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건 클라우드 게임. 모바일 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 끼칠까?
PC나 콘솔에서 즐기던 고사양 게임들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클라우드 게임 시대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존에는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콘솔 기기가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했지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면 디바이스의 성능과 관계없이,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모든 기기에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돼 게임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모든 게임 플레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아야 하는 서비스 특성상 빠른 인터넷 속도가 필수적이다. 이전까지는 무선 인터넷 속도가 필요 수준만큼 빠르지 않아 테스트 단계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5G 시대에 접어들면서 MS, 구글, 엔비디아 등 대기업들이 클라우드 게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어, 조만간 누구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LG가 손잡고 준비한 지포스 나우 서비스는 지난 4월 1일부터 LG 5G 요금제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MS가 SK와 손잡고 준비한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서비스는 최근 SK 외 다른 통신사 이용자들에게도 시범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정식 서비스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구글 스태디아 역시 지난해 11월 북미, 유럽 지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추후 아시아권 등 다른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독 서비스는 아니지만, 자신이 구입한 게임을 모바일에서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PS4 리모트 서비스와 스팀 링크 서비스는 이미 많은 이들이 이용 중이다.
이렇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기존 모바일 게임 시장 영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전세계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모바일 게임만의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은 디바이스 성능 제약으로 인해 콘솔이나 PC 게임만큼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나, 위쳐3, 둠 이터널, 헤일로 마스터 치프 콜렉션 같은 고사양 게임들을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일이다.
특히, 거실 TV 사용권한이 없고, 비싼 콘솔 기기를 구입하는 것도 눈치보이는 유부남 입장에서 스마트폰만 있어도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희소식이다. 오죽하면 유부남을 겨냥해서 나온 PS4 광고로 인해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라는 유행어가 탄생했겠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허락보다 용서가 쉽고, 용서보다는 환불이 쉽다’로 결론이 났지만, 현재 콘솔이나 PC 게임을 즐기기 힘들어 모바일 게임을 주로 즐기는 30~40대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MS 카림 초우드리 엑스클라우드 총괄 부사장의 발표에 따르면 프로젝트 엑스 클라우드 시범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자 중 76%가 엑스클라우드에서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했고, 53% 플레이어가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시간에 게임을 즐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500% 이상 전체 게임 플레이 시간 증가했다고 한다.
다만, 클라우드 게임이 유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터치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보조 기기 없이도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콘솔 게임 기반인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 패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게임 패드 연결이 안되어 있으면 아예 실행 조차 안된다. 집에서 즐길 때야 별 문제가 안되지만, 스마트폰 보다 더 큰 게임 패드를 들고 다니면서 외부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게임패드도 별도로 충전을 해야 하니 귀찮음이 두배다.
게임 성격도 많은 차이가 있다. 모바일 게임은 다수의 이용자들과 경쟁하는 재미를 추구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은 콘솔 게임을 그대로 옮겨온 만큼 아직 싱글 플레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멀티 플레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멀티 플레이까지 쾌적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지금 보더 더 안정적인 무선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는 5G 환경에서도 대전 격투 게임이나 리듬 액션 게임처럼 반응 속도가 중요한 게임들은 입력 지연 현상으로 인해 쾌적한 게임 플레이를 즐기기 힘들다. 싱글 플레이의 경험을 중시 여기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이 있긴 하지만,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까지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멀티 플레이 콘텐츠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격적인 측면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모바일 게임들은 대부분 부분유료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처음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지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패키지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형태라서, 시작부터 게임 구입비가 들기 때문이다. 다만, 모바일 게임은 경쟁을 부추기는 뽑기 위주의 과금 구조로 인해 나중에는 콘솔 게임 구입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지만,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게임을 한번 구입하면 추가 비용에서 자유롭다. 특히, 한달 16700원에 100여가지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패스와의 결합이 확실시 되고 있는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처럼 게임 구독제 모델이 시장에 자리를 잡을 경우 월 몇만원의 금액으로 다양한 게임들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 변수는 애플의 정책이다. 현재 애플은 자사의 게임 구독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를 보호하기 위함인지, 타사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원에 매우 소극적이다. 스팀 링크나 PS4 리모트처럼 이미 구매한 게임을 모바일로 즐기는 것은 제한적으로 허가를 내주고 있지만, MS의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구글의 스태디아,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같은 구독형 클라우드 서비스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의 경우에는 iOS용 테스트 버전이 나오기는 했지만, 애플이 외부 개발사 게임의 구독 서비스를 허가해주지 않아서 헤일로 마스터치프 콜렉션만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도 안드로이드 이용자들만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반쪽짜리 서비스가 된다.
이렇듯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편의성과 경쟁 콘텐츠 부분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는 만큼, 현재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의 영역까지 파고 들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다만, 콘솔과 PC 이용자들까지 모바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만큼, 전체적인 게임 시장 규모 확대에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전체 게임 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가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