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페르소나 1.0 업데이트?" 페르소나5: 더 로열
일본식 RPG 이른바 JRPG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 있다. 1987년 여신전생 시리즈로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아틀라스의 페르소나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1996년 첫 작품을 출시한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페르소나 시리즈는 특유의 암울한 세계관과 색다른 시스템으로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작품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주는 등 컬트적인 인기를 누린 것이 사실.
다만 이 페르소나 시리즈는 한가지 기묘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정식 게임을 출시한 뒤 콘텐츠를 추가한 리부트 버전을 따로 출시한다는 것. 이는 스펙도 출력 방식도 달랐던 게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버전으로 게임을 출시하던 과거 일본 게임업계의 애환(?)도 담겨 있던 방식이기도 했다.
이러한 페르소나의 전통을 계승한 페르소나의 최신작 페르소나5의 완전판이라 할 수 있는 ‘페르소나5: 더 로열’이 지난 2월 20일 발매되었다.
전세계 누적 판매량 270만 장을 돌파한 '페르소나 5'의 리부트 버전인 ‘페르소나5 더 로열’은 신규 캐릭터와 새로운 페르소나 및 콘텐츠가 다수 추가된 것은 물론, 풀 HD 화질에 머물러있던 해상도를 4K까지 끌어올려 더욱 수려하고, 뚜렷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게임 진행을 원활하게 해주는 기능도 다수 추가됐다. 우선 옵션 버튼으로 대사를 빠르게 넘기는 기능이 추가되어 게임 진행 시간이 크게 줄었고,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하루에 한번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던 원작과 대비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 다른 캐릭터와 코퍼레이션(이하 코옵)을 높이거나 능력치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중 뭐 하나 했다 하면 “일단 자자”라고 말하며, 강제로 취침을 하게 만들어 짜증을 유발하던 고양이 모르가나가 간섭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카페 내부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크게 늘어나 다양한 이벤트를 볼 수 있는 것도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페르소나5: 더 로열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존재한다. 새롭게 추가된 '마이 팰리스'는 전투, 스토리 영상, 이벤트 및 사진 등을 다시 관람하거나 각 스테이지 보스들과 페르소나를 전시할 수 있는 등 게이머 만의 작은 미술관을 꾸밀 수 있는 콘텐츠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는 'P메달'로 각종 아이템을 구매해 게임 내 콘텐츠를 전시할 수 있으며, 카드게임인 '대부호'를 다른 동료들과 즐기며 P메달을 획득할 수도 있다.
전투 시스템은 크게 변한 것은 없으나 등장하는 적의 레벨을 설정해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챌린지 배틀 시스템’이 추가되었으며, 특수 이벤트로 엄청난 대미지를 주는 ‘쇼타임’이 새롭게 도입되어 동료 조합에 따라 ‘쇼타임’으로 강력한 적을 순식간에 물리칠 수도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메멘토스에서 만날 수 있는 미션과 구간이 더 늘어나 한번 메멘토스에 입장할 때 최소 1시간은 각오할 정도로 오랜 시간 전투를 즐길 수 있도록 변경됐다. 더욱이 신규 캐릭터 조제가 등장하여 필드를 돌며 획득한 꽃과 별을 소비해 새로운 아이템을 구매하고, 메멘토스의 경험치, 돈, 아이템 레벨을 높일 수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대표적인 재미요소인 합체 시스템도 크게 개선됐다. 우선 페르소나를 희생해 아이템을 얻는 ‘전기 의자 처형’ 제한이 없어져 돈과 아이템만 있다면 장비를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변화했고, 3개 이상의 페르소나를 처형할 때 전서에 등록만 되어 있으면 비용을 지불하고 바로 합성할 수 있도록 편의성이 강화됐다.
특히, 전투 중 벨벳 룸에 비상이 걸리며 빨간색으로 변하는 '합체 경보'가 울릴 경우 계승 스킬이 예상과 다르게 진화 & 강화되고, 심지어 완전히 다른 페르소나를 얻을 수 있는 등 변수가 발생해 이를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와 함께 추가된 신규 캐릭터 요시자와 카스미(신념)과 마루키 타쿠토(고문관)가 추가되어 더 다양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으며, 벨벳 룸의 아이돌인 카롤린과 쥐스틴과 외출하는 이벤트가 새롭게 생기는 등 게임의 콘텐츠도 보다 풍성해졌다.
이외에도 주인공의 거쳐인 카페 르블랑에서 풀 수 있는 크로스워드 퍼즐이 행동력을 소모하지 않는 등 활동 범위가 늘어났고, 신규 지역인 키지죠지, 나카노, 시나가와가 추가되어 NPC들과 더 많은 곳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처럼 다양한 부분에서 쾌적해진 ‘페르소나5: 더 로열’이지만, 게임을 즐길수록 “과연 이 게임이 페르소나5와 같은 돈을 주고 살만한 게임인가?”라는 의문점은 지울 수 없었다. 앞서 설명한 새로운 콘텐츠들과 시스템은 환영할 만한 부분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원작 페르소나5의 시스템이 개선된 수준일 뿐 완전히 새로운 요소는 아니다.
더욱이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고, 시나리오도 만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메인 스토리에서 부가적으로 추가된 부분일 뿐 게임 진행이 막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즐길 거리가 많고, 매일 코옵을 높이는 작업에 바쁜 '페르소나5'인 만큼 이 신규 캐릭터를 배제하더라도 딱히 불편함이나 어색한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현재 게임 시장에서 DLC(디지털 다운로드)는 단순히 아이템을 추가하고, 복장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나리오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의 경우 총 3편의 DLC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나리오와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고, ‘위쳐3’는 본편 못 지 않은 볼륨의 DLC를 무려 2개나 선보여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워낙 풍성하고, 방대한 볼륨의 콘텐츠를 지닌 페르소나5였기에 단점이 덜 부각되지만, 최근 등장한 DLC들과 비교해 볼 때 ‘페르소나5: 더 로열’은 좋게 말해서 원작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 완전판이라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페르소나5의 신규 패치 & 업데이트에 불과한 콘텐츠를 지니고 있다.
거치형 콘솔부터 휴대용 게임기까지 여러 기종으로 게임을 출시해야 했던 2000 ~ 2010년대 초반이라면 납득할 수 있지만, 지금은 콘솔 게임도 디지털 다운로드를 통해 시나리오 추가, 업데이트 패치 등을 수시로 할 수 있는 시대다.
때문에 신규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 합쳐도 대형 DLC로 나와도 될 법한 이 게임이 6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Full Price’(권장소비자 가격)으로 발매된 것은 기자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처럼 ‘페르소나5: 더 로열’은 ‘페르소나5’를 플레이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재미를 지닌 작품이지만, 전작을 정가에 주고 산 사람에게 추천하기 망설여질 정도로 변화의 폭이 적은 게임이다. 과연 세월의 흐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페르소나의 이 전통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