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 시절 일본RPG가 생각나는 캐러밴스토리. 클래식이 주는 호불호
소녀전선, 벽람항로 등으로 유명한 XD글로벌에서 신작 모바일MMORPG 캐러밴스토리를 최근 선보였다. 캐러밴스토리는 일본 개발사인 에이밍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에이밍은 과거 로드 오브 나이츠라는 TCG를 국내에 서비스한 적이 있는 게임사다.
XD글로벌은 소녀전선과 붕괴3rd, 벽람항로로 이어지는 미소녀 게임 3연타로 인해 미소녀 게임 전문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뒤로는 제5인격, 라이프애프터 등 실험적인 게임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캐러밴스토리는 제법 귀여운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긴 하지만 미소녀 게임은 아니고,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 중심의 MMORPG다.
3D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감성적인 그래픽이 인상적인 캐러밴스토리는 이아르라는 환상의 대륙에서 6종족의 주인공들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마법의 이동수단 캐러밴을 타고 다니며 다양한 모험을 즐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인간, 드워프, 오크, 엘프 중 하나를 고른 후 스토리가 시작되며, 하나의 종족 스토리를 모두 완료하게 되면 다른 종족의 스토리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느낌의 겟시 종족과 리자드맨 종족은 처음 시작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인간, 드워프, 오크, 엘프 스토리를 모두 완료한 후에 즐길 수 있다).
출시전부터 애니메이션 같은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게임답게 첫인상은 매우 깔끔한 편이다. 최근 뛰어난 그래픽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리니지2M이나 A3 스틸 얼라이브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카툰풍의 그래픽 덕분에 굉장히 친숙하고 편안한 첫인상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스토리 중심의 게임답게 중요 장면마다 인상적인 컷신이 나와 스토리의 매력을 더해주며, 방대한 이아르 대륙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NPC들의 부탁도 들어주고, 강력한 적들과 치열한 전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PS2 시절에 많이 볼 수 있었던 클래식 일본RPG를 즐기는 듯한 기분이다.
요즘 나오는 모바일MMORPG 장르는 하나의 캐릭터를 선택해 직접 액션을 즐기는 형태가 일반적이나, 이 게임은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여러 캐릭터로 팀을 구성해 싸우는 형태로 만들었다. 적들과 마주치면 전투 필드로 전환되고, 일정 쿨타임이 지나면 각 캐릭터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전형적인 수집형RPG 스타일의 전투다. 당연히 캐릭터별로 직업과 속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캐릭터 육성 뿐만 아니라 조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캐릭터 육성은 캐릭터 조각을 모아 등급을 올리는 것과 장비 강화 등 MMORPG 장르에 있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존재하며, 필드에서 마주치는 몬스터들을 포획해서 아군으로 만드는 요소도 존재한다.
게임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캐러밴의 존재도 흥미롭다. 하늘을 허우적거리며 날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캐러밴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산 활동까지 할 수 있는 움직이는 본거지 개념이다. 캐러밴 내에 다양한 시설들을 건설하고 업그레이드하면, 자원을 획득과 캐릭터 정비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외부에 무기를 장착하면 전투 보조 역할도 한다.
이렇듯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인상적인 그래픽, 그리고 6종족이 서로 얽히는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 다양한 캐릭터과 캐러밴의 육성 등 전반적으로 콘텐츠가 굉장히 방대한 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플레이 타임 100시간은 기본으로 넘기는 PS2시절 클래식 일본RPG를 즐기는 듯한 기분이다.
다만, 여러 가지 매력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플레이 경험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편이다. 전투가 매우 느리고 답답하며, 너무 잦은 로딩으로 인해 전체적인 플레이가 다소 지루하다.
또한, 원하는 곳으로 정확히 데려다주지 못하는 자동이동과 이용자들이 직접 이동하다가 발견해야만 획득할 수 있는 서브퀘스트, 단축 이동을 위해서는 직접 가서 등록해야 하는 이동 포인트 등 불편한 시스템 때문에, 방대한 콘텐츠가 오히려 압박으로 다가온다. 살짝 터치만 해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친절한(?) 최신 게임들을 즐기다가 이 게임을 시작하면 고구마를 한박스 먹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요즘 등장하는 모바일MMORPG에 비교했을 때 개성이 확실한 게임이기 때문에, 과거 PS2 시절 일본RPG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게임이 될 수도 있지만, 구시대의 유물 같은 불편한 시스템에 모바일 게임 특유의 뽑기 중심의 과금 시스템까지 더해졌으니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클래식한 느낌은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