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연 매출액 16%를 R&D에 투자.. 글로벌 종합게임기업 '출사표'
엔씨소프트(이하 엔씨(NC))가 기술 영역의 투자와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종합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으로 국내 게임시장을 석권한데 이어, 올해에는 강화된 '원천기술'을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게임을 선보여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5일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택진 대표가 "PC에서 모바일로, 더 나아가 콘솔까지 플랫폼을 확장하고 경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종합게임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며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밝힌 것도 이와 괘를 같이 한다.
현재 엔씨(NC)가 대표적으로 R&D에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차세대 그래픽, 그리고 사운드 분야다.
먼저 AI 분야는 엔씨(NC)가 9년 전부터 AI센터를 설립하고 현재 150여 명의 국내 최고급 AI 전문가를 투입하는 등 게임 업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엔씨 AI 조직은 ▶AI센터와 ▶NLP(자연어처리)센터로 나뉘며, 두 센터 산하에는 5개 연구실(랩)이 AI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AI센터에는 ▷게임AI랩 ▷스피치 랩 ▷비전 AI랩이 있고, NLP센터에는 ▷언어 AI랩 ▷지식 AI랩이 있는데 게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서는 '게임 AI랩' 하나인 것에서 엔씨(NC)의 AI 개발 지향점이 드러난다.
엔씨(NC)는 이들 AI 조직을 통해 IT기술 전반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실제로 이 AI센터에서는 ▲언어 처리 기술 ▲지식 기술 ▲컴퓨터 비전 ▲음석인식 및 합성기술 ▲게임활동 AI 등이 연구되고 있다. 이미 '블레이드앤소울', '리니지2M' 등의 상용화 게임에 AI 기술을 일부 투입되는 등 소기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
엔씨(NC)의 한 관계자는 "매년 NC AI 미디어토크를 운영하면서 연구중인 AI 기술을 학계와 공유하면서 검증되고 완성도 있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게임 캐릭터의 동작이나 질감 표현 등에 AI기술을 도입하는 등 국내 최고급 AI기술을 보유해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관심을 사로잡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I 분야 외에도 엔씨(NC)는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아름다운 배경 등을 구현하기 위한 차세대 그래픽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6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사내(엔씨 사옥 지하1층 컨벤션홀)에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구축한 엔씨(NC)는 지난 해에 또 수원 광교에 모션캡처 전문 스튜디오를 새롭게 오픈했다.
모션캡처는 온 몸에 마커를 붙인 배우가 연기를 하면 배우의 동작과 표정을 그대로 인식해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게임 내에서 훨씬 생동감있는 캐릭터 동작을 구현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엔씨(NC)의 모션캡처 스튜디오 촬영 공간은 15x10X4m 규모로, 최고급 모션캡처 용 카메라 100대와 관련 최신 시스템을 갖췄다. 엔씨(NC)는 이곳에서 창과 칼같은 무기를 휘두르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모습, 강아지와 같은 동물의 움직임도 정교하게 담아내 게임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 2017년에 국내 게임회사 최초로 설립된 엔씨(NC)의 3D 스캔 스튜디오에는 인물과 사물을 3D 스캐닝 해 즉석에서 모델링 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다.
3D 스캐닝은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을 다수의 카메라로 촬영해 3차원 모델링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로, 점차 생동감 넘치는 동작과 표정, 캐릭터 외양이 요구되는 게임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이런 모션캡처 기술과 별개로 엔씨(NC)의 차세대 그래픽 기술은 또 있다. AI 기술과 애니메이션 기술을 접목하는 것으로, 게임 개발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고, 또 게임 내 애니메이션이 비약적으로 발전되는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일례로 엔씨(NC)는 지난 2019년 3월에 'GDC2019'에서 'Deep Learning based Large Scale Inverse Kinematics Accelerated by Intel OpenVINO Toolkits') 딥러닝 기반의 역운동학(Inverse Kinematics)을 이용한 AI 기반 캐릭터 애니메이션 생성 기술'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이 IK 기술은 게임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의 필수 기술 중 하나로, 하나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완료하면 AI가 체형이 다른 수백 개의 캐릭터들을 분석하여 각각의 무게나 길이, 관절 동작에 맞게 동시에 애니메이션을 적용시키는 기술이다. 이를 통하면 단기간에 수백명의 캐릭터들에게서 모션 캡쳐 수준의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엔씨(NC) 측 개발원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엔씨(NC)는 국내 게임회사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사운드 스튜디오도 운영 중이다. 엔씨(NC) 게임의 배경 음악, 효과음 등 모든 사운드는 이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각종 게임 효과음을 녹음할 수 있는 '5.1채널 영상 사운드 믹싱룸', '폴리스튜디오(Foley Studio, 효과음 음향 녹음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엔씨(NC)는 'NCSOUND'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엔씨 사운드센터'가 만든 게임 OST(Original Sound Track) 658곡을 NCSOUND 유튜브 채널서 순차적으로 들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OST 카테고리에서 리니지, 리니지2, 블레이드 & 소울, 아이온 등 다양한 엔씨 게임 OST를 서비스하고 있다.
윤장원 동명대 미디어공학부 교수는 "엔씨(NC)가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풍부한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미래 게임시장에 꼭 필요한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며 "AI, 그래픽, 사운드는 모두 차세대 게임 개발에 꼭 필요한 요소로 향후 엔씨(NC)의 기업 경쟁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2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발표한 '글로벌 1000대 기업의 2018년 R&D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엔씨(NC)는 2018년 한해 동안 2억 1천 5백만 유로(약 2,850억원)를 R&D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16%로 글로벌 1000대 기업에 속한 국내 기업 24곳 중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