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술가들에게 게임 개발을 가르치자
지난 5월 7일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이 게임을 문화예술진흥법 상 문화예술 범위에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게임을 문화예술로 인정하는 의지가 보이는 발표였다.
WHO의 게임질병코드 논란 등 그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과연 예술의 정의란 무엇이기에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기까지 이렇게까지 오랜 고통을 받았나 싶다.
미학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고대 플라톤 이래 현재까지 수많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시대 예술을 바탕으로 18세기까지 영향력을 미친 모방론부터 표현론, 형식론 등 예술을 어딘가에 집어넣으려는 미학자들의 시도가 쉬지 않고 이어졌지만,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Fountain)이나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아마벨(Amabel)처럼 예술은 마치 그들을 비웃듯 늘 상식을 깬 모습으로 새로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예술의 모습에 심지어 모리스 와이츠(Morris Weitz)는 예술의 정의는 불가능하다는 ‘예술정의불가론’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렇듯 고대부터 지금까지 예술이란 것은 어딘가에 매이지 않고 늘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신선한 모습으로 어느 날 갑자기 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옆에 다가왔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생물학적 필요에 의해 예술적 행위와 함께 살아왔고 그것은 미술과 음악, 무용, 시, 건축 등의 활동과 연결되어있다. 우리가 게임 안에서 행하는 모든 것들도 위에 언급한 예술적 행위와 맞닿아 있으며 그렇기에 게임은 애초에 문화예술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존재였다.
정부는 게임이 서사구조, 예술적 영상 및 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종합 예술이면서, 전통적 예술 장르에 부족한 상호작용성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문화예술 영역으로 평가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껏 정부의 게임개발교육은 게임산업진흥 목적 아래 게임개발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많은 소규모 게임개발사들이 정부의 지원을 통해 자신들의 철학을 담은 독창적인 게임들을 생산해 내고 있지만, 개발자는 근본적으로 예술가가 아니기에 예술적인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제는 역으로 예술가들에게 게임개발 교육이 필요한 때다. 예술가들에게 상호작용적 요소를 작품에 반영 할 수 있는 게임개발교육을 시키고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캔버스와 종이 외에 또 다른 기술 플랫폼으로 자신의 철학, 개념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 많은 예술적 게임 혹은 게임성을 담은 예술작품이 제작될 것이다.
더불어 국내 순수미술대학 교과과정에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개발 소프트웨어 활용 교과가 의무화되어 미래의 예술가들에게 캔버스와 종이 외에도 기술을 통해 생각을 표출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인간을 사유하고 창조하게 하는 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다. 상호작용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게임을 담은 예술, 예술을 담은 게임은 인간에게 새로운 생각과 창조의 그 무엇보다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며 원시시대부터 예술이 세상의 비전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세상은 게임(예술)을 통해 비전을 보게 될 것이다.
- 이은진 교수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영상대학원을 졸업한 뒤 엔씨소프트와 넥슨에서 리니지2, 길드워2, 마비노기 영웅전들의 게임개발에 참여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경기게임아카데미의 전임교수로서 인디게임개발사의 교육과 창업지원을 총괄했다. 현재는 명지전문대학 소프트웨어과에서 게임과 비주얼아트 예술융합소프트웨어교육을 가르치고 있으며 게임학회 문화예술분과 위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