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냐 진흥이냐' 게임법 개정 속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새로 문체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맞손을 잡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게임법 전면 개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체부는 '게임산업법 개정 관련 전담팀'을 운영하면서 이를 토대로 7월중에 게임법 전부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8~9월에는 개정안 설명자료 및 하위법령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규제 위주로 구성됐던 게임법 개정안
게임업계에서는 2006년 게임산업법 제정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 게임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관기술 발전, 플랫폼 융복합화, 유통방식의 변화를 비롯해 글로벌 서비스의 진화 등 게임법이 그동안 급격하게 변화된 게임 생태계의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체부도 이같은 내용에 공감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부터 순천향대학교 김상태 교수팀에게 연구용역을 위탁하고 검토하는 등 연내 게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게임법 개정안에 대해 업계가 긍정적인 시선만을 보낸 것은 아니다. 지난 2월18일 서울 강남구 소재의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게임업계는 문체부의 예상을 넘어서는 규제 위주의 법안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우선 개정을 통해 '게임진흥법'에서 '게임사업법'으로 이름이 바뀌는 부분이 화두로 떠올랐다. 만약 게임사업법이 되면 문체부 소관 66개 법률 중에 게임 분야만 유일한 사업법이 되며, 이에 대해 게임산업협회는 "문체부가 게임산업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또 확률형 아이템의 표시 의무 보완, 불법 광고 규제 근거 마련, 게이머 보호와 의무 규정 신설 등 규제 강화 등 규제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부분에 대해서도 업계의 우려가 컸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는 △게임사업자의 책무(제4조), △게임산업진흥 기본계획 수립 등(제11조), △표준화의 추진(제20조), △사행성 확인(제34조), △내용수정의 신고 등(제35조), △자체등급분류의 효력(제53조), △결격사유(제63조), △표시의무(제64조), △게임사업자의 준수사항(제68조), △광고·선전의 제한 (제71조), △게임과몰입 예방조치 등 (제75조), △게임사업자의 게임이용자 보호(제76조) 등 12개의 게임 규제 독소조항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 당시 토론 패널로 나선 김원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우리나라 게임법은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불리울 정도다. 다른 나라의 규제와는 격이 다른 제도가 많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려를 나타냈고, 국회입법조사처의 배관표 입법조사관도 "게임법 법률조항이 70여 개에 이른다. 최소한도의 규제가 필요한지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윤곽..우선은 '긍정적'
지난 2월 토론회 때 게임업계의 강한 반발에 문체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규제는 명확하고 진흥은 두루뭉술했다'는 지적에 대해 문체부 내에서는 좀 더 규제 개선 및 진흥 쪽으로 법 개정의 무게를 둬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30일 전반기 문체위 국회 구성이 나오면서 게임법 개정안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전반기 문체위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은 김석기, 김승원, 김예지, 도종환, 박정, 배현진, 유정주, 윤상현, 이병훈, 이상직, 이상헌, 이용, 임오경, 전용기, 황보승희 의원이다. 전 회기보다 1명 줄어든 16명으로, 더불어민주당 9명, 미래통합당 6명, 비교섭단체 1명이다.
이 문체위는 게임과 관련된 법을 발의하고 국가기관을 감시하는 위원회로, 특히 '게임 전문가' 급 인사가 다수 포진된 것이 눈에 띈다.
우선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문체부 장관을 역임하여, 게임업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친 게임인' 도종환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또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화에 신중하라는 입장을 밝혔던 이상헌 의원, 지스타 부산 영구개최 조례를 공동발의했던 황보승희 의원, 그리고 판호에 관심이 많은 윤상현 의원과 김석기 의원 등이 포함됐다. 게임 분야를 잘 아는 만큼 게임업계의 입장을 잘 반영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 세종청사에서 '제 105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도 현 정부의 '게임규제 개선'에 대한 입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우리 게임산업은 대표적인 고성장, 일자리 중심의 수출 산업 중 하나이며 세계적으로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유망 언택트 산업"이라고 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으며, '온라인·모바일 게임물 내용수정 신고 제도' 개선, 경미한 내용에 대한 신고 의무 면제, 선택적 사전신고제 도입 등을 거론했다.
또 7월8일에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 문화콘텐츠포럼' 창립총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해당 포럼은 e스포츠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제안으로 성사됐으며, 친 게임 국회의원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대표의원을 맡고 정청래 의원이 고문, 장경태 의원이 연구책임의원을 맡아 운영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회 측의 여러 소식과 함께 게임법 개정이 진흥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게임업계에서는 '규제 형평성' 부분에서 규제가 개선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가 생길 때마다 '외국 사업자들은 안 지키고 한국 게임사만 피해를 보는' 법의 집행력 한계 상황을 꼭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일례로 청소년들의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는 외국에 서버를 둔 게임사들이 준수하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게임업계는 게임 광고 규제 조항과 게임진흥원 신설 등이 본격 논의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인한 중국 판호의 개방을 희망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는 "셧다운제부터 없애버리고, 심의도 규제도 다 푸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다른 문화 콘텐츠를 다 합쳐도 게임을 넘지 못하는 현 상황에 이시장 마저도 규제로 다 내주면 안된다. 전문성있는 정책 당국자들이 이럴 때 일수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게임법 개정안에 따라 국내 게임산업은 또 한 번의 추락이냐 제 2의 도약이냐의 기로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게임업계는 정부의 각종 중첩 규제와 해외 게임들의 공세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한국 인터넷기업협회에 따르면 셧다운제 도입 후 국내 게임 산업은 2013년 1319억 원, 2014년 1조 200억 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총 1조 1600억 원 규모의 시장 위축 효과가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 규모도 2013년 약 1600억 원(1억 5600만달러)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각종 규제로 국내 자생력도 위협받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상위 50위권에 절반 이상을 해외 게임사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게임법이 진흥 위주로 꼭 가야할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게임업계가 대형 악재인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와 마주 설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를 맡은 유병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팀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이 국내에 도입되면 국내 게임 산업이 최대 3조 5206억 축소되고, 3만 4007명이 취업 기회를 잃을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이에 대해 윤장원 동명대 디지털공학부 교수는 "현재에도 국내의 많은 게임사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게임을 질병으로 모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규제 일변도의 게임법 개정까지 더해지면 마지막 산소호흡기 마저 떨어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