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병기가 득실대는 기묘한 미소녀 RPG '카운터 사이드'
넥슨의 신작 카운터사이드가 지난 4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넥슨의 2020년 첫 모바일게임으로, 주목을 받은 카운터 사이드는 ‘클로저스’, ‘엘소드’ 등 서브컬처 장르 작품에 참여해 높은 인지도를 지닌 류금태 PD가 제작을 맡아 많은 기대를 모은 게임이다.
특히, 지난해 진행한 CBT에서 확인된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렴하여 대대적으로 과금 시스템을 개선한 것은 물론, 캐릭터 일러스트 교체 및 육성 시스템, 전투 시스템을 변경하는 등 유저들의 목소리를 담아 게임을 전면 수정한 흔치 않은 과정을 거쳐 출시되어 화제가 된 것이 사실.
실제로 만나본 카운터사이드는 CBT 당시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또 새로운 시스템이 대거 도입된 모습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일러스트의 변화다. 캐릭터들의 턱이 기묘하게 날카로워 ‘턱순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전의 일러스트 캐릭터들이 대거 변경되고, 60종 이상 캐릭터의 인 게임 그래픽과 모선이 새롭게 추가된 것은 물론, 캐릭터 기본 체형이 개편되어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전투 이펙트가 리뉴얼 된 것은 물론,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경우 라이브 일러스트 컷씬이 등장하고, 에필로그가 추가되는 등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전투 시스템은 디펜스와 턴제 전략 요소를 적절히 섞은 느낌이다. 게임 내 캐릭터의 클래스는 총 7종으로, 각 클래스는 특정 클래스에 특별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일종의 순환 구조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스트라이커’는 ‘레인저’에 강하지만 ‘스나이퍼’에 약하며, ‘레인저’는 ‘디펜더’ 클래스에 강하고 ‘디펜더’는 ‘스나이퍼’에 강한 식인데, 탱커를 앞에 세우고, 근접, 원거리 딜러를 뒤에 세우는 것이 기본적인 전투 방식이다.
다만 적 역시 전체 공격 혹은 디펜스 무효화 스킬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자칫 타이밍이 어긋나면 기껏 소환한 캐릭터가 곧바로 사망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변수가 등장한다. 여기에 공중 유닛을 공격할 수 있는 캐릭터가 별도로 존재해 이를 대비해야 하는 것도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캐릭터 육성은 크게 연봉협상, 강화이식 나눠져 있다. 연봉협상의 경우 캐릭터와 연봉을 협상해 레벨을 크게 높일 수 있으며, 결과에 따라 애사심도 증가시킬 수 있다. 이 중 캐릭터의 애사심이 최대치에 오르면 종신계약을 할 수 있으며, 이 종신계약은 캐릭터의 능력치를 크게 증가 시키고, 전용 보이스가 적용되는 등의 추가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 캐릭터는 종신계약을 노리는 것이 좋다.
강화 이식은 일반 캐릭터 혹은 강화 전용 캐릭터를 소모해 능력치를 높이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캐릭터의 스탯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에 초반부터 운용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아울러 강화 이식은 캐릭터가 가진 스킬을 증가시켜 주며, 게임 내 숨겨진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전함의 경우 격납고’에서 함선을 건조하거나 정비하여 전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캐릭터 육성 시스템은 이전에 등장한 수집형 미소녀 RPG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카운터 사이드의 캐릭터 뽑기 시스템은 다소 복잡한 모습이다. ‘채용’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캐릭터 뽑기는 최대 9천 골드를 투자하면 좋은 캐릭터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며, 솔져, 카운터, 메카닉 등 캐릭터 종류와 디펜더, 레인져, 스트라이커 등의 클래스를 우대 상황으로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채용을 진행하려면 채용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채용 계약서는 퀘스트 및 미션 등으로 얻을 수 있지만 좋은 캐릭터를 뽑으려면 캐릭터 뽑기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계약서가 부족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채용을 진행해도 바로 캐릭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획득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바로 캐릭터를 얻으려면 ‘긴급 채용’ 문서도 따로 구매 해야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렇게 캐릭터를 얻기가 쉽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기존에 보유한 캐릭터의 육성에 집중하게 되지만, 캐릭터 레벨업 시스템인 ‘연봉 협상’도 똑같이 '연봉협상 계약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자동 반복 전투로 레벨을 높이는 이른바 ‘레벨 노가다’도 카운터 사이드에서는 플레이하기 어렵다. 카운터 사이드의 자동 전투는 초반부 해금이 되어 사용할 수 있지만, 반복 전투는 1장 전체를 완료해야 진행할 수 있다. 난이도가 높아 레벨을 높여야 하지만, 반복 전투는 되지 않으니 결국 캐릭터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 직접 같은 맵을 계속 플레이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 발생하는 셈이다.
캐릭터 뽑기의 만족도도 썩 높은 편은 아니다. 카운터 사이드는 다양한 컨셉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존재하고, 실제로 퀄리티도 높은 편이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이 캐릭터 중 메카닉의 비중이 이상하게 높은데, 실제로 현재 최고 등급이라 할 수 있는 SSR 등급 캐릭터 23종 중 무려 6종이 메카닉으로 등장해 SSR이라 좋아했더니 탱크, 헬기만 나오더라는 웃지못할 글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이 메카닉은 연봉 협상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 등장한다. 나는 미.소.녀를 만나고 싶은데, 협상 테이블에 헬기, 탱크 등의 실존 병기와 이야기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처럼 카운터 사이드는 분명 수준급의 그래픽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전황이 크게 달라지는 전략 요소 등의 재미를 지니고 있는 게임이지만, 불편한 뽑기 시스템과 캐릭터 육성 시스템 그리고 미소녀를 만나려 했더니 메카닉만 득실대는 다소 난감한 부분도 이곳저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산 수집형 미소녀 게임이 득세하고 있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카운터 사이드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