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지화, 그게 안돼?" 라인콩코리아, '검은달'
"그게 안돼?"
▲ 검은달 광고 영상 중 캡처
라인콩코리아(대표 LIAO MINGXIANG)가 '검은달'의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내건 광고 멘트다. 게임은 캐릭터는 물론 던전까지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스토리는 내 선택에 따라 바뀐다. 여기에 폰에서 즐기던 게임을 PC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는 확장성까지 가졌다.
게임은 중국의 대표 게임사 넷이즈가 개발을 맡았다. 앞서 설명한 높은 자유도를 무기로 내세웠다. 라인콩코리아의 설명에 따르면 2018년 1월 중국에서 '초류향'이란 이름으로 출시 후 전 세계 iOS 매출 순위 4위를 기록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설명만 보면 다른 게임에서는 "그게 안돼?"나면서 게임의 광고 포인트로 삼을 만하다. 실제로 게임을 즐겨보니 높은 자유가 느껴질 뻔했다. 같은 게임을 즐기고 있음에도 선택에 따라 옆에서 같은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과 퀘스트의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중국판 무협 '위쳐3'인가 했다.
그런데 '검은달'은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기본인 현지화가 엉망이다. 오탈자야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렇다 쳐도, 단어 선택이나 번역의 퀄리티가 번역기를 돌린 수준이다. 여기에 초창기 중국 게임처럼 화면에 가려 내용이 제대로 안 보이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기본적인 현지화가 엉망이니 스토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같은 캐릭터가 존대도 하다가 반말도 하고 말투가 마음대로 바뀐다. "구해주세요" 하던 사람이 2초 만에 "야 등 뒤를 조심해"라고 한다. '무한 자유 세계'를 슬로건을 내건 '검은달'에 어울리도록 현지화를 이뤄낸 듯하다. NPC마저 높은 자유도를 가졌다.
그나마 풀 더빙에 가까운 음성 녹음이 이를 보조하지만, 이마저도 문제다. 더빙과 대사가 달라 어색하다. 들리는 대사는 형, 누나인데 화면의 글자는 소협이다. 이거 알고 보니 무협 세계에 떨어진 '이세계물'인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잘 들어보면 몇몇 캐릭터의 음성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어차피 스토리는 스킵할 테니 넘어간다 쳐도 게임 내 스킬 설명이나 게임 내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퀴즈까지 번역 수준이 처참하다. 이 번역으로 문제를 다 맞히면 EBS 장학 퀴즈는 당신의 것이다. 지난해 9월 진행한 CBT 이후 더 발전한 번역기로 번역을 돌려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 같다.
덤으로 채팅 시스템도 엉망이다. 아이폰의 경우 채팅 입력 시에 흰색 바탕 흰색 글씨로 입력된다. 전송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야 자신이 무슨 말을 썼는지 확인 가능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게임을 처음 켜면 캐릭터 커스터 마이징 과정에서 놀라운 그래픽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전반적인 그래픽도 준수한 수준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해보면 "이게 뭐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캐릭터 커스터 마이징을 통해 새롭게 만든 캐릭터만 그래픽 업그레이드가 이뤄져 어색하다. 나머지 캐릭터는 사시에 좀비 수준인데 주인공 캐릭터만 미모를 뽐낸다.
아울러 MMORPG 임에도 불구하고 초반 전투의 비중이 아주 적은 편이다. 이동하는데 한참, 가서 대화하는데 한참, 다시 전투 장소로 이동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진행되는 전투는 순식간에 끝난다. 자동 이동은 있지만, 자동 전투를 지원하지 않아서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짧다 보니 자동 전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스킬 종류는 많지만, 타격감이 매우 부족하며, 무협 게임의 핵심은 무공 대결인데 비무 대결인 '화산논검' 콘텐츠도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전투 비중이 워낙 약하다보니 메인 스토리만으로는 필요 경험치 확보가 쉽지 않아, 서브 퀘스트도 같이 진행해야 하는데, 이러다보니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라, 매력적인 메인 스토리에 몰입하기도 어렵다. 캐릭터를 육성하고자 한다면 수행 포인트를 찾아 시간을 때우는 편이 좋다.
스마트폰과 PC 플레이의 경계를 허문 플레이도 추천할만하지 못하다. PC 버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내려받을 수 있다. 설치하려고 하면 윈도우 디펜더나 백신이 등장해 설치를 말린다. 프로그램 서명이 없기 때문이다. 보안을 포기하고 설치하면, QR코드를 인식해 로그인하는 QR의 나라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삭제다. 윈도우의 기본적인 프로그램 추가 제거에서 지울 수가 없다. 언인스톨 기능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게임을 설치한 폴더를 직접 삭제해도 게임이 제대로 지워진 것이 아니다.
C:\Users\사용자\AppData\Local\NetEaseGames 폴더까지 가서 해당 폴더까지 삭제해야 게임을 그나마 제대로 삭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폴더 용량은 약 25기가를 넘는다. AppData 폴더는 숨긴 폴더이니 숨긴 폴더도 볼 수 있도록 먼저 설정하는 것은 잊지 말자.
초기 중국식 웹게임 등이 이런 식으로 게임에 필요한 데이터를 게이머 모르게 설치했는데 변한 것이 없다.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가상화폐 채굴 머신이라도 몰래 깔린 것이 아닐까 해 PC를 초기화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게임은 전체적으로 난국이지만, 게임에는 정말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됐다. 무협의 열렬한 팬이라면 혹시라도 게임에 빠져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앱스토어에서 별 5개를 준 외국인 이름을 가진 한국어 리뷰가 넘쳐났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탈 지구급 우수한 서버 기술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검은달'은 출시 전까지 80만 명의 사전 가입자를 모았다. 80만 가입자를 모은 게임이 단일 서버에 채널 몇 개로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 서버 기술력은 역시 중국이 세계 최고다.
"그게 안돼"나며 야심차게 시장에 등장한 '검은달'. 라인콩코리아에 "현지화, 그게 안돼?"냐고 반대로 묻고 싶다. 넷이즈와 '대항해의길'로 좋은 호흡을 보여준 바 있는 라인콩코리아 이기에 더욱 아쉽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