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형RPG ‘AFK아레나’의 돌풍. 모바일MMORPG를 긴장시키다
라이즈오브킹덤즈로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은 릴리스게임즈가 올해 초 AFK아레나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국내 게임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AFK아레나는 대작 MMORPG가 아니라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주로 개발하는 방치형 RPG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V4를 제치고 구글 매출 3위까지 올라서면서,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AFK아레나가 이처럼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수집형RPG 장르에 방치형RPG의 장점을 결합시킨 덕분이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육성해 전략적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은 수집형RPG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면서, 게임을 꺼둔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경험치가 쌓여 캐릭터를 좀 더 편하게 육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치형RPG의 장점을 더해, 경험치를 위해 같은 스테이지를 계속 반복해서 돌아야 하는 귀찮은 노가다 작업 없이도,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귀찮은 노가다 작업을 없앤 것만으로는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없다. 단순히 전투력을 올려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일반적인 스토리 모드 뿐만 아니라, 모험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이계의 미궁, 월드 탐험 등의 요소 덕분에 모바일MMORPG 보다 더 모험의 재미를 잘 살렸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이계의 미궁은 등장하는 적을 없앨 때마다 공격력이나 방어력 상승, 적 약화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아티팩트를 얻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전투력을 현재 상태보다 더 높여 강력한 적들을 물리치는 콘텐츠다. 적을 물리쳤을 때 어떤 아티팩트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전투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 조합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피해 없이 깰 수도 있고, 순식간에 전멸하기도 한다. 전투 자체는 자동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어떤 루트를 선택하는지는 이용자들이 직접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전투를 해서 아티팩트를 확보할지, 아니면 온천에서 HP를 회복하거나, 영혼주술사를 만나 죽은 영웅을 되살릴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월드 탐험과 시간의 정원은 이계의 미궁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넓은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적들과 싸우는 형태로 모험의 재미를 더욱 강조했다. 필드에는 다양한 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적과 먼저 싸울지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각종 장치를 조작해서 없는 길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어, 직접 조작하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또한, 모든 캐릭터를 다 키우도록 불편한 노가다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공명의 정원이라는 곳에 신규 영웅을 등록하면, 주력 영웅 5인중 가장 낮은 레벨의 영웅과 동일한 레벨로 변경되도록 만들어, 새로 얻은 영웅들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렇게 AFK 아레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그동안 인디 게임 이미지가 강했던 방치형RPG 장르도 잘 만들면 모바일MMRPG 못지 않은 완성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한,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이 계속 비슷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모바일MMORPG 장르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MMORPG들은 이용자 편의성을 추구하기 위해 자동 이동, 자동 전투를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그냥 켜두고 화려한 그래픽을 지켜보는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인지, 스마트폰이 게임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지나친 배터리 소모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기 힘들어, 많은 이들이 블루스택, 녹스 같은 PC용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콘텐츠가 게임에 계속 접속해 있기를 강요하는 형태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매일 매일 숙제를 하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반면에 방치형RPG는 레벨업의 기본이 되는 반복 플레이는 게임을 꺼둔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하고, 잠깐 접속해서 직접 조작해서 즐겨야 하는 핵심 콘텐츠만 즐기도록 만들어서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고 있다. MMORPG처럼 무의미하게 스마트폰을 혹사시킬 필요도 없고, 이용자들도 캐릭터가 죽었는지 안죽었는지 계속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최근에 등장하는 모바일MMORPG들 중에서는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추가하는 시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 전투 상태에서 배터리 소모를 줄여주는 절전 모드는 기본이 되고 있으며, 방치형RPG처럼 아예 게임을 거둔 상태에서도 자동 전투가 진행되는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하는 게임들도 늘어나고 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은 오프라인 상태에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흑정령 모드를 지원하고 있으며, 새롭게 추가한 대사막 콘텐츠에서는 자동을 최소화하고, 모험할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둬 선택과 집중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MMORPG 장르는 아니지만, 테라 히어로 역시 모험 모드라고 해서 게임을 끈 상태에서도 최대 3시간 동안 자동으로 전투를 진행하는 모험모드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