는 아이템을 기대했지만, 등장하는 방어구, 무기 등의 수가 굉장히 적고, 능력치와 이름은 다르지만, 형태도 모두 비슷비슷해 별다른 개성이 없는 모습.
아울러 레벨이 높아질수록 좋은 장비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장비 강화와 땜질로 능력치를 높인 아이템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하나의 아이템으로 엔딩을 보는 특이한 경우가 생기기도 했던 것이 사실.
이처럼 아우터 월드는 옵디시언 특유의 재미요소와 독창적인 스토리 등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같은 시기 출시된 게임과 비교해 월등히 떨어지는 그래픽 퀄리티와 다소 맥 빠진 듯한 서브 퀘스트 부족한 아이템 등 장점과 단점이 매우 명확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옵시디언 스타일의 작품을 좋아하는 본 기자 역시 매우 재미있게 즐겼을 정도로, 이 장르를 선호하는 게이머에게 아우터 월드는 오랜만에 등장한 TRPG 스타일의 작품이라는 점과 여전히 방대한 자유도와 독특한 콘텐츠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