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든 게이머를 대머리로 만들 기세!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

에픽게임즈가 자사의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무료 게임을 제공 중이다. 어느덧 한국에서만 100개가 넘는 게임을 무료로 제공했으며, 최근 제공 중인 게임들의 이름값까지 생각하면 그 파괴력이 어마어마하다.

기자도 매주 잊지 않고 무료 제공 게임을 챙기고 있다. 옛말에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최근 머리숱이 급격히 줄어든 느낌이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가사가 “또 한모 멀어져 간다. 풍성한 청춘인 줄 알았는데...(중략) 비어가는 머리숱 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로 들릴 정도다.

이에 모든 게이머를 대머리로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는지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박성철 대표가 이야기하는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최근 발표한 언리얼 엔진5의 이야기까지 함께 들어보자.

에픽게임즈 박성철 대표
에픽게임즈 박성철 대표

게임동아: 일단 모든 게이머를 대머리로 만들려는 계획인가요? 대체 무료 게임을 얼마나 줄 예정인지요?

박성철 대표: 지금까지도 아주 바쁘게 쉴 틈 없이 무료 게임 라인업을 구성하고, 또 한국 법인은 그에 따른 국내 심의 부분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이 지내고 있어, 언제까지 무료 게임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태는 전혀 아닙니다. 계속 재밌고 다양한 평소에 접하지 않을 게임들도 소개할 수 있도록 할 테니, 많이들 내려받아서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게임동아: 꾸준한 무료 게임 제공 이후 GTA5를 시작으로 정말 엄청난 게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말 파격적인 결정인데요?

박성철 대표: 지난 5월 29일을 기준으로 이제 한국에서도 총 100개의 무료 게임이 제공되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플랫폼별(PC, iOS, Android 등)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스토어들의 30:70 수익 배분율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12:88로 최소한의 운영비용만 남긴 채 개발사에게 많이 돌려주는 수익 배분율을 제시했는데요. 실제로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배분율이 좋은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콘텐츠가 개발되어 게이머들에게까지 득이 되려면, 다른 스토어들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스토어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비로소 다른 스토어들도 더 나은 수익배분율을 제시하지 않을까요?

그런 생태계의 선순환을 끌어내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게이머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 뜻에 저희 에픽게임즈뿐 아니라, 많은 개발사분들도 긍정적으로 동참해주고 있는 덕입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게임을 넘어, 배트맨 시리즈 6종, 월드워Z 등 화제작들의 무료배포까지 이어지면서 많은 분이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정착을 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여 매우 기쁩니다. 더 열심히 해서 게이머, 개발사 모두 윈윈(WINWIN)하는 생태계 구축에 큰 역할을 하는 스토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이미지
에픽게임즈 스토어 이미지

게임동아: 스토어의 성장세가 상당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간 한국 시장에서 성과와 목표가 궁금합니다.

박성철 대표: 최근 많은 분이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GTA5 무료 제공 첫날에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폭발적 방문 숫자로 잠시 서비스가 어려웠기도 했는데요. 뜨거운 반응이 있었던 만큼 오히려 좀 더 챙기고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최근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씀드린 대로 대부분의 시기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에서 한국 스토어의 매출이 가장 높을 정도로 작년 이맘때 대비 놀랄 만한 성장세입니다.

작년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우리나라에 처음 런칭한 4월과 올해 4월의 국내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일일 최고 접속자 수는 20배, 신규 플레이어 숫자는 30배 증가한 수치를 보입니다.

단순 무료게임 제공 때문만이라면, 사용자 숫자만 증가할 텐데, 실제 매출 성장세가 놀랍다는 점에서 아시아 지역 어느 곳보다 한국 게이머들이 먼저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직접 유료게임도 구매하시면서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만들어가고 정착을 하시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분들의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대한 반응도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감을 느끼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유저분들의 피드백은 언제나 새겨듣고 기억해서 다소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더 많은 분들이 만족해하시는 스토어로 인정받는 것, 그것이 한국 시장에서의 목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게임동아: 코로나19 영향인지 스토어 기능 개발이 늦어지는 것 같은데요.

박성철 대표: 코로나19 때문이라기보다는 스토어 기능은 공개 로드맵에 나온 것과 같이 개발사와 소비자 양측의 의견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개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분들의 피드백이 많았던 위시리스트, 자동 환불 등의 기능들이 추가된 것처럼 계속해서 기능을 추가하고 있으며, 추가되는 기능에 대해서는 공개 ‘Trello’ 보드를 통해 투명하게 사용자분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근시일 내 사용자분들의 편의를 위해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스토어에 로그인할 수 있는 기능, 업적, 모드 지원 등이 추가될 예정이고, 쇼핑 카트와 선물하기 등도 개발 계획에 잡혀있기도 합니다.

에픽게임스 스토어 개발 관련 트렐로
보드
에픽게임스 스토어 개발 관련 트렐로 보드

게임동아: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언리얼 엔진이 같은 런처를 쓰다 보니 이번 무료 게임 사태에서 개발자들이 불편을 겪는 때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서버나 입장 채널 구분 계획 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성철 대표: 상상을 초월해 정말 많은 게이머가 동시에 접속해 주셔서 생긴 이슈로,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런처 사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입니다.

에픽게임즈 런처에 대해서는, 게임만 또는 게임개발 툴만 접근하게 하는 타사의 런처들에 비해 생소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게이머 한분 한분이 누구보다 게임 기획의 아이디어가 많고, 실제 개발의 꿈을 키울 가능성도 큰 분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이런 분들이 실제 게임 개발 또는 게임 내 콘텐츠나 모드 개발 등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에픽 런처가 스토어의 다양한 게임도 즐길 수 있지만, 포트나이트에서 제공하는 초심자를 위한 게임개발 툴인 ‘포크리’ 그리고 게임업계를 넘어 전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창작 툴인 ‘언리얼 엔진’ 등을 접하는 원스톱 창구로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나누기도 하고, 또 타인이 만든 콘텐츠를 즐기기도 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지금의 런처 구조가 더 편하지 않을까요?

얼리얼 엔진 5
얼리얼 엔진 5

게임동아: 언리얼 엔진5 이야기를 해보면, 사실 언리얼 엔진 4.25에서 차세대 콘솔 대응 등 다양한 개선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빠르게 언리얼 엔진 5를 공개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성철 대표: 에픽게임즈는 매년 GDC에서 저희가 준비한 새로운 기술들을 공개해 왔습니다. 차세대 콘솔들이 공개되었고, 항상 앞선 기술들을 공개하는 저희 회사로서 이에 맞는 차세대 엔진을 공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세대를 나눌 만한 혁신적인 기술인 ‘나나이트’와 ‘루멘’이 가장 큰 기반이 되는 버전이므로 5라고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언리얼 4.25 버전의 차세대 콘솔 대응과 관련해서는 말씀을 드리면, 항시 새 콘솔이 출시될 때에는 과거의 콘솔과 새 콘솔을 다 지원하는 게임들이 많이 출시됩니다. 4.25는 현행 언리얼 엔진 4의 최신 업데이트로, 새 엔진이 나오기 전에 이미 개발되는 게임 중에도 차세대 콘솔용으로도 출시될 게임들이 많은 상황이므로, 이에 맞추어 차세대 콘솔 대응 기능이 추가된 것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게임동아: 이번 언리얼 엔진5의 핵심은 ‘나나이트’와 ‘루멘’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보기에 유사한 비슷한 기능은 기존 버전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언리얼 엔진 5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급합니다.

박성철 대표: 언리얼 엔진 4에서도 항상 최고의 리얼타임 렌더링 그래픽을 보여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렌더링 관련 기능들도 개선해 왔기에 기존에도 있던 기능으로 생각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나나이트’는 전에는 없던 새로운 가상화된 지오메트리 기능으로, 아티스트분들이 원하는 최대치의 섬세한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도 최적화를 위해서 시간을 들여서 작업해야 했던 폴리곤 수나 드로 콜의 제약으로부터는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혁신적인 기능입니다.

‘루멘’이 보여주는 완전한 다이내믹 글로벌 일루미네이션은 기존에 제한적으로 지원되던 글로벌 일루미네이션과는 다릅니다. 작은 방에서 넓은 오픈월드까지 제약 없이 빛의 움직임에 따른 자연스러운 빛을 표현해 주는 기능으로서, 레이 트레이싱 하드웨어 없이도 가능한 새로운 기능입니다.

이처럼 최고 수준의 퀄리티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기능과 함께 작업 편의성에서도 훨씬 더 개선된 기능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더 많은 분이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더 편리하고 쉽게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언리얼 엔진 5
언리얼 엔진 5

게임동아: 또 언리얼 엔진 5를 발표하면서 이야기한 “그냥 하면 된다”의 의미가 굉장한 것 같습니다. 게임 관련 디자이너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새로운 게임이 탄생한 배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프로그래머의 힘을 더하면 얼마나 더 좋은 작품이 탄생할지 상상이 잘 안됩니다.

박성철 대표: 에픽게임즈가 언리얼 엔진 5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상상하는 게임을 기술적인 제약으로 개발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최대한 해결해 드리는 것입니다. 이를통해 개발자분들은 더욱 창의적이고 멋진 게임들을 만드시는 데 전념하고, 게이머들은 이런 게임들을 즐길 수 있는, 결국 전반적인 게임산업의 발전을 돕는 것입니다.

기본적 기술적인 챌린지는 저희가 하고, 그를 바탕으로 개발하는 게임을 위해 필요한 기능이나 작업의 편의성을 돕는 기능들을 프로그래머분들이 좀 더 집중해서 시간을 투자하실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더 멋진 게임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게임동아: 과거 쯔꾸루(만들기 시리즈 게임)툴을 만지는 것처럼 고퀄리티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성철 대표: 충분히 가능한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현재의 포트나이트 ‘파티로얄’이 보여주고 있는 메타버스는 가상의 그래픽과 실제가 구분이 힘들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 대형 회사들만이 사실 같은 그래픽의 3d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누구나 그런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데 언리얼 엔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리얼 엔진 5
언리얼 엔진 5

게임동아: 4K를 넘어 8K까지 실시간 렌더링의 시대가 올 것 같기도 합니다. 게임 외에도 애니메이션이나 3D 렌더링 분야에서 언리얼 엔진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 같은데요?

박성철 대표: ‘나나이트’를 통해 고품질의 아트를 아무런 손실 없이, 아무런 추가 최적화 작업 없이 엔진에 가져와 실시간 렌더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게임을 넘어 일반 산업 분야에서 가장 원하는 기능일 것입니다.

기존의 리얼타임 렌더링 엔진들은 언리얼 엔진 4뿐 아니라 어떤 것을 사용해도 고품질의 아트를 가져와서 실시간 렌더링할 때에 추가 작업들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최적화 라고 합니다. 다만 최적화 시에는 품질 저하가 아무래도 동반이 됩니다. 이 과정이 일반 산업 분야 분들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언리얼 엔진 5는 게임업계를 넘어 일반 산업 분야엔 혁명적인 수준의 편리함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도 언리얼 엔진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5가 정식 출시되면, 일반 산업 분야에서의 언리얼 엔진의 적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을까요?

언리얼 엔진 5
언리얼 엔진 5

게임동아: 마지막으로 게이머와 개발자 모두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박성철 대표: 국내 게이머분들께 게임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서, 게임 개발사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시고, 무엇보다 생태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저희 노력에도 큰 호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도 개발사로서 포트나이트를 더욱 재밌게 진화시키고 있으니, 배틀로얄을 하지 않는 게이머들도 ‘파티로얄’에서 사람들과 편하게 가상의 소셜 공간을 즐기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발자분들에겐 항상 우리나라에서 언리얼 엔진의 버전마다 눈에 띄는 쇼케이스 게임들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언리얼 엔진 2에서 리니지2로 누구도 당시의 언리얼 엔진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광활한 지형의 MMORPG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언리얼 엔진 3로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던 AAA 모바일 게임이 가능하다는걸 ‘블레이드’로 보여주고, 다시 언리얼 엔진 4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를 호령한 게임 ‘PUBG’를 만들고, ‘AAA 모바일 게임은 언리얼 엔진’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준 수많은 국내 개발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오랜 기간의 경험과 언리얼 엔진에 대한 국내 개발사들의 남다른 애정을 생각해볼 때, 세대를 뛰어넘는 기술인 ‘나나이트’와 ‘루멘’으로 찾아올 언리얼 엔진 5에서도 국내 개발자분들의 저력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도 더 나은 지원책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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