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PS4 영웅전설 벽의 궤적. 곧 나올 시작의 궤적을 준비하자
팔콤의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의 이사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제로의 궤적에 이어 벽의 궤적도 PS4로 등장하면서, 이제는 PS비타에는 하늘의 궤적 시리즈 3작품만 남게 됐다.
영웅전설 시리즈 팬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이번에 출시된 PS4 벽의 궤적은 제로의 궤적에서 이어지는 작품으로, 크로스벨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 속에서 로이드 베닝스 등 특무지원과 일행의 활약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전작인 제로의 궤적에서 불과 몇 개월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원래 하나였던 스토리가 너무 길어서 둘로 나눠서 발매한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즉, 제로의 궤적을 플레이했다면 반드시 플레이해야 하며, 제로의 궤적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작품이 된다. PSP로 처음 발매됐을 때도 전체적인 완성도는 높게 평가받았지만, 진입장벽에 대한 지적이 많은 편이었다.
배경과 등장인물이 거의 동일하고, 그래픽도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그냥 스토리만 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로의 궤적 출시 후 1년 뒤 발매된 후속작인 만큼 시스템적으로 약간의 발전이 있긴 했다.
전작의 활약 덕분인지 특무지원과의 평가가 올라가면서, 맨날 BMW(버스, 기차, 도보) 신세였던 주인공들이 최신식 도력차를 지급받아, 예전보다 편하게 다른 지역을 오갈 수 있게 됐으며,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오브먼트 시스템에도 마스터 쿼츠라는 것이 새롭게 추가됐다.
마스터쿼츠는 오브먼트 중앙에 장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쿼츠로, 기존과 달리 전투를 통해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레벨업 시에 능력보정치와 속성치가 상승하고 5까지 성장하게 될 경우 속성별로 고유의 '마스터 아츠'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이전과 달리 속성 제한도 없어서, 예전보다 훨씬 편하게 캐릭터들을 육성할 수 있다.
또한, 버스터 모드라는 것이 생겨서, 후반부로 가면 강력한 화력 파티를 벌일 수도 있다. 적을 공격할 때 쌓이는 버스터 게이지가 모두 찼을 때 버스터 모드를 발동하면 아군의 모든 상태이상이 회복되고 적의 아츠 및 크래프트 구동이 해제되며, 행동 순서가 모두 앞당겨지고, 아츠 구동 시간이 없어져 강력한 마법을 대기 시간 없이 마구 난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시스템적인 변화 외에도 제로의 궤적 초반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와지 등 익숙한 인물들이 특무지원과로 합류하는 등 모든 작품에서 계속 이어지는 궤적 시리즈 특유의 촘촘한 인물관계가 소소한 즐거움을 주며, 제로의 궤적 클리어 데이터가 있을 경우, 그것을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어서, 이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강해진 특무지원과 소속원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다만, PS4 제로의 궤적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벽의 궤적 역시 그래픽 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PS4로 옮기면서 많은 개선을 했다고는 하나, 휴대용 게임기로 발매됐던 원작을 옮긴 것이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작과 마찬가지로 PS비타로 발매된 에볼루션판이 아니라 PSP판을 베이스로 개선했기 때문에 몇가지 콘텐츠가 빠져서 완전판을 바라는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PS4 제로의 궤적과 마찬가지로 고속 스킵 모드와 일제 공격의 스킵 기능, PS4에 맞춘 화질 개선 및 인터페이스 개선 등으로 인해 예전보다 훨씬 플레이하기 편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PS비타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진 것도 이 게임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 제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제로의 궤적에 이어 벽의 궤적까지 PS4로 이사를 마치면서, 이제 철거가 확정된 구형 아파트에 계속 남아있는 영웅전설은 하늘의 궤적 3부작만 남았다(아직 발표는 없지만, 제로, 벽의 판매량이 기대 이상이라면 이것도 혹시...).
영웅전설 시리즈 팬들에게는 콜렉션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게임인 만큼 당연히 제로의 궤적과 함께 필수 구입 게임이 되겠지만, 아직 이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미묘한 게임일 수 밖에 없다. PS4로는 처음 발매된 게임이긴 하나, 워낙 오래전에 발매됐던 구시대 게임이니 말이다.
다만, 곧 발매될 최신작 영웅전설 시작의 궤적에서는 벽의 궤적 마지막에 잠깐 언급되는 크로스벨 자치구의 재독립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궤적 시리즈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순간을 즐기고 나서 시작의 궤적을 즐긴다면, 시작의 궤적 스토리가 더욱 감명깊게 다가올 것 같다.