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0]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를 뒷받침할 연합의 힘을 보여야 할 때
2017년 전세계를 강타한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을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성장시켰다. 2018년 크래프톤이 기록한 매출은 1조1200억원이며, 영업이익도 3002억을 기록하면서 3N 못지 않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직원 월급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던 회사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에 직원들 사기진작을 위한 역대급 포상금 지급이 있었으며, 텐센트 투자도 유치하면서 비상장 회사 중에는 가장 주목받는 회사가 됐다. 배틀그라운드의 열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 됐을 때는 비상장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장외 시장에서 주가가 70만원을 넘긴 적도 있었다.
다만, 이 모든 성과가 배틀그라운드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배틀그라운드가 한참 전상기를 달리고 있었던 2018년과 달리 2019년은 포트나이트 등 경쟁자들이 급부상하면서 배틀그라운드의 인기와 매출이 하락했으며, 펍지주식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연합들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현재 크래프톤의 평가 가치는 전성기 대비 많이 하락한 상태다.
크래프톤이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분기까지 매출 6925억원, 영업이익 1594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성적이 발표되면 좀 더 나아질 수도 있긴 하나, 같은 기간 동안 매출 9111억, 영업이익 3018억을 기록했던 작년에 비해 많이 하락한 수치다.
매출 감소의 원인은 배틀그라운드 누적 판매량이 6500만장을 넘기면서 패키지 판매 수익이 정체되기 시작했으며,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등 경쟁작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배틀로얄 장르 지배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이 발표한 2019년 3분기까지 누적 실적 자료에 따르면 작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PC온라인은 7908억에서 3582억으로, 콘솔 플랫폼은 PS4 버전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700억에서 614억으로 감소했다. 누적 6억 다운로드를 달성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덕분에 모바일 부분 매출이 433억에서 2561억으로 급성장하지 않았다면 더 큰 폭의 매출 감소가 있었을 수도 있었다.
각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경쟁작들의 급성장이 매출 감소에 주된 원인이 됐음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작년 동기 대비 아시아 지역은 소폭 증가했으나, 한국은 738억에서 557억으로, 북미, 유럽 지역은 2792억에서 1349억으로, 기타 지역은 978억에서 54억으로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 폭이 가장 큰 북미, 유럽 지역은 포트나이트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 지역이다.
펍지 주식회사 외의 연합사에서 강력한 신규 매출원을 선보였다면 매출 하락폭이 감소할 수 있었겠지만, 차세대 간판 게임으로 준비중인 에어는 CBT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스콜에서 일본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테라오리진도 불과 3개월만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한, 10월에 출시한 미스트오버는 아직 매출 성적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플레이가 없는 장르 특성상 매출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든 게임이다.
현재 크래프톤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회사들의 3분기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스콜, 피닉스, 레드사하라, 딜루젼 등 펍지주식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연합사들은 모두 적자 상태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개발 기간이 늘어나면서 나와야 할 게임들이 아직 못나오고 있으며, 들어가는 개발비가 늘어난 만큼 게임 실패로 인한 타격도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2019년의 매출 감소가 크래프톤의 위기를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다. 너무 기록적인 성장을 한 2018년에 비교했기 때문이지, 2019년도 엄청난 성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가 너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생긴 빈틈을 보완하기 위해 내부를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크래프톤의 주력 매출원이라고 할 수 있는 펍지주식회사를 보면 2019년 동안 배틀그라운드의 게임성 보완과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2018년 말에 신규 맵 비켄디 공개 이후 대표 맵인 에란겔 리뉴얼 작업 등 배틀그라운드의 기본 재미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건강한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세계 대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자생을 위한 다양한 수익 모델을 준비하면서 아마추어에서 프로 리그, 국가대항전으로 이어지는 기본 틀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다. 텐센트와 공동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역시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C)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매출원을 다변화시키는데 기여했다.
모회사인 크래프톤은 2018년 말 블루홀에서 크래프톤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연합 브랜드 강화를 시작했으며, 많은 투자 유치를 통해 분산되어 있던 지분 구조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크래프톤의 지분을 보면 장병규 의장이 17.6%로 최대주주이며, 텐센트 투자라고 볼 수 있는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가 13.3%, 벨리즈원 유한회사가 6.9%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벨리즈원 유한회사는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을 통합 매입한 곳으로, 장병규 의장이 벨리즈원에 크래프톤 지분 1.2% 넘기면서, 벨리즈원 지분 취득 및 이사 자격을 획득했기 때문에 장병규 의장 우호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장병규 의장은 우호지분 포함 30% 이상을 확보하면서 탄탄한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또한, 대출 개념에 가까운 전환상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부채를 6413억에서 3773억으로 줄이고, 자산 총계는 6190억원에서 8205억원으로 증가시켰다. 구조적으로 더욱 탄탄한 회사가 된 것이다. 소소하지만 e스포츠 사업 확대를 위해 넵튠에 100억 투자도 진행했다.
올해는 배틀그라운드의 IP 가치를 더 끌어올림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주력해야할 시점이다.
펍지주식회사의 임우열 본부장의 말에 따르면 펍지주식회사는 배틀그라운드에 신규 맵 카라킨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늘리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2017년에 얼리억세스로 시작한 배틀그라운드가 4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은 맵 추가에 주력했지만, 새로운 모드도 연구 중이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를 배틀그라운드로 가져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시장 진출은 판호 문제로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아예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 화평정영의 등장으로 인해 사실상 중국 진출이 무산된 상태인 만큼, 중동 등 다른 지역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펍지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신규 스튜디오들도 열심히 개발 중이다. 브랜든 그린이 설립한 플레이어언노운 프로덕션에서는 배틀로얄이 아닌 새로운 장르의 신작 ‘프롤로그’를 개발 중이며, 데드 스페이스, 콜오브듀티 개발자로 유명한 글렌 스코필드가 설립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는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중심의 신작을 개발 중이다. 두 게임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오게 된다면 펍지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펍지주식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연합사들도 올해는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2월 4일 미국법인 엔매스엔터테인먼트에서 다크 크리스탈:저항의 시대을 출시했다. 이는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동명의 인기 드라마 IP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으로, 자신만의 팀을 만들어 싸우는 턴 기반 RPG다.
카카오게임즈와의 퍼블리싱 계약을 해지하고 자체 서비스를 결정한 레드사하라의 테라 히어로는 1분기 내에 출시 일정이 공개될 예정이며, 테라의 뒤를 잇는 간판 MMORPG로 준비 중인 블루홀 스튜디오의 에어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에어는 크래프톤 입장에서도,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도 비중이 큰 게임이니, 양사가 총력을 기울여 완성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도 작가의 인기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IP를 활용한 동명의 신작은 원작과 상이한 모습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인 만큼 팬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팬들의 거센 반발로 이미지 타격이 있긴 했으나, 마무리 단계에서 터진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눈물을 마시는 새가 기대했던 만큼 강력한 IP라는 것을 실제로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현재 크래프톤은 상장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작년에 지분 정리 작업을 진행했고, 장병규 의장이 4차 산업 위원장 임기를 마무리하고 회사로 복귀하면서 언제든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크래프톤이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배틀그라운드가 계속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매출원이 확보되어야 하니, 현재 가장 많은 공을 들여 개발하고 있는 에어의 결과에 따라 올해 크래프톤의 행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개된 게임 외에도 10여종의 게임들을 더 준비하고 있다. 과감한 도전을 통해 배틀그라운드가 탄생한 만큼, 준비중인 신작들도 한계를 두지 않고 과감한 시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