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M'은 되고 'V4'는 안됩니다. 크로스 플랫폼 시대 '촌극'
'리니지2M'은 되는데 'V4(브이포)'는 안된다. PC로 게임을 즐길 때 게임 내 결제에 관한 이야기다. 게이머 입장에서 같은 PC로 즐기지만, '리니지2M'은 결제를 진행할 수 있고 'V4'는 안된다. 크로스 플랫폼 시대에 발생한 '촌극'이다.
먼저 '리니지2M'을 살펴보자. '리니지2M'은 PC급 퀄리티로 무장한 '모바일게임'이다. 실제로 PC를 통해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야심에 차게 준비한 PC용 크로스 플레이 애플리케이션인 '퍼플'을 이용해서다.
'퍼플'은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을 PC에서 즐길 수 있게 한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에 가깝다. '퍼플'로 게임을 즐기면 모바일게임의 수준을 뛰어넘는 시각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리니지2M'만 해도 '퍼플' 전용 그래픽 옵션이 따로 있을 정도다.
국내 심의 정보를 살펴봐도 '리니지2M'은 모바일 플랫폼에서만 심의를 받았다. 게이머는 '퍼플'을 통해 PC로 게임을 즐기지만, 사실은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구글 결제를 통해 문제없이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실제 '퍼플'을 통해 '리니지2M' 결제를 시도해보면, '퍼플'에서는 구글 플레이에서 구매를 완료해 달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후 별도의 구글 결제 페이지가 열리며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리니지2M'의 크로스 플레이는 구글 입장에서도 밑질 것이 없는 장사다. 구글은 결제 수수료를 엔씨소프트로서는 PC와 모바일의 완벽한 크로스 플레이를 구현한 회사가 됐다.
하지만, 'V4'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V4'는 최근 공식 카페를 통해 'V4 PC 베타 버전 가이드'를 공지했다. 공지에는 'V4' PC 버전에서 게임 내 재화(레드 젬/골드)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현금 결제는 모바일 기기에서 진행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V4' PC버전은 모바일 기기에서 플레이하던 동일한 계정으로 PC 버전에서 이어서 그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론적으로 크로스 플레이와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PC 버전에는 게임 내 결제를 넣지 않았다. '리니지2M'와 'V4 PC 버전'의 결정적인 차이다.
'리니지2M'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바일'게임이다. 그런데 'V4' PC 버전은 말 그대로 PC 온라인 게임이다. 국내 심의도 'V4' 모바일 플랫폼 버전과 온라인 PC 버전을 따로 받았다. 모바일로 기기로 즐기면 모바일게임지만, PC 버전을 즐기면 PC 온라인게임이란 이야기다.
때문에 퍼블리셔인 넥슨이 원하면 'V4' PC 버전에는 넥슨 플랫폼이 지원하는 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PC방에서 'V4'를 즐기는 게이머가 많아지면, PC방 순위에도 잡히는 게임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구글의 인앱 결제 정책이다.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로드된 게임 내에서 상품을 제공하거나 게임 콘텐츠 액세스 권한을 제공하는 개발자는 결제 수단으로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를 사용해야 한다. 구글은 외부결제를 인정하지 않으며, 구글 플레이에서 정상적인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다.
이 경우 'V4'는 문제가 없지만, 'V4 PC 버전'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V4' PC 버전에 별도로 결제 모듈을 붙이면 일종의 외부결제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사실 두 게임이 똑같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이용자는 몰아주고 수수료 한 푼 못 받는 상황이 달가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구글 측에 크로스 플랫폼 게임과 관련된 결제 방식, 크로스 플레이 게임에 대응하기 위한 PC 결제 시장 진출 여부를 문의했으나,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현대 게임 시장은 크로스 플랫폼 또는 크로스 플레이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심의제도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플랫폼 지배 사업자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실제 게임사들은 모바일과 PC에서 동일하게 즐길 수 있는 HTML5도 PC와 모바일버전을 서버를 별도로 둬 서비스 중이다. 시장지배 사업자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는 수 없는 상황이다. 크로스 플랫폼 시대의 발목을 잡을지 산업을 이끌어갈지 '키'는 구글이나 애플이 쥐고 있다.
한편, 넥슨 관계자는 “V4 PC 버전은 PC 버전이 품질과 퍼포먼스 측면에서 압도적이며, 뛰어난 퍼포먼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이용자를 고려한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